‘인터넷 우회사용’ 특혜 논란 부른 아일린 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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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울올림픽]
中 당국 인터넷 막아 SNS 못 쓰지만 불법인 VPN사용 자랑하다 여론 뭇매
美서 태어나 中 선택해 올림픽 출전
빅에어 금메달로 인기 더 높아졌지만 “특별대우 해준 거냐” 논란 불거져

아일린 구가 15일 중국 장자커우 윈딩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을 딴 뒤 중국 국기를 펼쳐든 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빅에어 금메달에 이어 2개 종목 메달 획득에 성공한 구는 하프파이프까지 프리스타일 스키 3개 전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구의 활약이 이어질수록 중국에서는 이중 국적 유지 등 그가 예외적으로 받는 특혜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아일린 구가 15일 중국 장자커우 윈딩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을 딴 뒤 중국 국기를 펼쳐든 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빅에어 금메달에 이어 2개 종목 메달 획득에 성공한 구는 하프파이프까지 프리스타일 스키 3개 전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구의 활약이 이어질수록 중국에서는 이중 국적 유지 등 그가 예외적으로 받는 특혜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미국 출생으로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중국 대표로 출전해 슈퍼스타가 된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아일린 구(구아이링·19)가 인스타그램에 남긴 댓글 하나가 구의 ‘특별대우 논란’에 불을 붙였다.

8일 빅에어에서 금메달을 따며 화제로 떠오른 그가 선수촌에서 보내는 일상 사진을 업로드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왜 다른 중국 사람들은 못 쓰는 인스타그램을 할 수 있느냐” “특별대우 아니냐” “인터넷 자유가 없는 중국인들을 위해 한마디 해줄 수 있느냐”는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자 구는 “누구나 가상사설망(VPN)을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다”고 댓글을 달았다.

VPN은 인터넷주소(IP)를 바꿔주는 서비스다. 중국은 서양의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접속할 수 없도록 막아놓은 상태다. 이때 VPN을 통해 IP를 바꾸면 이런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VPN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중국인들은 VPN 사용이 적발되면 처벌받는다. 이 때문에 구의 댓글에는 “나는 ‘누구나’가 아니다. VPN 사용이 말 그대로 불법이다”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논란이 되자 해당 댓글은 삭제됐지만 인터넷에는 구의 댓글을 캡처한 스크린샷이 이미 박제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구에게 이중 국적을 유지하는 예외를 허용한 것을 비판한 기사들도 당의 검열로 인터넷상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림픽 내내 국적에 관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는 구는 15일에도 슬로프스타일에서 은메달을 추가한 뒤 중국 대표로 출전한 것이 ‘타협’이었느냐는 질문에 “프리스타일 스키를 들어보지도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종목을 알리는 게 목표였고, 조금이라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자랑스럽다. 특히 어린 소녀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고 그게 내가 지금 던지는 메시지다”라고만 답했다.

NYT는 구의 어머니가 중국 고위 관료의 딸로 태어나 투자은행에서 일했고 구가 미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아 평범한 중국인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는 점이 공분을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중국에서는 목에 사슬이 묶여 있는 여성의 영상이 퍼지며 당국이 여성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중국 여성들이 직면하는 구조적 어려움과 족쇄는 여전하다”며 “중국의 대다수 여성은 아일린 구가 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라는 비판이 담긴 기사 역시 당국 검열로 삭제된 상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베이징 겨울올림픽#아일린 구#인터넷 우회사용 특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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