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무관이면 어때, 우승반지 있는데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18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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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우승 반지로 정규시즌 ‘무관’에 그친 아쉬움을 풀었다. KT 위즈의 ‘천재타자’ 강백호(22) 이야기다.

KT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1 신한은행 쏠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에서 8-4로 승리, 4연승으로 KS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KT는 2015년 1군 입성 후 처음으로 KS 패권을 가져갔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1위를 차지한 KT는 창단 첫 통합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KT가 자랑하는 간판 타자 강백호에게도 이번 우승은 뜻 깊다. 개인 타이틀을 하나도 따지 못한채 ‘무관’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시즌을 마친 강백호는 그보다 소중한 우승 반지를 끼었다.

프로 첫해인 2018년 역대 고졸 신인 최다인 29홈런을 치며 강렬하게 데뷔한 강백호는 2019~2020년 2년 연속 타율 3할,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났다.

올 시즌 강백호는 그야말로 타격에 물이 올랐다. 후반기가 막 시작된 8월 중순까지 꿈의 4할 타율을 넘나들며 천재타자의 면모를 아낌없이 과시했다. 5개월 가까이 타율 1위 자리를 지킨 강백호에게 타격왕은 따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강백호는 ‘태도 논란’에 휩싸이면서 마음고생을 했고, 후반기에 방망이가 주춤했다.

강백호는 9월 이후 타율이 0.285에 그쳤다. 후반기 들어 매서운 타격 페이스를 자랑한 1년 선배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에 타격왕 자리를 내준 채 시즌을 마쳤다.

강백호는 타율 0.347, 16홈런 102타점 76득점 10도루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지만, 개인 타이틀은 하나도 거머쥐지 못한채 정규시즌을 끝냈다.

1위까지 넘봤던 타율 부문에서는 3위에 자리했다. 타점에서도 3위였고, 최다 안타(179개)와 출루율(0.450) 부문에서는 2위에 랭크됐다.

허탈한 마음이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강백호도 “개인 타이틀에 처음 도전했던 것이라 아쉬움은 있다”고 했다. 이강철 KT 감독도 “내가 (강)백호라고 해도 서운했을 것이다. 타이틀이 하나도 없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쉬움을 마음에 담아놓지 않았다. 팀의 통합 우승을 정조준했다.

KT는 올해 정규시즌에 삼성 라이온즈와 똑같이 76승 9무 59패를 기록, 1위 결정전을 치렀다.

1위 결정전에서 KT에 승리를 안긴 유일한 타점이 강백호에게서 나왔다. 강백호는 지난달 31일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서 결승타를 때려내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KT에 정규시즌 우승을 안기는 결정적인 안타였다.

KT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던 강백호의 시선은 팀의 통합 우승으로 향했다.

강백호는 “개인 타이틀을 따지 못했지만 팀이 1등이니 괜찮다. 나의 커리어하이는 내가 만들 수 있다”며 “그러나 팀 1위나 우승은 나 혼자 만들 수 없다. 우승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기쁜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승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은 강백호는 KS 1~2차전에서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KS 데뷔전이던 1차전에서 3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을 수확했다. 팀의 첫 득점부터 추가 타점까지 강백호가 책임졌다. 2차전에서도 강백호의 활약은 2타수 2안타 2볼넷 1득점으로 이어졌다.

전 타석 출루였다. 8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한 강백호는 KS 지난해 김재호(두산)가 작성한 KS 최다 연타석 출루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강백호는 KS 3차전에서 1회초 1사 1루 상황에 병살타를 치는 등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수비에서 펄펄 날았다.

2회말 2사 1, 2루에서 박세혁의 강습 타구를 잡아내 팀의 실점을 막았다.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1루 더그아웃 안쪽으로 향하는 강승호의 파울타구를 펜스에 몸을 날리며 걷어냈다. 경기 막판 자신을 향한 두산 왼손 타자들의 강습 타구도 모조리 아웃으로 연결했다.

강백호는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강백호의 말대로 우승 반지를 끼는 일은 개인 타이틀을 따는 것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그의 마음 속에 ‘무관의 아쉬움’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없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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