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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어느덧 200번째…트리플 크라운에 대한 거의 모든 것 [발리볼 비키니]

입력 2021-02-20 10:53업데이트 2021-02-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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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한 뒤 기념 촬영 중인 현대캐피탈 허수봉과 이를 지켜보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 선수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현대캐피탈 허수봉(23)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에서 블로킹, 서브, 후위 공격을 각 3개씩 성공하면서 개인 통산 첫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전체로 따졌을 때는 역대 200번째로 나온 트리플 크라운이었다.

프로 스포츠에서 통산 기록을 따질 때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기록을 따로따로 기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트리플 크라운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정규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나온 트리플 크라운은 187개가 전부다. 나머지 13개는 당연히 ‘봄 배구’에서 나왔다.

트리플 크라운은 김건태 한국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장이 제안해 프로배구 두 번째였던 2005¤2006 시즌부터 시상하기 시작했다. 첫 기록 주인공은 LIG 이경수(42·현 KB손해보험 코치)였다. 이경수는 2005년 12월 3일 구미 경기에서 상무를 상대로 블로킹 3개, 서브 4개, 후위 공격 5개를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 시대를 열었다.


○…허수봉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버킷리스트에서 하나를 지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허수봉은 남자부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작성한 53번째 선수다. ‘토종’ 선수만 따졌을 때는 18번째로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전체 트리플 크라운 200개 가운데 156개(78%)를 외국인 선수가 남겼고 나머지 44개가 토종 선수 기록이었다.

트리플 크라운을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가스파리니(37·슬로베니아)다. 가스파리니는 현대캐피탈에서 5번, 대한항공에서 14번 트라플 크라운 기록을 작성했다. 우리카드(10번)와 현대캐피탈(6번)에서 총 16번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한 파다르(25·헝가리)가 뒤를 이었다.

토종 선수 가운데서는 문성민(35·현대캐피탈) 송명근(28·OK금융그룹) 정지석(26·대한항공)이 6번으로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성민은 나이도 적지 않은 데다 무릎 부상을 안고 뛰고 송명근은 코트 복귀가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정지석이 단독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개인 통산 트리플 크라운 1위 가스파리니는 2013년 2월 27일 인천 방문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면서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는 대한항공 김학민(38·현 KB손해보험) 역시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한 경기에서 선수 두 명이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작성한 건 이 경기가 처음이다.

통산 2위 파다르는 현대캐피탈 시절이던 2019년 2월 26일 대전 방문 경기에서 팀 동료 전광인(30·현 상근예비역)과 함께 나란히 트리플 크라운에 성공했다. 같은 팀 선수 두 명이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남긴 건 이 경기가 처음이다. 그해 11월 29일 안산 경기에서는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조재성(26)이 ‘토종 콤비’ 1호 동반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남겼다.

그밖에 총 7경기에서 선수 두 명이 동시에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했다.


○…소속 선수가 트리플 크라운을 가장 많이 작성한 팀은 대한항공(44번)이다. 이어서 △OK금융그룹 35번 △현대캐피탈 29번 △삼성화재 26번 △우리카드(이하 드림식스 시절 포함) 한국전력 각 23번 △KB손해보험 20번 순서다. OK금융그룹은 2013~2014 시즌부터 리그에 참여한 신생팀이지만 무서운 속도로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남겼다.

거꾸로 상대 팀 선수에게 트리플 크라운을 가장 많이 허용한 팀은 한국전력(40번)이다. 그 뒤로 △KB손해보험 35번 △우리카드 29번 △삼성화재 27번 △현대캐피탈 23번 △대한항공 21번 △OK금융그룹 18번 △상무 7번 차례다.

구장별로는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트리플 크라운이 가장 많이 나왔다. 대전에서 작성한 트리플 크라운은 총 38개. 이 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삼성화재 선수가 18개를 남기는 동안 상대 팀 선수가 20개를 기록했다. 천안 유관순체육관은 현대캐피탈이 프로 원년부터 안방 구장으로 사용했지만 트리플 크라운이 19번(현대캐피탈 12번, 방문팀 7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체 트리플 크라운 200번 가운데 160번(80%)을 이긴 팀 선수가 기록했다. 또 당연히 경기를 오래 치를수록 트리플 크라운 달성 확률이 올라갔다. 5세트 경기에서 79번 트리플 크라운이 나왔고, 4세트는 69번, 3세트는 52번이었다.

○…허수봉은 트리플 크라운에 서브 득점 하나만 남겨 놓은 상황에 대해 “의식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허수봉처럼 세 항목을 전부 딱 3개씩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한 경우는 총 3번이었다.

어떤 선수가 블로킹, 서브, 후위 공격 가운데 두 항목에서는 3개 이상을 기록하고 하나는 2개에 그쳤을 때 흔히 ‘트리플크라운급 활약을 선보였다’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정규리그에서 이런 기록이 나온 건 총 342번이었다.

서브가 하나 부족해 트리플 크라운에 실패한 케이스가 169번이었고 블로킹이 모자란 실패한 사례가 158번으로 뒤를 이었다. 후위 공격이 2개라 실패한 사례는 5번밖에 되지 않았다. (OK금융그룹 시몬은 후위 공격 23개를 기록하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한 끗’이 모자라 트리플 크라운에 실패한 사례가 제일 많은 선수는 박철우(36·현 한국전력)였다. 박철우는 총 20경기에서 기록 하나가 부족해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10번이 서브 한 개가 모자라 트리플 크라운에 실패한 사례였다. 2009년 대표팀 시절 폭행 당한 상처를 다시 드러낸 이번 강서브는 에이스로 연결되기를 희망한다.


○…여자부에서는 이날까지 총 64번 트리플 크라운이 나왔다. 여자부 정규리그 경기에서 한끗이 모자라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실패한 건 47번이다.

이 중 제일 유명한 경기는 2015년 3월 9일에 나왔다.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에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선 채 맞이한 3세트 24-17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흥국생명 이재영(25)은 서브와 후위 공격은 각 3개를 성공했지만 블로킹은 2개에 그친 상태였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 순간 작전 타임을 불러 ‘수비(서브 리시브)에 성공하면 공격하지 말고 그대로 공을 상대 코트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나중에 현대건설 감독이 되는 이도희 당시 해설위원은 이 장면에 대해 ‘박 감독이 이재영의 트리플 크라운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공격을 시도해야 이재영이 남은 블로킹 한 개를 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박 감독 지시를 충실히 따랐지만 블로커 터치 아웃에 이어 서브 범실로 경기가 끝나면서 이재영은 끝내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해 2월 20일 경기에서 블로킹 4개, 서브 3개, 후위 공격 5개를 성공하면서 이날 한을 풀었다.

대전=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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