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책임감 가득’ 양현종이 말하는 #반등 #2019년 #태극마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8일 05시 30분


4월까지 5패, 평균자책점 8.01로 고전했던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이 5월 들어 모두가 알던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5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0.77로 위력을 되찾았다. 엄청난 상승세에도 양현종은 “흔들리지 않고 한 경기씩 이겨가겠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4월까지 5패, 평균자책점 8.01로 고전했던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이 5월 들어 모두가 알던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5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0.77로 위력을 되찾았다. 엄청난 상승세에도 양현종은 “흔들리지 않고 한 경기씩 이겨가겠다”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양현종(31·KIA 타이거즈)은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선수다. 그런 만큼 2019년 상반기는 유독 몸과 마음의 짐이 무거웠다. 개인사로 스프링캠프에 다소 늦게 합류했고, 시즌 초 고전이 이어졌다. ‘에이스’는 KIA의 최하위 추락을 막지 못했고, 결국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그는 다사다난했던 지금까지의 2019시즌은 물론, 투수 최고참이 된 격세지감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 잠깐의 부진, 다시 평균으로 회귀

양현종의 부진은 잠깐이었다. 5월 5경기에서 35이닝을 소화하며 3승2패, 평균자책점 0.77로 위력을 뽐냈다. 이대로면 월간 MVP는 따 놓은 당상이다. 4월까지 6경기에서 30.1이닝을 던지며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8.01로 고전했던 모습 대신 평균에 수렴하고 있다.

스스로 꼽은 반등 키워드는 힘 빼기였다. 양현종의 최고구속은 데뷔 초까지만 해도 150㎞를 상회했지만 이제는 평균 143㎞ 안팎에 형성된다. 구속이 줄어든 자리는 컨트롤이 채웠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9이닝당 4.73개의 볼넷을 내주던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수치를 2.87까지 낮췄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성적은 올랐다.

올 시즌 초 한두 경기에서 삐끗하며 다시 몸에 힘이 들어갔던 그는 이내 밸런스를 되찾았다. 그는 “전력분석팀이나 코치님들과도 자주 미팅했다. 결국 힘을 빼고 제구 위주로 돌아가니 위력이 생겼다”며 “제구는 늘 집중해야 하는 영역이다. 초구를 잘 잡으려고 노력하며 타석당 투구수가 줄고, 긴 이닝 소화가 가능해졌다”고 자평했다.

에이스가 살아나자 KIA도 달라졌다. KIA는 박흥식 감독대행이 부임한 최근 9경기에서 8승1패의 상승곡선을 그렸다. 양현종은 그 중 2경기에서 완벽투로 승리를 챙겼다. 4할대 승률을 회복했고, 공동 6위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와 단 2경기 차다. 양현종은 “아직 남은 시즌이 길다.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팬들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실 흔들렸던 시즌 초반에도 그랬지만, 연승이나 연패에 흔들리지 않고 한 경기씩 이겨가겠다”고 다짐했다.

● “경험 부족에 기대지 말라”

27일 기준 KIA의 1군 투수 13명 중 양현종은 최고령이다. 동기생 고영창(30)은 양현종보다 한 살 어리다. 특히 불펜 필승조의 평균연령은 20대 중반이다. 하준영(20), 전상현(23), 이민우(26), 문경찬(27) 등 덜 주목받던 선수들이 1군 핵심 불펜으로 거듭났다. 양현종에게는 팀의 간판을 넘어 중심을 잡아야 하는 역할까지 주어졌다.

시즌 초, 젊은 선수들이 한창 고전할 때도 양현종은 박수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 부진과 슬럼프는 통과의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단, 경험 부족에게 오래 기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필승조를 비롯한 후배들 대부분은 1군 경험이 많지 않다. 이것저것 해보면서 실패를 해야 할 때다. 단, 그 실패 속에서 뭔가를 느껴야 한다. 나 역시 프로 초년병 때 마운드에서 별의 별 경험을 다하면서 ‘내 것’이 생겼다. 마운드에 오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등판 없이는 실패도 없고, 그러면 성장도 없다. 1군에서 치고 박은 후배들이 나름의 슬럼프와 고비를 조금씩 극복하는 것 같아 든든하다.”

양현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양현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광현이와 함께 태극마크를!”

양현종에게 태극마크는 남다른 의미다. 주위에서 많은 이닝 소화에 대한 우려를 건네도 그는 “나는 마운드 위가 좋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2010광저우부터 2014인천, 2018자카르타-팔렘방까지 아시안게임(AG) 3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투수 중에서 AG 3연속대회 출장한 건 양현종이 유일하다. 야수를 포함해도 김현수(LG 트윈스)와 양현종 둘뿐이다. 2015 프리미어12에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을 때 가장 아쉬워했던 것도 양현종 본인이다.

올해부터 쟁쟁한 국가대항전이 차례로 예정돼 있다. 올 시즌 후 프리미어12가 그 시작이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2020도쿄 올림픽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2021년에는 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열린다. 물론 올해 유망한 투수들이 여럿 등장했다지만, 한국 대표팀에서 양현종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다.

양현종은 “대표팀은 뽑히면 당연히 나가는 곳이다.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라는 말로 단호히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솔직히 동갑내기 친구인 (김)광현(SK 와이번스)이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나. 나는 그저 뒤를 받치는 역할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겸손히 말한 뒤 “광현이와 함께 성인 대표팀에서 뛴 적이 없다.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모범적이며 솔선수범하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다. KIA 팬들이 양현종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잠시간의 슬럼프를 딛고 일어선 그는 더 높은 곳에 시선을 고정해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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