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니까, 현혹되지 말라…눈으로 보는 것을 믿으려는 벤투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27일 13시 02분


코멘트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음달에 있을 호주와 이란과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소집 명단 발표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오는 6월 7일과 11일 각각 호주(부산)와 이란(서울)에서 평가전을 갖는다. 2019.5.27/뉴스1 © News1
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음달에 있을 호주와 이란과의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소집 명단 발표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오는 6월 7일과 11일 각각 호주(부산)와 이란(서울)에서 평가전을 갖는다. 2019.5.27/뉴스1 © News1
어떠한 선수를 평가할 때 많이 참고하는 것은 ‘기록’이다. 그 기록은 주로 숫자로 구성돼 있고 따라서 그 숫자의 크고 작음에 따라 해당 선수를 재단하는 일이 손쉽게 발생한다.

기록이 아주 큰 가치를 갖는 종목들이 있다. 육상이나 수영 등 기본적인 기록경기들은 절대적이다. 100m를 9초대에 끊는 육상선수와 10초를 넘기는 선수를 비교하면, 전자에 해당되는 선수가 당연히 좋은 선수다.

야구처럼 데이터가 영향을 많이 미치는 종목들도 그 ‘숫자’의 힘이 크다. 매 경기마다 숫자가 크게 올라가는 농구도 비슷하다. 하지만 단순히 골이나 어시스트 등으로만 플레이어의 가치를 논하기 힘든 축구는 오판할 수 있는 확률도 커진다.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K리그나 J리그에 속한 이들보다 낫다고 평가하는 것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축구는 상대적이다. A팀에는 계륵 같은 선수가 B팀에서는 에이스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불러서 우리 스타일에 적합한 선수인지 관찰하는 것”이다. 참고는 하되, 다른 어떤 것에 영향을 받기 보단 자신들의 눈을 믿는다. 감독의 기본 자질이기도 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A매치 2연전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대표팀은 오는 6월7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호주와, 나흘 뒤인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평가전을 갖는다.

대표팀은 오는 9월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위한 아시아지역 예선에 돌입한다. 6월 2연전은 실전을 앞둔 시점에서의 평가전이란 측면에서 관심이 향한다.

벤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계약할 때 우선시 했던 목표는 Δ2019 UAE 아시안컵과 Δ2022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아시안컵은 아쉽게 막을 내렸다. 우승을 노렸다가 8강에서 중도하차했으니 실패다. 그래도 해당 대회는 부임 후 시간이 짧았다는 변명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은 다르다.

그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함께 갈 선수들을 추려야하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행보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아직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남겨둔 손흥민도 불렀다.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서 최고의 선수들을 부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면서 “부를 수 있을 때 불러서 다른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게 해야 실전을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아직 소속팀 일정이 끝나지 않아 합류가 늦을 권창훈과 이승우를 호출한 것 역시 눈으로 봐야 확실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까닭이다. 다른 각도에서, 그래서 벤투 감독에게 기록은 중요치 않다.

벤투 감독은 왜 K리그 득점랭킹이나 도움 랭킹 상위권 선수가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주 손쉽게 답했다. 그는 “어느 나라 리그에서 뛰는 선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골이나 어시스트 등 기록적인 것, 단순한 숫자도 마찬가지”라면서 “나는 선수들의 특징과 능력이 우리가 구축한 플레이 스타일에 적합한지를 본다”고 단호한 목소리를 전했다.

돌아보면 지난해 8월 지휘봉을 잡은 뒤 벤투 감독이 소집 때마다 자주 쓴 표현 중 하나는 ‘관찰’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스타일에 적합한 선수인지, 불러 잘 관찰하겠다”로 풀어내야 더 정확하다.

경기장에 직접 가서 선수들을 보거나 TV를 통해 보거나 그 선수에 대한 누군가의 조언을 통해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는 있으나 직접 보는 것만은 못한 것은 당연하다. 벤투의 소신을 알 수 있던 또 다른 대목도 있었다.

지난 3월 평가전 때 처음으로 호출했다가 출전기회를 주지 않았던 백승호가 이번에 다시 뽑혔다. 관련한 질문에 벤투는 “백승호의 기본적 능력은 확신이 있다. (백승호가 뛸 수 있는)포지션에 여러 선수들이 이탈했는데, 그가 유일한 대체자라 할 순 없지만 후보 중 한 명임은 분명하다”면서 “올 시즌 1, 2군을 오갔다는 점에서 (판단에)어려움이 있다. 잘 관찰하겠다. 다음 시즌에는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름값이 선발의 제1 기준이라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지로나 소속의 백승호는 한국대표팀에서 어렵지 않게 한 자리를 꿰차야한다. 앞으로도 K리그 득점 1위나 도움 1위가 왜 뽑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물음표에 대한 벤투의 대답을 미리 예측하자면, ‘축구니까’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