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우사인 볼트가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힘든 이유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1월 1일 05시 30분


우사인 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사인 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에서 자신의 주 종목을 바꾼다는 건 모험이다. 평생을 한 종목에서 피땀을 흘려도 될까 말까한 게 스포츠인데, 종목을 바꿔서 정상에 도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예 어렸을 때 종목 변경으로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성인의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목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는 농구의 마이클 조던이다. 조던은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에서 3년 연속 우승한 후 1993년 10월 은퇴했다. 더 이상 동기부여가 없었다. ‘농구의 신’은 이듬해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더블A에 입단해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타율 2할을 겨우 넘기는 등 기대에는 못 미쳤다. 야구선수 조던의 한계였다. 1년 만에 다시 농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1996년부터 다시 3년 연속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조던은 “야구에서 실패했다고 하지만 더 강한 열정으로 농구로 돌아왔다”고 했다.

요즘 관심의 대상은 육상의 우사인 볼트(32)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따낸 ‘육상의 신’은 지난해 런던세계선수권을 끝으로 트랙을 떠났다. 더 이상 이룰 게 없었다. 은퇴 후 선택한 건 축구다. 평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좋아했던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독일과 노르웨이, 남아공, 미국 등을 돌며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최근 호주리그의 센트럴코스트와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정식 선수가 된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신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걸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볼트의 성공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들이 많다. 크게 2가지 이유다. 종목마다 필요한 근육이 다르다는 점과 팀워크를 중시하는 축구 종목의 특성 때문이다.

우사인 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사인 볼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볼트의 주 종목은 단거리 육상이다. 단거리는 짧은 시간에 최대한 스피드를 내야 한다. 순간적인 폭발력을 위해 속근이 중요하다. 반면 축구는 지구력이 좋아야한다. 순간적인 동작도 많지만 그걸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지근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만 달리는 근육이 아니라 전후와 좌우 모두에서 순간적인 힘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보폭도 차이가 크다. 육상은 최대한 큰 보폭으로 뛰어야한다. 하지만 축구는 아니다. 큰 보폭은 불안감만 키운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육상에서 축구 선수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지만, 크게 벌어진 스탠스를 고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축구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팀워크다. 개인종목인데다 기록경기인 육상과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육상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반면 축구는 90분 동안 팀을 위해 뛰어야 한다. 혼자만 잘하면 되는 종목이 아니다. 동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는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야한다. 동료들이 힘들어지면 팀워크는 깨진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축구는 복합적인 운동이다. 1~2년 사이에 기량이 급성장하지 않는다. 볼 트래핑 하나 잘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또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해 충분한 기술을 쌓아야하고, 체력과 함께 전술 훈련을 해야 한다. 이는 전체적인 경기의 이해도를 요구한다”며 “단기간에 모든 걸 갖추기는 쉽지 않다”고 볼트의 한계를 지적했다.

비센테 델 보스케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평가에도 공감이 간다. 그는 올림픽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볼트는 역습 위주의 팀, 빠른 공수전환을 노리는 팀에는 녹아들 수 있다. 공간이 있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큰 어려움은 기본적인 축구기술을 익히는 일이다. 볼 컨트롤, 패스, 드리블, 볼 터치는 어렸을 때부터 익혀야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건 다르다. 또 자신의 꿈과 그 꿈을 이루는 것도 똑같을 순 없다. 볼트의 경우에도 이룰 것 다 이룬 육상과는 달리 축구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볼트의 열정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특히 30대의 나이에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도전 정신만은 본받을 만하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