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팀이라 지기 싫었다”…권순태, 전북 현대→가시마 이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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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4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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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사진=스포츠동아DB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수원 삼성 임상협에게 박치기를 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의 한국인 골키퍼 권순태(34)를 향한 비난여론이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 보인다.

권순태는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수원의 공격수 임상협을 머리로 들이받아 쓰러뜨렸다.

이날 가시마의 골키퍼 권순태는 경기 중 수원 임상협과 경합하는 과정에서 살짝 충돌했다. 그러자 권순태는 분을 참지 못한 듯 임상협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 욕설을 내뱉으며 박치기까지 했고, 임상협은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충분히 퇴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지켜본 주심은 레드카드가 아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본 매체 케키사카 등에 따르면, 경기 후 권순태는 “해선 안 될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승리하게 돼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팀이기 때문에 지기 싫었다. 전 소속팀인 전북을 꺾고 올라온 팀이기에 절대 지기 싫었다”고 했다.

이어 “수원 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원에서 열리는) 2차전에선 야유가 더 심해질 것이라 예상한다”며 “저희 팀 선수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내가 이만큼 욕먹고 있으니, 너희들이 그만큼 잘 해야한다고 이야기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순태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 축구팬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권순태는 가시마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골키퍼다. 그는 2006년 전북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상무에서 뛴 기간을 제외하고 2016년까지 전북에서 활약했다. 전북에서 K리그 301경기에 출전해 334실점을 기록했으며, 2014년부터 3년 연속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시상식 베스트 11 골키퍼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권순태는 지난 2017년 1월 초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의 러브콜을 받고 이적을 결정했다. 당시 전북은 “처음엔 이적을 만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의 결심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순태는 가시마 합류 직후인 지난해 1월 30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었더라도 스스로에 당당하고 싶었다”며 “(전북에) 남았다면 나름 편안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나태함이 싫었다.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로 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도 많았다. 날 키워준 소중한 팀을 떠난다는 게 쉽지 않다”며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언젠가 현역을 떠날 때 후회를 남기기 싫었다. 퇴보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적 결심 이유를 설명했다.

가시마의 팀 분위기에 대해선 “따스하게 환대해줬다. 내 신분을 잊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외국인 선수”라며 “내가 먼저 다가서고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짧은 영어로 소통하지만 하루 1∼2시간씩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방향과 위치조정 등 축구에 꼭 필요한 기본용어도 조금씩 쓰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권순태는 ‘박치기 논란’ 이후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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