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1년 남짓 머문 외국인 감독, 벤투는 달라야 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7일 05시 30분


7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갖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적응훈련을 가졌다. 훈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웃고 있다. 고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7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갖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적응훈련을 가졌다. 훈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웃고 있다. 고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선임할 때마다 늘 시끄러웠던 게 있다. 외국인 지도자 영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 덕분에 한동안 외국인 쪽으로 쏠리는가 싶더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국내 감독에게 맡겼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다시 국외 지도자(파울루 벤투)가 지휘봉을 잡았다.

벤투 선임을 앞두고 발표된 여론 조사는 우리의 민심을 대변해준다. 7월 한국갤럽에 따르면, ‘외국인 감독이 좋다’는 쪽이 40%로 국내 감독을 옹호한 36%보다 조금 높았다.

외국인 감독의 강점은 아무래도 선진 시스템 적용과 합리적인 선수단 운영이다. 3일 소집 훈련을 한 대표선수들이 벤투의 훈련 프로그램을 인상적이라고 호평했다. 물론 이제는 국내 감독들도 그에 못 지 않는 운영능력을 갖췄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외국인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

그렇다고 모두 긍정적인 건 아니다. 만만치 않은 비용과 함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선수 파악, 새로운 환경 적응은 고민거리다. 그래서 외국인을 데려올 경우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이왕 비싼 돈 주고 데려왔으면 제대로 활용해야한다. 선수단 관리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배우고 뽑아내야 본전 생각이 안 난다. 또 그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분위기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오래, 멀리 갈 수 있다.

역대 한국축구를 지도한 외국인 감독은 벤투를 포함해 모두 8명이다.

아나톨리 비쇼베츠(1994. 7. 24~1995. 2. 26)를 시작으로 거스 히딩크(2001. 1. 1~2002. 6. 30), 움베르투 쿠엘류(2003. 2. 3~2004. 4. 19), 조 본프레레(2004. 6. 24~2005. 8. 23), 딕 아드보카트(2005. 10. 1~2006. 6. 30), 핌 베어벡(2006. 7. 1~2007. 8. 3), 울리 슈틸리케(2014. 9. 24~2017. 6. 15) 등이 우리와 인연을 맺었다. 국적별로 보면 네덜란드가 4명(히딩크,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베어벡)이고, 포르투갈 2명(쿠엘류, 벤투), 우크라이나(비쇼베츠), 독일(슈틸리케) 등이다.

7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갖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적응훈련을 가졌다. 벤투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고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7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갖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적응훈련을 가졌다. 벤투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고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들을 영입했을 때는 기대가 컸다. 출발도 좋았다. 역대 외국인 감독의 데뷔전 성적은 5승1무1패다. 첫 걸음은 장밋빛이었다. 유일한 패배 감독은 히딩크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승부에서 가장 잘 싸운 감독도 히딩크다. 그래서 데뷔전과 성공 여부의 상관관계를 따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대신 짧은 재임기간이 눈에 거슬린다. 2년 9개월의 슈틸리케를 제외하면 대개 1년 남짓이다.

히딩크를 빼면 실패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유가 성적이겠지만 당장의 성적에 급급해 장기 플랜을 만들지 못한 것도 뼈아프다. 감독 자질에 대한 검증이 우선이겠지만, 선임된 감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기다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4년이라는 중장기 플랜과 그에 따른 성과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벤투가 7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데뷔전을 갖는다. 내년 1월 아시안컵과 4년 뒤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첫 걸음이다. 벤투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이날 경기를 보면 그가 구상하는 청사진의 윤곽을 알 수 있을 듯하다. 경기는 이겨야겠지만 만에 하나 지더라도 경기 내용면에서 크게 흠을 잡혀선 곤란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한국축구가 한껏 고무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벤투는 계약대로라면 2022년 12월까지 한국축구와 운명을 같이한다. 우리는 히딩크 이후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꾼다. 그 역할을 벤투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대한 도전을 향한 벤투의 힘찬 출발을 기대해본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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