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허들 100m 金 정혜림 “이제 첫 허들 넘었을 뿐…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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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세번 도전 끝에 亞경기 정상…불운-실패에 울다 어느덧 31세
“이번 금메달은 절반의 성공…다음 허들은 한국신기록 경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육상에 8년 만에 금메달을 안긴 100m 여자 허들 간판 정혜림이 28일 이틀 전 결전을 치렀던 GBK 스타디움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다시 찾았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육상에 8년 만에 금메달을 안긴 100m 여자 허들 간판 정혜림이 28일 이틀 전 결전을 치렀던 GBK 스타디움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다시 찾았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좋은 날 왜 울어요.”

‘허들 여왕’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은 여전히 활짝 웃고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육상 여자 100m 허들에서 우승한 뒤 이틀이 지난 28일 육상 경기장인 GBK 스타디움에서 만날 때였다. 당시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지켜보던 후배들 몇몇은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정작 정혜림은 그 흔한 기쁨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정혜림이 손꼽아 기다렸던 순간은 쉽게 오지 않았다. 8년 전 광저우, 스물셋의 정혜림은 아시아경기 이 종목 예선이 끝나자마자 엉엉 울었다.

“선수가 9명 나와서 한 명을 탈락시키느라 원래 없던 예선이 생겼어요. 근데 그 한 명이 저였어요. 그게 두 배로 슬프더라고요. 진짜 내가 운동을 해야 하나…. 저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4년 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허들에 걸려 4위로 메달을 놓치고 한 번 더 눈물을 흘려야 했다. 두 번의 실패를 하고 나니 나이는 어느덧 서른을 앞뒀다.

“운동에 모든 걸 바쳤는데 그만둘 날이 얼마 남지 않으니까 지난 시간이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조금 철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20대 때는 실수도 용납이 되지만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 실수도 허락이 안 되고.”

초조한 마음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정혜림은 “그래도 저는 행복한 거다”라고 말했다.

“저만 겪는 게 아니잖아요. 주변에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 보면 여기저기 치이는데 저는 어쨌든 제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거니까 행복한 거죠. 선배들도 다 운동할 때가 제일 좋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는 걸 정말 많이 느껴요.”

20대의 정혜림과 30대의 정혜림은 뭐가 달라진 걸까.

“예전엔 운동을 ‘열심히’만 했다면 30대 때는 부족한 부분을 찾아서 끌어올리는 법을 알게 됐어요. 이제 몸 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훈련도 아예 안 해요. 안 좋을 때 억지로 하면 오히려 나쁜 게 배어버리더라고요.”

이번 금메달은 정혜림에게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경기를 마치자마자 태경 오빠(박태경 코치)랑 ‘이제는 메달은 이뤘으니 기록(한국기록 13초00)을 목표로 가자’고 얘기했어요. 뛰다가 걸려 넘어지는 한이 있어도 기록을 깨자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정혜림의 최고 기록은 13초04다.

인터뷰를 마치며 늘 땡볕에서 훈련하면서도 10년 넘게 그대로인 ‘미모 관리’ 비법을 물었다.

“화장으로 가리죠. 지우고 나면 못 봐줘요.”

정혜림은 29일에는 여자 4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자카르타=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허들#정혜림#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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