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의 선택 vs 규정과 건강, ‘미세먼지 취소’ 딜레마

  • 스포츠동아

KBO는 15일 미세먼지가 덮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팬들의 건강을 고려해 KIA와 롯데의 경기를 취소했다. 그러나 미세먼지 속에서도 경기를 관람하고자 했던 일부 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BO는 15일 미세먼지가 덮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팬들의 건강을 고려해 KIA와 롯데의 경기를 취소했다. 그러나 미세먼지 속에서도 경기를 관람하고자 했던 일부 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자연재해가 필드를 또 다시 덮쳤다.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야구팬들의 눈살을 이중삼중으로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KIA와 롯데의 맞대결이 예정됐던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사전 판매된 표만 1만5700여장. 더군다나 전날(14일) 경기가 우천 취소됐던 터라 팬들의 야구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강했다.

그러나 오후 2시가 되어서도 경기는 시작되지 않았다. 전남과 광주지역을 강타한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정오부터 급격하게 상승한 미세먼지 수치는 오후 2시께 414㎍/㎥을 기록했다. 광주에는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2018년 KBO리그 규정 제27조에는 ‘경기개시 예정 시간에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어 있을 경우, 해당 경기운영위원이 지역 기상청(기상대) 확인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하여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여부를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15일 광주지역에 내려진 미세먼지 경보는 주의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것이었다.

김용희 경기감독관은 2시 정각에 “조금만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현장 관계자들과 KBO 협의를 거쳐 오후 2시 28분 최종 취소를 결정했다. 올 시즌 네 번째 미세먼지 취소 결정이었다.

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미세먼지로 인해 취소결정 됐다. 롯데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미세먼지로 인해 취소결정 됐다. 롯데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BO는 경기 취소에 대해 “늦은 오후까지 높은 미세먼지 수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관측이 있었다. 팬들의 건강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을 찾은 팬들은 KBO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날 부산에서 광주까지 원정 응원을 왔다는 롯데 일부 팬들은 “팬들의 처지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처사”라고 분개해했다. 이어 “SK와 개막전을 치렀던 날의 시야가 지금보다 더 나빴다. 일관성이 없는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실제 KBO 규정에는 미세먼지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정확한 수치에 대한 기준이 없다. KBO는 “미세먼지 수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숫자를 딱 정해서 기준으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15일의 경우, 미세먼지 주의보가 12시, 미세먼지 경보가 1시에 발령됐다. 팬들이 입장한 후 경기 취소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미세먼지 속 경기관람은 결국 자기선택이라는 팬의 의견도 있었다. KIA 유니폼을 입고 응원석을 마지막까지 지킨 한 30대 남성 팬은 “오전 일기예보를 보고 미리 마스크와 마실 물 등을 준비해 왔다. 미세먼지 속에서도 경기를 보려는 팬들이 많다. 결국 팬들의 자기선택 아니겠나. 조금만 더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광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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