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강한 서브를 자랑하는 팀이다.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시즌부터 팀 서브 부문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은 단 세 번뿐이다. 강한 서브를 앞세워 상대 리시브라인을 공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외국인선수만 봐도 레안드로와 칼라, 에반 페이텍, 네맥 마틴, 지금의 미챠 가스파리니까지 서브에 강점을 지닌 선수가 여럿 있었다.
‘도드람 2017~2018 V리그’에서도 서브가 강하다는 대한항공의 이미지는 그대로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늘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것도 “색깔 있는 서브를 구사하라”는 것이다. 가스파리니의 강서브에 토종선수들까지 힘을 보태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같은 전략은 후반기 첫 경기인 24일 홈 코트 계양체육관에서 삼성화재를 맞아 완벽하게 통했다. 이날 대한항공은 서브에서 9-0의 완벽한 우위를 점하며 세트스코어 3-0(25-19 25-18 25-17)의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2연패의 사슬을 끊은 대한항공은 승점 38(14승 11패)로 한국전력(승점 37)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가스파리니는 1세트에만 4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는 등 20득점(5서브)을 따내며 승리를 이끌었고, 진상헌(2개), 한선수, 정지석(이상 1개)도 효과적인 서브로 상대의 세트플레이를 차단했다. 3세트 24-17에서 따낸 마지막 득점도 정지석의 절묘한 서브로 만들어냈다.
세트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은 삼성화재는 박철우(18득점)와 타이스(11득점)의 단조로운 사이드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속공으로 만들어낸 득점은 박상하의 2점이 전부였다.
삼성화재는 리시브와 토스, 공격의 3박자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피나는 훈련을 하는 분업배구의 팀이다. 그러나 리시브가 흔들리면, 그 위력은 반감된다. 이날 대한항공의 서브는 삼성화재의 리시브라인을 완전히 흔들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 전 “범실을 줄여야 후반기에 승부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의 바람도 어긋났다. 이날 삼성화재는 1세트 22.7%, 2세트 23.8%의 리시브정확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은 이날 경기를 통해 후반기의 해법을 찾은 셈이다. 적어도 “색깔 있는 서브”를 강조한 박 감독의 주문이 완벽히 통했다. 강서브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터진 플로터 서브도 훌륭한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