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42.195km, 젊은층 응원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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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주국제마라톤]풀코스 두번째 성공 박필전씨
10년전 맨발 등산부터 시작… 마라톤으로 도전영역 넓혀

15일 경주국제마라톤에 나선 박필전 씨(61·사진)는 풀코스 42.195km를 뛰는 내내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그가 고급 마라톤화를 갖춰 신고 뛰어도 힘든 풀코스를 맨발로 뛰었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안 아프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그랬어요. 아프면 왜 하겠느냐고요.”

박 씨는 이제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45차례나 완주한 베테랑 마라토너다. “마흔넷에 처음 시작했어요. 몸도 안 좋고 사업도 쫄딱 망해서 의욕이 하나도 없었는데 대학 후배가 달리기를 권하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2000년 동아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했다가 25km에서 포기했어요. 온몸이 쑤시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너무 행복했어요. 그때부터 러너스클럽 동호회에 가입했어요. 그해 가을 3시간 51분으로 처음 풀코스를 완주했는데 한 일주일을 웃고 다닌 것 같아요. 처음 완주한 기쁨은 그렇게 길게 가요. 요즘에는 하루면 사라지지만(웃음).”

하지만 운동화를 벗고 풀코스를 뛴 건 이번이 두 번째다. 10년 전부터 한라산, 설악산, 아차산, 관악산부터 울릉도 성인봉까지 웬만한 산을 맨발로 걷기 시작한 박 씨는 맨발 등산이 익숙해지자 점차 산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맨발로 뛰기 시작했으니 마라톤도 맨발로 해보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가을 처음 도전해 맨발로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 박 씨는 이번에도 5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죠. 재밌잖아요. 제가 페이스북도 열심히 하는데 아무리 유명한 정치인이랑 사진을 찍어도 맨발로 마라톤 완주한 사진이 반응이 더 좋아요. 젊은이들이 도전, 성취에 많이들 공감을 하더라고요.”

물론 흙길이 아닌 아스팔트 도로에서 풀코스를 맨발로 뛰는 일은 박 씨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에 맨발 마라톤을 적극 권하지는 않는 이유다. 하지만 박 씨는 맨발 등산만큼은 ‘전도사’를 자처한다. “부드러운 흙길을 뛰면 정말 행복합니다. 또 혈액 순환이 정말 잘됩니다.”
 
 
 
경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박필전#맨발 마라토너 박필전#2017 경주국제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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