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넥센의 최고히트상품은 이정후(19)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갓 프로에 입단한 신인임에도 23일까지 타율 0.336, 2홈런, 34타점으로 맹활약중이다. 아마추어 시절 내야수였지만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전향해 붙박이 중견수 자리를 꿰찰 정도로 당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고졸 신인들의 경우 변화구 공략에 애를 먹으면서 부진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그는 4월 잠깐 흔들렸을 뿐 금방 약점을 보완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신인왕은 떼놓은 당상이고, KBO리그 고졸신인 최초로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더 놀라운 부분은 꾸준함이다. 이정후는 시즌 개막부터 23일까지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장하고 있다. 대타나 대수비, 대주자로 나선 것은 92경기 중 8번에 불과하다. 프로에서 몇 년 동안 뛴 선수도 힘든 전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오히려 올스타브레이크에서 휴식을 취한 뒤 6경기에서 타율 0.458(24타수11안타), 7볼넷, 6득점, 3타점으로 좋은 타격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23일 고척 kt전에서는 3-4로 지던 7회 1사 3루서 동점적시타를 때려내더니, 5-4로 역전한 8회 2사 만루서 2타점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정후의 활약을 가장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가 넥센 장정석 감독이다. 고졸 루키의 체력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장 감독은 “(이)정후는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선발출장을 하지 않는 날에도 대타와 대주자로 기용하고는 있지만 최대한 휴식을 주려고 한다”며 “모든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룰이긴 한데 3연전 중 하루는 훈련을 쉬도록 하고 있다. 보통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이 쉴 때도 나와서 훈련을 하지만 (이)정후는 웬만하면 쉴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이정후에게서 아버지 이종범 해설위원의 모습도 발견하고 있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한국프로야구를 발칵 뒤집어놨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좋은 자질을 아들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장 감독은 “아무리 관리를 해줘도 신인이 꾸준히 활약하기 쉽지 않은데 (이)정후는 강한 체력을 타고난 것 같다”며 “정신력도 강하고 강단이 있는 스타일이다. 아버지의 현역시절처럼 집중력도 굉장히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이어 “본인이 노력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타고난 능력이 받쳐주기 덕분에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