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의 공백기는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 경기에 뛸 수 없다는 아쉬움도 컸지만, 주장으로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 아팠다. 그 부담감이 한화 이용규(32)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용규는 5월2일 인천 SK전에서 주루 도중 오른 손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한창 타격감이 올라오던 찰나에 당한 불의의 부상이었다. 아쉬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깁스를 하고 뼈가 붙기를 기다리는 대신 일본으로 건너가 핀 고정술을 받은 이유도 빠른 복귀를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초로 예정됐던 복귀시기는 6월 중순~6월 말~7월 초까지 미뤄졌다. 팬들 사이에선 올 시즌이 끝나고 2번째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이용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부상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이용규는 정상적인 복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다친 부위가 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손목이라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주장 완장도 송광민에게 넘겼다. 리더의 공백이 길어진 데 따른 미안함도 컸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도 “절대 (이용규를) 급하게 올리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고의 경기력을 뽐낼 수 있을 때 1군에 올라오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결국 이용규가 4~6일 서산 NC와 2군경기 3게임에 모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9타수 3안타(타율 0.333) 3타점을 기록한 것을 확인한 뒤 그의 콜업을 전격 결정했다. 센터라인 강화는 물론 외야 수비 안정화, 득점력 상승 등 이용규의 합류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실로 여러 가지였다. 그 기대대로 이용규는 8~9일 잠실 LG전에 모두 2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7타수 2안타(타율 0.286)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8타석에서 상대 투수가 총 40구(타석당 5구)를 던지게 하는 특유의 끈질긴 모습도 보여줬다. 이 감독대행이 “이용규의 복귀로 타선이 완전체가 됐다”고 밝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송광민도 “(이)용규까지 합류하면 후반기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 타선은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이 감독대행의 말을 뒷받침했다.
이용규는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책임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팀이 어려울 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 어떻게든 팀 타선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지금은 타격감이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제는 공 하나하나에 집중할 뿐이다. 타격감을 논할 때가 아니다. 매 타석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