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와의 전쟁터’ 된 제117회 US오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1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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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개막을 앞둔 US오픈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공포감을 조성하던 긴 러프를 깎아내자, 선수들은 더 혼란스러워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골프장의 코스 안으로 10여명의 잔디관리사들이 투입됐다. 장비까지 동원해 14번과 18번홀 등 페어웨이에서 가까운 쪽의 긴 러프(페스큐·fescue)를 쳐내기 시작했다.

제117회 US오픈이 열리는 에린힐스골프장은 까다로운 코스로 악명이 높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페스큐가 공포감을 안긴다. 대회조직위원회가 가뜩이나 ‘US오픈 역대 최장 코스’라며 으름장을 놓은 터에 페스큐는 최대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통에 선수들은 바짝 긴장했다.

개막을 준비하던 선수들 사이에선 조금씩 불만이 흘러나왔다. 티샷한 공이 페스큐 안으로 떨어지면 찾기조차 힘들뿐더러, 공을 찾았다고 해도 밖으로 꺼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연습라운드 도중 존 람(스페인)은 티샷한 공이 페스큐에 떨어지자 부상을 우려해 공을 들고 나왔고, 다른 선수들은 공을 찾지 못해 포기하고 다른 공으로 연습하기도 했다.

US오픈을 중계하는 미국의 골프채널도 거들었다. 하루 종일 몇 번이나 페스큐에서 고전하는 선수들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심지어 진행자가 직접 코스로 달려가 페어웨이와 일반 러프, 그리고 페스큐의 차이를 설명하는 장면도 수차례 방송했다.

그러자 미국골프협회(USGA)가 갑자기 러프를 쳐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4번, 12번, 14번, 18번홀 페어웨이 쪽에 가깝게 조성된 페스큐 일부를 깎아냈다. USGA는 “바람과 비로 인해 일부 홀의 페스큐가 바닥으로 쓰러졌고, 부상 위험이 있는 만큼 잘라냈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선수들의 불만을 받아들였다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일부 홀의 러프를 쳐냈다는 소식에 오히려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인 선수도 나왔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정말로 러프를 잘라냈는가”라고 반문했다.

4일 내내 하루 9홀씩 연습라운드를 소화했던 김시우(22)는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페어웨이 바로 옆 러프는 길이가 10㎝ 내외로 공을 빼내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공이 더 깊숙한 지역으로 들어가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의 긴 러프에 빠지게 된다”며 “그만큼 티샷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티샷을 잘못 쳐 공이 긴 러프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김민휘(25)도 “14번과 18번 홀의 러프를 잘라낸 뒤 라운드를 해봤는데,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원래부터 페어웨이의 넓이는 좁은 편이 아니었다. 그 대신 짧은 러프 지역이 약 10m 정도 넓어진 것 같다. 러프의 길이보다는 페스큐 잔디의 특성상 클럽을 엉키게 만들어 거리나 탄도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개막을 앞두고 달라진 코스가 어떤 변수를 낳을지 궁금하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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