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면 어때” 아마골퍼들의 프로급 열정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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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골프장에서 제4회 바이네르 아마추어 골프대회 제주 예선이 열렸다. 경기가 끝난 후 입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골프장에서 제4회 바이네르 아마추어 골프대회 제주 예선이 열렸다. 경기가 끝난 후 입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바이네르아마추어골프대회 제주 예선 성황
144명 참가, 여성이 80명…실력도 수준급


냉혹한 프로의 세계와 달리 아마추어골프에선 친선 목적이 강하다. 규칙을 어겨도 슬쩍 눈감아주거나, 실수를 해도 다시 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오히려 그런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이 아마골퍼들의 세계다. 그러나 한두 번쯤은 진짜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쉽게도 아마골퍼들에게 그런 기회는 많지 않다.

1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골프클럽에서 열린 제4회 바이네르아마추어골프대회 제주 예선은 순수 아마골퍼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프로처럼 규칙에 따라 골프를 즐기며 숨겨온 실력을 한껏 발휘하는 무대였기에 성적과 관계없이 참가 자체만으로도 골프의 또 다른 골프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프로대회처럼 완벽한 무대는 아니다. 갤러리도 없고, 상금도 없다. 그러나 열정과 각오만큼은 비장하다. 티오프를 앞두고 연습그린에서 공을 굴리며 결전을 준비하던 김수돌 씨는 “아마추어골퍼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많이 없다”며 “제대로 된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돼 참가를 결심하게 됐다. 적당한 긴장감도 느껴지고, 평소와 다른 기분이 들어 기대된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골프를 배운지 10년도 넘었는데, 그동안은 친구들, 선후배들과 라운드를 하면서 즐기는 것 자체에 만족했다. 그러다보니 규칙도 잘 모르고, 대충 칠 때가 많았다. 오늘 처음 골프대회에 나왔는데, 도전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갖게 됐고, 마치 프로골퍼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광경도 연출됐다. 대회라는 낯선 환경에 아마골퍼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실수를 했다. 모처럼 잡은 버디 기회에서 퍼트를 터무니없이 길게 해 파 세이브마저 놓치고 허탈해하는가 하면, 멋진 드라이브샷을 날린 뒤 공을 홀에 바짝 붙이려다 클럽으로 땅을 내리 찍는 ‘뒤땅’이 나와 실망하는 이도 많았다. 그래도 좋았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듯했다.

홍성진 씨는 12번홀에서 친 공이 벙커에 빠지자 “평소에는 오늘보다 조금 더 잘 친다. 잘 쳐보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힘이 잔뜩 들어가서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 오늘은 실력발휘는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번 제주 예선에는 유독 여성 참가자들이 많았다. 144명 중 80명이나 됐다. 싱글 핸디캡을 자랑하는 실력파 여성골퍼들도 눈에 띄었다. 여성 2명과 함께 경기 중이던 남성 참가자는 “여성골퍼들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기가 죽는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여성골퍼 이정희 씨는 “대회를 위해 어제(31일) 연습을 하긴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순위에 들어서 상을 타면 좋겠지만,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며 더욱 힘차게 공을 날려 보냈다.

1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골프장에서 제4회 바이네르 아마추어 골프대회 제주 예선이 열렸다. 여성 참가자들이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골프장에서 제4회 바이네르 아마추어 골프대회 제주 예선이 열렸다. 여성 참가자들이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서귀포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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