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골프는 무조건 연습량 땀은 배신하지 않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19일 05시 45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하늘은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하늘은 흔들렸던 샷이 정상을 되찾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 더 골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하늘은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김하늘은 흔들렸던 샷이 정상을 되찾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 더 골프
■ JLPGA 투어 2주 연속 우승 김 하 늘

낯선 日 코스…경기 할수록 자신감
티샷이 안정 찾으니 불안감 사라져
가족과 이경훈 코치 든든한 지원군
매일 골프를 한다는것이 진짜 행복


“호호호∼. 깔깔깔∼.”

‘방글이’ 김하늘(29)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국내 한 골프잡지의 화보촬영 현장에서 김하늘은 힘든 줄도 모르고 몇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 섰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온 그녀의 얼굴에선 행복감이 넘쳐났다.

김하늘. 사진제공|더 골프
김하늘. 사진제공|더 골프

● 잘 나가던 김하늘은 잊었다!

“상금여왕? 그런 목표는 없었다. 단지 꾸준한 경기를 하면서 좀더 빨리 적응하는 게 목표였다.”

김하늘은 2015년 8년간의 국내활동을 접고 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그 사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2011 년과 2012년 상금왕을 차지하며 국내 1인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조금씩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의 경쟁,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은 김하늘을 지치게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김하늘이 선택한 곳은 JLPGA 투어였다.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잘 나갔다거나 톱 플레이어였다는 생각은 모두 다 버렸다. 일본으로 무대를 옮기는 순간 루키라는 마음뿐이었다.”

변화는 또 다른 성장의 시작이 됐다.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더 노력했고, 그렇게 흘린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다.

김하늘에게는 변친 않는 신념이 하나 있다. 바로 ‘땀’이다. 그녀는 “골프는 무조건 연습이다. 연습량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옛 이야기를 꺼냈다.

“어렸을 때였다. 수원골프장에서 연습할 때였는데, 추운 날씨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했다. 어떻게 연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춥다며 실내로 들어갔지만, 나는 계속해서 연습했다. 그 모습을 본 골프장 사장님이 아빠에게 ‘하늘이는 나중에 뭐가 될 녀석이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연습했기에 오늘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김하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하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일본이라는 낯선 무대에 적응하는 데도 연습은 최선의 방법이었다. 김하늘은 “처음에는 일본의 코스가 어렵게 느껴졌다. 그린은 작고 높이 솟아있는 형태여서 성적을 내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런데 경기를 할수록 자신감이 붙었고, 그럴수록 기술도 좋아졌다. 결론은 연습과 경험, 노하우, 그리고 자신감이었다”고 성공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김하늘은 원래 어려운 코스에서 타수를 조금씩 줄여가며 우승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코스와는 잘 맞는다. 그러나 처음에는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 때문에 드라이브샷이 흔들리면서 고전했다. 김하늘은 “일본에선 이상하게 티샷이 잘 되지 않았다. 그게 성적이 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적응을 마치면서 자신감이 살아났고, 흔들렸던 스윙도 정상을 되찾았다. 최근의 상승세에도 2가지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김하늘은 “티샷이 안정을 찾다보니 심리적 불안감도 없어졌다. 동시에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기술이 좋아졌다”며 스윙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김하늘의 전매특허가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김하늘. 사진제공|더 골프
김하늘. 사진제공|더 골프

● 김하늘을 만든 것은 가족의 힘!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지금의 스승인 이경훈 코치는 이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김하늘의 성공에서 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은 김하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정신적 지주다. 지금은 일본에서 투어활동을 하기에 예전처럼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가족은 화목하다. 그런 모습에 김하늘이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도 가족과 관련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가족끼리 그렇게 화목하냐?’는 질문을 한다. 그 비결은 믿음이다. 우리 가족은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부모님도, 동생도, 나도 시시콜콜한 일이라도 상의하는 일이 많다.”

요즘은 부모님보다 동생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뒤늦게 골프를 배운 동생 대원(24) 군은 티칭에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4∼7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골프장에서 열린 월드레이디스 살롱파스컵에서도 동생이 누나를 뒷바라지했다. 스윙을 봐주는 코치 역할도 동생의 몫이었다. 김하늘은 이 대회를 통해 2주 연속 우승을 신고했고, 그 뒤 일본 언론에선 ‘동생이 우승의 또 다른 내조자였다’고 소개했다.

프로골퍼로 살아온 김하늘에게는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13승, 일본에서 5승을 챙기며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정작 그녀는 “프로테스트에 합격하던 날이 가장 행복했다”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첫 우승을 했던 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던 순간도 모두 행복했다. 하지만 문뜩 이런 생각도 들었다. 연습하러 골프장으로 가는데, 이렇게 공기가 좋고 자연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진짜 행복으로 다가왔다”며 지금 이 순간을 가장 큰 행복으로 받아들였다.

김하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하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2017시즌 JLPGA 성적

▲상금랭킹 1위(5956만6000 엔·약 6억400만원)
▲평균타수 1위(70.7586타)
▲메르세데스(시즌 MVP) 랭킹 1위(216.5점)
▲성적=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공동 8위, 요코하마타이어 PRGR 레이디스컵 공동 3위, 악사 레이디스 컷탈락, 야마하 레이디스오픈 공동 13위, 스튜디오앨리스 여자오픈 공동 2위, 후지산케이 레이디스클래식 공동 10위, 사이버에이전트 레이디스 우승, 월드레이디스 살롱파스컵 우승,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 4위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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