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가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렸던 프로농구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차 인기가 하락하면서 침체기를 걸어왔다. KBL과 10개 구단 모두 부흥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다행히 2016∼2017시즌 들어 다시 바람이 불고 있다. ‘송구영신 매치’에 이어 2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펼쳐진 올스타전이 팬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기대이상의 ‘흥행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 획기적 아이디어, 팬들이 모인다!
KBL은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4시 열릴 예정이던 오리온-SK전을 오후 10시로 바꿨다. ‘2017년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농구장에서 해보자’라는 각 구단 관계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과감하게 경기시간을 변경했다. ‘늦은 밤에 누가 농구를 보러 가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경기가 벌어진 고양체육관은 팬들로 가득했다. 6083명의 구름관중이 모여들었다. 이는 오리온이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홈 최다관중이었다.
이번 올스타전도 마찬가지다. 부산 개최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kt의 연고지인 부산은 프로농구 관중이 가장 적은 곳이다. 그럼에도 KBL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06∼2007시즌 울산을 마지막으로 서울에서만 올스타전을 개최해왔던 KBL은 지방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KBL은 흥행몰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 중 하나가 팬들과 선수들의 기차여행이었다. 올스타전 하루 전날인 21일 선수들과 팬들이 동승한 KTX가 부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교감의 시간을 마련했다. 지방 개최의 이점을 활용한 기막힌 발상이었다. KBL은 팬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행사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 선수들의 적극적 참여에 ‘팬 만족도 100%’
KBL은 2007∼2008시즌 올스타전부터 꾸준히 선수들이 팬들을 찾아가는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당시만 해도 선수들은 팬들과의 스킨십이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달랐다. 팬들의 요청이라면 무조건 ‘OK’였다. 올스타 선수 소개 시 각자 춤을 추는 것은 기본이고, 퍼포먼스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올스타전 2쿼터 도중 이뤄진 ‘마네킹 챌린지’ 퍼포먼스는 선수들의 참여가 없었다면 어설픈 시도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물론 감독과 코치들까지 거리낌 없이 참여해 팬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팬들의 마음을 읽고 가까이 다가간 프로농구에 다시 흥행바람이 불어올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