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염경엽 단장 “당분간 감독은 포기해야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8일 05시 30분


SK 염경엽 신임 단장. 스포츠동아DB
SK 염경엽 신임 단장. 스포츠동아DB
SK 염경엽(49) 신임 단장은 “좋은 코치, 좋은 프런트가 있어야 좋은 선수가 나온다”며 자신의 지론을 분명히 했다.

단장 선임이 알려진 17일 오전 연락이 닿은 염 단장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동안 말(SK 차기감독설)이 나온 것도 있고, 당분간 감독 자리도 포기를 해야 했다”며 입을 열었다. 염 단장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SK에서 단장으로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해왔다. 시즌 중 불거진 차기감독 사전접촉설에도 SK는 꿋꿋이 그를 원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단기연수를 앞두고 있던 염 단장은 미국까지 찾아온 류준열 SK 사장의 노력에 끝내 마음을 돌렸다.

염 단장은 “사실 올해는 공부를 하려고 했다. 컵스에선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정식코치들과 함께 미팅도 할 수 있는 연수였다. 시즌 땐 마이너리그 코치도 가능했지만, 그쪽은 많이 경험해봤기에 캠프를 마치면 일본으로 가려고 했었다”며 “집을 구하러 미국에 왔는데 SK 사장님께서 직접 찾아오셨고, 지난주 금요일(13일)에 최종적으로 수락했다”고 밝혔다.

SK의 구애는 오랜 시간 계속 됐다. 민경삼 전 단장은 사임 이전부터 야인이 된 염 단장에게 SK 단장직에 대한 운을 띄우기도 했다. 염 단장은 “사실 민 단장님이 관두시기 전에 ‘단장은 어떠냐?’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때 ‘SK라는 팀이면 나쁘지 않다. 네 인생인데 한 번 생각해봐라’고 하셨고, 이후에 정말 사장님이 찾아와 제안을 주셨다”고 말했다.

사실 염 단장은 넥센 사령탑을 맡고 있을 때부터 “원래 꿈은 단장이었다”고 말해왔다. 이전까지 프런트로 잔뼈가 굵었고, LG와 넥센에서 코치 경험을 하고 감독에 올랐다. 그는 “언젠가는 선수 출신 단장이 많아질 거란 생각을 했고, 프런트와 코치로 단장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해왔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감독을 하게 됐다. 사실 지금도 감독이 목표였다”며 웃었다.

감독을 포기하고 SK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선 “내가 가진 생각과 팀이 가진 생각이 맞아야 한다. 만약 다르다면 2~3년이 걸린다. 전임 민 단장께서 잘 해주셔서 그 시간이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구단이 밝힌 ‘육성’과 ‘시스템’에 대한 철학은 그의 생각과 맞닿아 있었다.

과거 단장을 목표하던 시절 어떤 구단을 꿈꿨을까. 염 단장은 “야구단은 결국 사람이다. 좋은 코치와 좋은 프런트가 있어야 좋은 선수가 나온다. 메이저리그의 시스템, 일본의 시스템이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저변이 넓은 미국과 일본과 달리, 우리 현실은 다르다”면서 “좋은 선수를 만들 코치와 프런트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올바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임 트레이 힐만 감독과의 호흡 역시 중요하다. 염 단장은 프런트와 코치, 그리고 최종적으로 감독을 한 경험이 ‘관계 설정’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힐만 감독에게 배울 것도 많을 것이고, 한국야구에 대해 모르는 건 조언해 성공하도록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감독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프런트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이건 내가 해봐서 잘 안다. 소통은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단장직을 수락하는데 계속 마음이 쓰였던 건 지난 시즌 중 불거진 ‘SK 차기감독설’이다. 염 단장은 “그런 구설수가 날 더 고민하게 만들었다. 아니면 빨리 결정했을 것이다. 이제 당분간은 감독이란 건 포기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주어진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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