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여기는 오사카] 클럽월드컵 보고 ‘독기’ 품는 오재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5시 45분


감바 오사카 오재석.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감바 오사카 오재석.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소속팀 홈구장서 열리는 남의 잔치
주요 경기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
“ACL 출전권 위해 일왕배 우승 올인”

“솔직히 이 상황이 마냥 좋을 수는 없어요.”

국가대표 수비수 오재석(26)은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의 핵심 멤버다. 그가 수준급 재능을 지녔고, 묵묵히 제 몫을 한다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한·중·일 프로리그가 막을 내렸으나, 오재석의 시즌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른 나라의 FA컵 개념인 일왕배가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속팀이 대회 8강에 오르면서 크리스마스이브에 4강행 티켓을 놓고 격전을 치러야 한다. 이에 오재석은 휴가도 없이 J리그 시즌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만약 감바 오사카가 4강에 오르면 29 일까지 오사카에 남아야 한다. 결승전은 내년 1월 1일. 현지에선 새 시즌 준비가 촉박하다는 이유로 일왕배 일정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일본축구협회는 “신년 첫 날 우승자를 가리는 전통을 유지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룰은 따라야 한다. 솔직히 감바 오사카와 오재석에게는 일왕배 타이틀이 간절하다. 전·후반기로 나눠 진행된 2016시즌 J리그 성과가 좋지 않았다. 통합순위 4위에 머무른 까닭에 자력으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려면 일왕배에서 우승해야 한다. “일찌감치 탈락했다면 모를까, 4강이나 결승에 올라 패하는 것은 상상조차 끔찍하다. 어차피 쉴 수 없다면 무조건 우승밖에 없다.”

감바오사카 오재석.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감바오사카 오재석.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일본에서 한창인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도 오재석에게 상당한 동기부여가 된다.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전북현대가 북중미 챔피언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격전을 치렀고, J리그 우승팀 가시마 앤틀러스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를 누르고 4강 진출을 확정한 오사카의 스이타 스타디움은 공교롭게도 감바 오사카의 홈구장이다.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달가울 리 없다. 지난해에도 감바 오사카가 아닌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개최국 초청 클럽 자격으로 이 대회에 출전해 오사카에서 4강을 일군 뒤 3위를 차지했다. 편한 휴식을 마다한 채 오재석이 스이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 주요 경기를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에 열중하는 이유다. 큰 무대를 누비는 전북의 대표팀 선·후배들, 진짜 주인을 몰아내고 현지 팬들의 환호와 갈채를 이끌어내는 J리그 라이벌의 선전은 오재석에게 긍정의 자극을 주고 있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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