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고요한 FA 시장 만든 3가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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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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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프리에이전트) 시장이 잠잠하다. 개장과 함께 맞이한 주말이 조용히 지나갔다. 우선협상기간 폐지라는 제도 변화가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무엇이 시장을 고요하게 만들었을까.

● 해외진출 노리는 대어들, 시장은 경직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유독 많은 ‘FA 대어’들에 있다. 15명의 FA 신청자 중 무려 5명이 ‘해외진출’을 함께 고려 중이다. 좌완 에이스 3총사,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에 외야수 최형우, 내야수 황재균까지 큰 무대를 꿈꾸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다음달 초 열리는 윈터미팅 이후 본격적인 선수단 구성을 시작한다. 그들 입장에서 한국 선수들은 ‘저비용 고효율’을 노려볼 수 있는 매력적인 영입이지, 팀의 명운을 좌우할 만한 투자는 아니다. 자연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대어급들의 행선지가 결정돼야 나머지 선수들도 갈 곳을 찾는 역대 FA 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장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오히려 대어가 많아 시장이 경직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SK 김광현-KIA 양현종-삼성 최형우-차우찬-롯데 황재균(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SK 김광현-KIA 양현종-삼성 최형우-차우찬-롯데 황재균(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100억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

최대어의 국내 잔류엔 한 가지 꼬리표가 붙는다. FA 18년 역사상 최초로 ‘100억원’ 선수가 탄생할지 여부다. ‘최고대우’라는 결론 아래 교감을 나누고 있지만, 이 액수에 대해선 구단도 고민이 많다. 해당 선수들과 연관된 팀의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하나”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100억원은 그동안 FA 시장의 ‘심리적 한계선’으로 작용했다. 실제 100억원이 넘는 돈을 받는 선수들이 있어도 항상 발표액은 100억원 미만이었다. 구단들에겐 두려움과 부담감 속에 ‘마지노선’으로 작용한 액수였지만, ‘최고대우’라는 상징성 아래 이 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생겼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선수를 1명 더 늘린 것이나 육성 시스템에 투자를 하는 것 모두 FA 거품을 빼자면서 나온 대책들이다. 이제 외국인선수는 3명 모두 100만달러짜리 특급을 원하고, FA까지 100억원 얘기가 나온다. 결국 돈은 돈대로 더 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 최순실 게이트, FA 시장까지 불똥?

불안한 시국 역시 FA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한 국내 사정이 모기업의 우산 아래 운영되는 프로구단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 침체는 물론이고,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주말 사이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기업 총수들을 비공개로 소환조사했다.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을 드나드는 상황에서 FA 영입 같은 이슈를 터뜨리기엔 정서상 부담이 있다.

시장에서 돈을 푸는 건 보통 대기업 구단들이다. 여기에 대기업 구단 외에 잠재적 소비자인 NC 같은 구단은 승부조작 등 스캔들 연루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누가 먼저 지갑을 열지, ‘1호 계약’을 두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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