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와이드 인터뷰] “거취에 대한 관심? 내게는 좋은 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1월 8일 05시 30분


생애 첫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대호는 올 겨울 여러 팀을 만나며 진로를 결정할 계획이다. 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이대호.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생애 첫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대호는 올 겨울 여러 팀을 만나며 진로를 결정할 계획이다. 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만난 이대호.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빅보이’ 이대호(34)에게 2016년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2001시즌부터 KBO리그에서 11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4년간 뛰며 총 323개(KBO리그 225개·NPB 98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타자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메이저리그(ML) 도전을 선언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시애틀과 ML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은 스플릿 계약을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대호는 당당했다. “내가 ML 로스터에 진입하면 메이저리그 계약이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소속구단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계약했다면 최소 5억엔(약 51억원)의 거액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 ML에서 보여주길 원했다. 계약 직후 “꾸준히 운동하며 준비했으니 자신 있다”고 말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대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2016시즌 10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3(292타수74안타), 14홈런, 49타점, 출루율 0.312의 성적을 거뒀다.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번갈아 출장하는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기회가 다소 줄어든 것과 투수들이 기교가 아닌 힘을 위주로 하는 ML 첫 경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우려를 기대로 바꾼 것만큼은 분명했다. 이대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도 어디서든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해줄 매력적인 자원이라는 데 있다. 10월31일 귀국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대호가 3일 스포츠동아와 만나 ML 데뷔 첫해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이대호.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대호.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한국·미국·일본 모두 경험한 KBO리그 출신 최초 야수

-KBO리그 출신으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야수다. 미국 생활 첫해는 어땠나.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 살에 미국으로 갔다. 한국과 일본에서 오랫동안 뛰고 갔지만, ML 도전은 처음이었다. ML은 세계 각지에서 온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사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고 야구를 했지만, 미국에선 아무 것도 없이 처음부터 시작했다. 뭔가를 체험한다는 느낌도 있었고, 야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준비 과정부터 과거와 완전히 달랐다.”

-일본에서 4년을 뛰고 ML에 갔다. 일본은 디테일, 미국은 힘의 야구를 한다고 잘 알려져 있다. 직접 느낀 두 리그의 차이점은.

“일본 투수들도 수준급이다. 강속구 투수들도 여럿 있다. ML 투수들은 시속 150㎞가 넘는 공을 쉽게 던진다는 점이 다르다. 에이스들만 놓고 보면 KBO리그는 145~150㎞ 사이의 공을 던지는데, ML은 구속이 160㎞까지도 나온다. 평균구속만 따지면 한국은 140㎞, 일본은 145㎞, 미국은 150㎞를 던지는 리그라고 봐도 될 정도의 차이다. ML 투수들을 상대해 보니 힘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지더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내가 ML에서 뛰며 느낀 점이 하나 있다. 일본 투수들은 직구와 포크볼을 주로 던지는 반면 ML 투수들은 아니다. 오히려 우투수가 우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많이 던진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일본 투수들이 유인구를 정말 많이 던지는데 ML은 정반대다. 변화구를 자주 던지는 투수가 분명히 있지만, 구속이 150㎞대 후반에서~160㎞까지도 나온다. 직구에 힘이 있기 때문에 굳이 유인구를 던질 필요가 없다. 빠른 공으로 삼진을 잡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 다들 구위가 좋아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진다. 스피드에는 확실히 강점이 있다. 가능한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보려고 한다. 굳이 유인구를 하나 던지고 시작하는 일이 많지 않다. 그만큼 볼넷도 적다.”

-강한 인상을 남긴 투수가 있었나.

“이제 한 시즌 뛰었다. 특별히 기억나는 선수는 없다. 다들 한 번씩 짧게 만났다. 컨디션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있고, 나도 경기를 나가다 안 나가다 하니 확실히 말씀드리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아롤디스 채프먼(시카고 컵스)과도 맞붙었지만, 초구를 쳤다.”

-리그별로 감독의 지도 방법에도 차이가 있을 텐데.

“ML에는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선수들이 알아서 하게끔 맡겨둔다. 일본에선 나는 외국인선수였다. 내가 ‘용병’으로서 많은 홈런을 쳐주길 바랐다. 감독들의 야구 철학에 대해선 KBO리그에서 뛸 때 많이 배웠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며 내가 배운 것을 일본과 미국에서 유지하려고 했다. 일본에선 4년간 정말 행복하게 야구했다.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도 선수들이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이대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대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악조건 뚫고 존재감 뽐내다

-ML 데뷔 직전으로 돌아가 보자. ML 로스터가 보장되지 않은 스플릿 계약을 했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 첫해부터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들이 힘들진 않았나.

“분명히 힘든 부분은 있었다. 마이너 계약이었고, 경쟁에서 이겨 ML에 입성한다고 해도 플래툰시스템이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도 계약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이 있었다. 내가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수비도 문제없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정말 많이 했다. 분명한 것은 내가 한국과 일본, 미국의 프로야구 리그를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은 있다.”

-계약 당시 동료인 아담 린드와 경쟁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계약할 때부터 ‘잘해야 플래툰시스템’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린드가 조금이라도 나를 경계하게끔 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것이다. 한국의 팬분들은 린드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웃음), 실제로 나와 가장 많이 식사했던 선수가 린드다. 온 가족이 함께 만나 식사를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린드와 가장 친하게 지냈다.”

-팀 분위기는 어땠나.

“일본이 보수적인 건 맞지만, 성적만 내면 다 잘해준다. 대신 성적이 안 나오면 빨리 바꾼다. 성적만 나오면 정말 야구하기 좋은 나라가 일본이다. 미국은 성적이 좋아서 돈 많이 받는 선수는 감독, 코치보다 오히려 대우를 받는다. 자율적으로 하는 분위기다.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하는 분위기라 그런 점은 편했다. 책임을 부여하는 게 아니고, 돈을 많이 받는 선수는 잘하든 못하든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돈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그런 선수들은 오히려 단장보다 높은 위치라고 봐야 한다. 로빈슨 카노 같은 선수는 10년 계약을 했다. 연봉을 200억~300억원씩 받는 선수가 어떻게 경기에 안 나가겠나. 카노가 3일 못 쳤다고 경기 안 내보내는 감독이 어디 있겠나. ML은 그런 분위기가 있다.”

-슈퍼스타인 카노와 친한 사이로 많은 조명을 받았다. 함께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점은.

“(카노가) 야구를 잘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팀의 리더로서 행동하는 모습이나, 신인 선수들이 올라왔을 때 챙겨주는 부분 등 밖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직접 보고 배웠다. 카노와 같은 스타급 선수가 나 같은 신인이 올라왔을 때 먼저 다가와서 말 한 번 걸어주는 것 자체로 큰 힘이 된다. 카노가 그렇다. 그러다보니 다른 선수들도 많이 따르고 좋아한다.”

로빈슨 카노-이대호(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로빈슨 카노-이대호(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거취에 대한 관심? 내게 좋은 일이다

-앞으로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KBO리그 롯데로 유턴한다거나, 일본 라쿠텐에서 영입 조사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일본에서 영입 조사에 착수했다면 보도는 당연히 나오는 것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나도 기사를 통해서만 봤다. 한국과 미국, 일본프로야구가 오늘(3일) 모두 끝났다. 그런 얘기들을(이적에 관련한) 들어본 적도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차피 나는 국제 에이전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리그라도 갈 수 있다. 거취에 대해 여기저기서 관심이 있다는 건 내게 좋은 일이다. 좋은 팀에서 좋은 대우를 해준다면 선수로서 분명히 좋은 일이 아니겠나.”

-올 시즌 ML에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욕심이 더 커지진 않았나.

“기회가 되고, 좋은 대우를 해준다면 ML에서 뛰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같은 조건이라면 (ML에서 뛰는 것이) 당연하다.”

-힘든 미국 생활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은.

“가족의 힘이 컸다. 아내와 아기들 보면서 힘들 때 많이 이겨냈다. 항상 가족이 붙어있으니까, 그 자체로 큰 힘이 됐다. 뒤에서 지켜준 가족이 있으니 내가 최선을 다해서 어려움도 이겨내야 했다. 정말 이겨내고 싶었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향후 계획은.

“이제 시작이다. 여러 팀과 만나볼 예정이다. 작년에는 이것저것 너무 바빴다. 일단 좀 쉬고 싶다. 12월부터는 내년 시즌을 대비해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을 하며 몸을 만들어야 한다. 내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열리는데,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나갈 것이다.”

이대호.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대호.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대호

▲생년월일=1982년 6월 21일
▲출신교=수영초∼대동중∼경남고
▲키·몸무게=194cm·130kg(우투우타)
▲프로입단=2001년 롯데(2001 신인드래프트 2차 1순위)
▲프로경력=KBO리그 롯데(2001∼2011)∼일본 오릭스(2012∼2013)∼일본 소프트뱅크(2014∼2015)∼메이저리그 시애틀(2016)
▲2016시즌 연봉=보장액 100만달러(최대 400만달러)
▲2016시즌 성적=104경기 타율 0.253 (292타수74안타), 14홈런, 49타점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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