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부정선수’ 파문 키운 강원…대안없는 K리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5시 45분


강원 세르징요.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 세르징요.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강원FC는 4일 “배임 및 유용·횡령 의혹이 있는 직원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최근 9년간의 회계자료를 조사한 결과,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굳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비아냥도 있었으나, 응원의 목소리가 컸다. 잘못을 반성하고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강원의 ‘보도자료 고해성사’는 19일에도 이어졌다. 소속 외국인선수 세르징요(28)가 위조여권 문제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었다. 법무부와 경찰청의 조사가 시작된 지 이틀 만이었다. 경찰은 “세르징요가 브라질에서 시리아 국적을 취득한 과정에서 위조여권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본다. 사문서 위조 등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라고 강원 구단에 알렸다.

세르징요는 조부가 시리아계라 브로커로부터 시리아 국적 취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브라질 주재 시리아대사관에서 2013년 5월 시민권, 2014 년 6월 여권을 취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챌린지 대구FC에서 브라질 국적으로 뛴 그는 올 6월 강원에 입단할 때는 시리아 국적(아시아쿼터)으로 등록했다. 강원은 세르징요가 시리아 여권으로 브라질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계약했다며 절차에 하자가 없었음을 호소했다.

강원 구단은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그러나 굳이 한 발 더 나아가며 차원이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위조여권 가능성이 있다는 골자의 FIFA(국제축구연맹) 공문을 받은 K리그 브라질 출신 이중국적선수가 더 있어 경찰의 추가수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의혹 선수들에 대한 수사시점이 엇갈려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내용을 곁들였다. 타 구단들로 의혹의 시선을 보낸 것이다. ‘과잉친절’이다. 강원 구단이 정말로 걱정해야 할 것은 ‘수사 방향’이나 ‘확대 가능성’이 아니다.

축구계에선 ‘부정선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올 8월 알 나스르(UAE)는 엘 자이시(카타르)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그러나 알 나스르 소속의 브라질-인도네시아 이중국적선수 완덜레이의 인도네시아 여권이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고, AFC는 곧바로 알 나스르에 몰수패(0-3)를 적용했다. 세르징요가 부정선수로 최종 확인되면, 그가 시리아 국적으로 나섰던 경기들의 결과가 어떻게 처리될지 궁금하다.

물론 강원 구단에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구단의 역할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외국인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비자를 내주고 입국을 허가한 법무부, 대사관, 출입국사무소 등과 더불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선수를 등록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게 승인한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근본적 해결책까지는 아니어도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K리그 구성원들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굳이 AFC 챔피언스리그의 사례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조기축구대회에서도 부정선수를 기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해당팀은 몰수패를 당한다. K리그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 사안임을 절감하고 상응하는 후속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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