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의 히든카드, 김은섭이 쓰는 반전드라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9시 30분


우리카드 김은섭.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우리카드 김은섭.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우리카드 센터 김은섭(27)은 인하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1년 월드리그 국가대표까지 지낸 기대주였다. 211㎝의 큰 키에 힘이 좋은 라이트 공격수는 무척 매력적인 자원이었다. 2012년 한국배구연맹(KOV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5번)에서 대한항공의 지명을 받을 때만 해도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데뷔 첫해인 2012~2013시즌 10경기에 출장했고, 이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그러나 전역 후 김은섭이 택한 길은 현역 복귀가 아니었다.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솔직히 말해 그때는 정말 배구를 하기 싫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김은섭이 살 길은 배구 하나뿐이었다. “밖에 나가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배구 뿐이더라. 돌아보면 정말 열심히 놀았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실업팀(부산시체육회)을 거쳐 우리카드에 입단했다. 테스트를 통해서였다.

단순한 테스트가 아니었다. 6월21일부터 40여일간 기존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로 따지면,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개념이었다. 수당도 없었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이 용돈을 챙겨주며 김은섭을 격려했다. 김은섭은 “밥 잘 먹고 잘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성실히 훈련에 임한 결과 합격 통보를 받고, 꿈에 그리던 V리그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단순히 ‘키 큰 선수’가 아닌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노라고 각오를 다졌다.

복귀전은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OK저축은행과 홈경기였다. 이날 김은섭은 6득점(4블로킹), 공격성공률 50%의 활약으로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4개의 블로킹을 잡아낸 것도 좋았지만, 상대 공격수들은 김은섭의 큰 키를 의식해 과감한 스파이크를 하지 못했다. 상대 범실을 유발하기도 좋다. 김 감독은 “그 키에 움직임이 그렇게 좋은 선수가 없다. 김은섭이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김은섭은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 경기 흐름이 생각보다 더 빠르다. 그간 많이 쉬었으니, 남들보다 2~3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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