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트랙] 가을은 실책을 먹고사는 잔인한 계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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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8회말 무사 2루 KIA 김선빈이 LG 이병규의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 잠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8회말 무사 2루 KIA 김선빈이 LG 이병규의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하고 있다. 잠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가을은 영웅이 탄생하는 영광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아픔의 주인공을 낳는 잔인한 계절이기도 하다. 2016년 포스트시즌(PS)의 첫 문을 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실책으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듯, 역대 가을잔치에서도 수없이 많은 운명의 실책들이 있었다. PS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대표적 실책들을 돌아본다.

이만수 현역 시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이만수 현역 시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초창기 KS, 이만수-황규봉의 충돌과 이광은의 실책

원년 한국시리즈(KS)부터 실책이 우승의 향방을 바꿔놓았다. OB-삼성의 KS 4차전. 3차전까지 1승1무1패를 기록해 4차전 승부가 분수령이 됐다. 삼성은 4-2로 앞서다 7회초 동점을 허용한 뒤 계속된 2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김우열이 친 평범한 플라이를 투수 황규봉과 포수 이만수가 서로 잡으려다 충돌하면서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3루주자 윤동균이 홈을 밟았고, 김이 샌 황규봉이 김유동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4차전에서 OB가 7-4로 승리하면서 주도권을 잡은 뒤 6차전까지 승리를 이어가며 4승1무1패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1983년 KS도 빼놓을 수 있다. 1차전 시작부터 실책으로 운명이 갈렸다. 1회말 해태 공격 무사 1·2루. 3번타자 김성한의 땅볼 때 배트가 부러지면서 방망이 조각이 공과 함께 3루 쪽으로 날아갔다. MBC 3루수 이광은은 날아온 방망이 조각을 피하다 실책을 범해 무사만루를 만들어줬고, 1회에만 3점이 나왔다. 해태는 그 기세를 타고 4승1무로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넥센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 경기가 열렸다. 연장 11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넥센 선수들이 윤석민의 내야 플라이볼을 SK 김성현이 실책하며 끝내기로 패하고 있다. 목동| 김종원기자 won@donga.com
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넥센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 경기가 열렸다. 연장 11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넥센 선수들이 윤석민의 내야 플라이볼을 SK 김성현이 실책하며 끝내기로 패하고 있다. 목동|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잊을 수 없는 끝내기 실책

역대 PS에서 끝내기 실책이 나온 것은 3차례. 그 중 1호는 1998년 두산 외국인 2루수 에드가 캐세레스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기록한 것이었다. 연장 10회말 1사 2루. LG 김재현이 2루수 쪽으로 강한 땅볼을 쳤고, 캐세레스가 뒤로 빠뜨리면서 사상 최초 PS 끝내기 실책을 범했다.

2호 역시 두산이었다. 2010년 준PO 4차전 3-3 동점인 연장 10회말. 1사 2루서 4번 홍성흔 타석 때 두산 투수 프록터의 3구째 변화구가 원바운드로 양의지의 미트를 맞고 뒤로 흘렀다. 2루주자 박준서가 3루로 달리자 공을 잡은 양의지가 3루로 송구했지만 3루수 이원석의 글러브를 맞고 좌익수쪽까지 흘러갔고, 박준서는 홈을 파고들어 결승점을 뽑았다. 사상 최초 ‘시리즈 끝내기 실책’이 기록된 순간이었다. 3호는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나왔다. 4-4 동점 연장 11회말 2사 만루. SK 박정배가 넥센 윤석민을 유격수 플라이로 유도했다. 그런데 SK 유격수 김성현이 공을 떨어뜨리면서 허무하게 승부가 끝나고 말았다.

넥센 시절 강정호. 스포츠동아DB
넥센 시절 강정호. 스포츠동아DB

●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결정적 실책 하나도 뼈아프지만, 1경기에서 3차례나 실책을 범한다면? 태평양 정진호는 1989년 삼성과의 준PO 3차전에서 사상 최초로 1경기 3실책을 기록했다. 이후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홍성흔이 2차전에서, 현대 박종호가 6차전에서 3개의 실책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대수는 두산 시절이던 2007년 SK와의 KS 3차전에서 6회에만 3개의 실책을 범해 PS 사상 1이닝 최다실책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2013년 넥센과 삼성이 맞붙은 KS. 4차전까지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5차전. 넥센은 1-0으로 앞선 9회 마무리투수 손승락을 투입하며 1사까지 잘 잡았다. 그런데 나바로가 친 평범한 타구를 유격수 강정호가 놓치고 말았다. 손승락은 2사 후 채태인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계속된 2사 1·3루서 최형우에게 2타점짜리 2루타를 내주면서 1-2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6차전에서도 실책을 범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준 강정호는 피츠버그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거로 성장했다. 야구에서 실책은 병가지상사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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