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인선 해법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7일 05시 45분


이기흥 대한체육회 신임회장. 스포츠동아DB
이기흥 대한체육회 신임회장. 스포츠동아DB
‘문체부와 협의냐 승인이냐’ 입장차
양측 관계 재설정 가늠할 바로미터


한때 껄끄러운 관계였던 문화체육관광부와 이기흥(61) 대한체육회 신임 회장은 산적한 체육 현안들을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 ‘사무총장 승인’ 문제가 향후 양측의 관계 재설정 여부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5일 치러진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2021년 2월까지 한국체육을 이끌게 됐다. 올 3월 구 대한체육회와 구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을 완료한 뒤 그동안 ‘시한부’ 김정행·강영중 공동회장 체제로 운영되던 통합 체육회는 이 회장의 선출로 외형적 틀까지 완성하게 됐다. 이 회장은 총 1405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892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33%인 294명의 지지를 얻어 통합 체육회의 첫 수장으로 당선됐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양 단체의 통합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문체부와 각을 세웠다. 정부가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대한체육회측 입장에서 강한 반대 논리를 펼쳤다. 이 회장은 5일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통합이라는 총론에선 뜻을 같이 했지만 각론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며 “앞으로 (문체부와)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체육계의 산적한 현안을 풀어나가겠다”고 했지만, 문체부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당장 사무총장 승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문체부 고위관계자는 6일 “사무총장은 대한체육회장이 임명하지만,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대한체육회는 한해 국가 예산 4000억원 이상을 집행하는 단체다. 정부 입장에서 대한체육회의 살림살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사무총장 승인 건은 꼼꼼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만약 부적격자를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고 판단하면 승인해주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반면 대한체육회측의 입장은 다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현 대한체육회 정관에는 사무총장 선임에 대해 문체부의 승인이 아닌 ‘협의사항’이라고 돼 있다”며 “다만 정관이 아닌 하부규정에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부규정보다 정관이 우선한다. 하부규정 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사무총장 선임은 문체부와 협의할 사안이지, 문체부의 승인사항은 아니란 의식이 깔려있다.

이 회장은 일단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내가 지난 3월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6개월 정도 행정 공백기가 있어 (사무총장이 승인사항인지, 협의사항인지) 좀더 파악해봐야 한다”며 “어제(5일) 말씀드린 대로 문체부와 잘 협의해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몸을 낮췄지만, 5일 선거 직전 소견 발표 때 “당선되면 불합리한 제도와 규정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공언한 사실에 비춰보면 이 회장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김정길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로 바뀐 뒤 정부가 사무총장을 승인해주지 않는 등 사사건건 발목을 잡자 중도 사퇴했다. 이처럼 과거부터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대한체육회장의 경우 ‘사무총장 승인’ 문제는 잡음을 일으킨 적이 적지 않았다. ‘체육계의 야당’으로 분류되는 이 회장과 문체부가 향후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는 사무총장 승인 문제에서 실마리를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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