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1시간 기다린 팬과 민낯사진 찰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20일 05시 45분


한국과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보미는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티샷을 하고 있는 이보미. 스포츠동아 DB
한국과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보미는 팬들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티샷을 하고 있는 이보미. 스포츠동아 DB
3. 이보미 인기 뒤엔 배려와 나눔

팬들의 사랑 잊지 않는 ‘스마일 캔디’
사비 들여서 골프꿈나무대회까지 개최
지진피해 성금·복지단체 기부도 꾸준


한국(KLPGA)을 넘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평정하고 있는 이보미(28)는 국적을 떠나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마일 캔디’로 불리며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과 동료를 위한 ‘따뜻한 배려’다. 상냥함과 환한 미소로 팬들을 마주하며, 남을 탓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동료들의 마음마저 사로잡고 있다.

이보미. 스포츠동아DB
이보미. 스포츠동아DB

● 팬들을 위한 속 깊은 배려

일본의 골프팬들은 이보미의 매력으로 ‘친절함’과 ‘미소’를 첫 손에 꼽는다. 지난 5월 일본 이바라키현 츠쿠바미라이시에서 열린 살롱파스 월드레이디스컵은 이보미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대회 첫날 이보미는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늦게까지 연습하느라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못하고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 이보미에겐 이날의 일이 마음에 남았다. 다음날 이보미는 일찍 경기를 끝낸 뒤 먼저 팬들에게 다가갔다. 전날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지 못했던 미안함을 잊지 않고는 이날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사인을 해주며 팬들과 소통했다. 물론 미안함도 전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5월 일본 고베의 한 식당에서 2명의 남성팬이 식사를 하고 있는 이보미를 문 앞에서 기다렸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식사를 마친 이보미는 1시간 넘게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그러고는 화장을 하지 않은 민낯에도 불구하고 선뜻 사진을 찍으며 고마움을 대신했다. 팬들을 위한 이 같은 배려는 이보미가 꾸준하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일본에서 이보미의 팬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아베 다카시 씨는 “콧대만 높은 선수들이 많은데 이보미 선수는 그렇지 않다. 우승도 많이 하고 꾸준하게 1인자의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팬들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웃는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팬들의 사랑에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있기에 더 힘이 난다”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보미. 스포츠동아DB
이보미. 스포츠동아DB

● 동료가 아닌 자신의 탓으로

지난해 12월, 이보미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4개국 국가대항전 ‘더 퀸즈’에서 중책을 맡았다. 한국의 주장으로 나서서 팀을 이끌었다.

골프는 개인운동이다. 시즌이 개막하면 100명이 넘는 선수들은 팀이 아닌 혼자 경기하며 성적에 따라 상금을 가져간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친구나 동료라고 해도 필드에 서면 모두 경쟁자가 된다. 국가대항전은 개인이 아닌 팀 경기로 치러졌다. 이보미는 처음으로 후배들을 이끌며 선봉에 섰다. 부담이 됐지만 최선을 다해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본에 이어 준우승에 만족했다. 역대 한일전에서는 7승2무3패로 확실하게 앞섰지만, 4개국으로 늘어난 국가대항전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면서 일본에 우승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예상하기 힘든 승부였다. 한국은 경기 이틀째까지 일본에 승점 8차로 뒤져 있었다. 마지막 날 9명이 나서는 싱글매치플레이에서 모두 이겨야 역전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최종일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기적의 퍼즐이 하나씩 맞아 들어갔다. 9경기 중 8승을 따내면서 일본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윤지가 반드시 꺾어야 했던 일본의 와타나베 아야카에게 지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아쉬운 승부였기에 이보미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패배의 책임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보미는 “모두 내 잘못이다. 캡틴(주장)을 맡기엔 부족했다. 조윤지 선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며 동료를 먼저 걱정했다. 동료를 향한 배려와 헌신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보미. 스포츠동아DB
이보미. 스포츠동아DB

● 나눔 실천하며 기부천사로

이보미는 나눔에도 앞장서며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진과 원전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 후쿠시마현에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 지원에 써달라며 1000만엔의 성금을 전달했고, 올 4월에는 구마모토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상금의 일부를 내놓았다.

국내에서의 나눔 활동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작년 연말에는 귀국하자마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찾아 부룬디 학교 짓기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성금을 기탁했다. 또 매년 연말이면 팬클럽과 함께 모금한 성금을 중·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해마다 국내의 여러 사회복지단체를 통해 1억원 안팎의 성금을 전달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한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다. 2013년부터는 사비를 들여 고향인 강원도 인제에서 주니어 골프꿈나무들을 위해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보미의 따뜻한 선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은 걸 안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지금처럼 조용히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