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제임스 ‘왕의 눈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6월 21일 05시 45분


클리블랜드 르브론 제임스가 20일(한국시간) 오라클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NBA 파이널 7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를 93-89로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제임스는 개인통산 3번째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클리블랜드 르브론 제임스가 20일(한국시간) 오라클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NBA 파이널 7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를 93-89로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제임스는 개인통산 3번째 파이널 MVP를 수상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승3패서 4승3패…클리블랜드의 기적
파이널 MVP·고향팀 첫 우승 기쁨 2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20일(한국시간)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2015∼2016시즌 챔피언 결정전(파이널·7전4승제) 7차전 원정경기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93-89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수많은 취재진의 카메라는 코트 한가운데로 향했다. 그곳에선 한 사나이가 농구공을 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킹’ 르브론 제임스(32)였다.

부담·혹평·평가절하 모두 이겨낸 ‘농구의 왕’

제임스는 ‘한 맺힌 왕’이다. 마이애미 히트 시절 2차례(2011∼2012, 2012∼2013시즌)에 걸쳐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를 승자로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지난 시즌까지 총 6번의 파이널에서 4차례나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는 통산 6번의 파이널에서 6번의 우승, 6번의 파이널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3·은퇴)과 끊임없이 비교대상이 됐다. 게다가 2차례의 우승은 고향팀이자 친정팀인 클리블랜드를 떠나 자신의 친구이자 올스타인 드웨인 웨이드(34), 크리스 보쉬(32)가 버티고 있는 마이애미로 이적해 이룬 것이어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제임스는 2014년 클리블랜드에 창단 첫 우승을 안기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돌아왔다. 복귀 첫 시즌(2014∼2015시즌)부터 팀을 파이널에 올려놓으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골든스테이트의 파상공세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 파이널에서 제임스는 다시 골든스테이트와 만났다. 골든스테이트는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73승9패)을 거두며 NBA의 새 역사를 만드는 등 주가가 하늘을 찔렀다. 클리블랜드의 열세를 예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클리블랜드가 벼랑 끝에 몰릴 때까지만 해도 제임스는 다시 한 번 준우승에 머물 듯했다.

제임스 “이 우승은 고향팬들 위한 것”

제임스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한을 다 풀고자 했다. 5차전부터 엄청난 지배력을 발휘했다. 5·6차전에서 내리 41점을 뽑아 시리즈를원점으로 되돌렸고, 7차전에선 27점·11리바운드·11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특히 7차전 89-89로 팽팽하게 맞선 경기 종료1분50초 전, 속공을 시도하던 골든스테이트 안드레 이궈달라의 레이업슛을 블로킹하며 흐름을 클리블랜드 쪽으로 돌리는 데 기여했다. 블로킹 순간 제임스의 손은 백보드 중간까지 올라갔다. 7차전 4쿼터 막바지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온 힘을 다한 이 블록슛은 승리를 향한 그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장면이다. 기록도 화려하다. 제임스는 이번 파이널 7경기에서 총 208점·79리바운드·62어시스트·18스틸·16블록을 기록하며 전 부문에 걸쳐 팀내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클리블랜드는 NBA 파이널 역사상 처음으로 1승3패의 열세를 딛고 역전 우승한 팀으로 남게 됐다. 파이널 MVP는 당연히 제임스의 몫이었다. 그는 개인통산 3번째 파이널 MVP를 수상하며매직 존슨(은퇴), 샤킬 오닐(은퇴), 팀 던컨(샌안토니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52년 만에 찾아온 클리블랜드의 경사

한이 맺힌 것은 클리블랜드도 마찬가지다. 클리블랜드는 인구 39만명의 소도시다. 1950년대 중공업의 쇠퇴와 함께 몰락한 도시가 됐다. 클리블랜드 시민들의 낙은 프로스포츠였는데, 이마저도 성적이 시원치 않았다. 클리블랜드는 캐벌리어스를 비롯해 인디언스(야구), 브라운스(미식축구)를 연고팀으로 두고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클리블랜드 연고팀이 우승한 것은1964년 브라운스가 마지막이다.제임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며 무려 52년만에 클리블랜드 시민들에게 우승의 영광을 선물했다. 제임스는 7차전 직후 인터뷰에서“나는 클리블랜드에 우승을 안기겠다는 이유하나로 이곳에 돌아왔다. 이 우승은 클리블랜드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며 연고지 팬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했다. 농구의 왕과 클리블랜드의 한이 속 시원하게 풀린 순간이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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