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출전 물거품…박태환 앞날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8일 05시 45분


수영선수 박태환. 스포츠동아DB
수영선수 박태환. 스포츠동아DB
대한체육회 자격정지 유지 ‘번복 희박’
동아수영대회 이후 거취 결정할 듯


수영선수 박태환(27·사진)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대한체육회(통합체육회)가 6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기존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박태환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 규정(제5조 결격사유)에 따르면,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는 징계 만료 이후 3년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박태환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직전 받은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징계기간이 지난달 만료되면서 박태환은 규정 개정을 희망해왔으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으로 마지막 올림픽 출전의 꿈이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절차는 문제가 없나?

박태환의 국가대표 복귀와 올림픽 출전 여부와는 별개로 체육계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내려진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태환 관련 안건은 꾸준히 거론된 몹시 민감한 이슈였다. 더욱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현 대한체육회의 규정과 같은 ‘이중처벌’을 금지하고 있어 박태환이 다시 국가대표선수로서 물살을 가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일련의 절차들이 생략됐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은 경기력향상위원회 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거쳐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최종 승인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기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될 틈이 없었다.

더욱이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박태환 관련 내용을 ‘주요 안건’이 아닌 ‘기타 안건’으로 분류했다. “(박태환 관련 논의가) 워낙 많은 관심을 사고 있어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지만, 많은 체육계 인사들은 “반드시 박태환 개인을 겨냥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국가대표 선발 규정 개정 등 민감한 내용을 다루려면 기타가 아니라 공식 안건으로 다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수영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박태환에 대한 1차 책임을 지닌 대한수영연맹은 그동안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특정선수를 위한 규정 개정은 옳지 않지만, 박태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올림픽 메달에 희망을 걸고 있었더라면 ‘이중처벌 금지 원칙’ 등을 강조해온 국제스포츠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내실 있게 대처해야 옳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수영연맹은 규정 개정에 대한 건의도 하지 않았다. 공금 및 훈련비 횡령, 시설공사 관련 상납 등 온갖 불법행위와 비리로 얼룩진 수영연맹은 지난달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단체로 지정된 상태다.

● 박태환의 미래는?

일단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이 뒤집히거나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종목을 불문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해달라는 요청이 있어도 바뀌기 어렵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사견임을 전제로 “더 이상 논의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박태환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오랜 영광을 함께 일군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이 제작·전달한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 연말 일본 오사카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현재 호주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던 박태환은 이달 말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해 열리는 동아수영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박태환 측은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을 접하고) 선수와 연락이 닿았는데, 많이 놀란 모습이었다. 굉장히 멍한 상태”라며 “어떻게 방향을 설정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태환은 수영선수로서 가치를 중요시했다. 명예회복보다는 오히려 수영선수로서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물살을 갈라왔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복귀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지금껏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박태환은 일단 국가대표 선발 여부를 떠나 동아수영대회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그간의 의지와 노력이 개인의 영달에 목적을 두지 않았고 순수했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거취도 그 이후 결정될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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