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런던 리포트] 파리 공습에 무너진 첼시…히딩크 매직 실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11일 05시 45분


거스 히딩크 감독(오른쪽)이 임시 사령탑을 맡은 첼시가 10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파리 생제르맹에 1-2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히딩크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거스 히딩크 감독(오른쪽)이 임시 사령탑을 맡은 첼시가 10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파리 생제르맹에 1-2로 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히딩크 감독이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PSG에 1-2…챔피언스리그 8강행 실패

파리가 런던을 공습했다. 굳게 믿었던 ‘히딩크 매직’은 없었다.

거스 히딩크(69·네덜란드) 감독의 첼시(잉글랜드)가 10일(한국시간) 런던의 홈구장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과의 2015∼20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1-2로 졌다. 앞선 원정(2월 17일) 1차전에서도 1-2로 무너졌던 첼시는 1·2차전 합계 스코어 2-4로 8강행에 실패했다.

원정 1차전과 마찬가지로 ‘실점→동점→실점→패배’의 흐름이 되풀이됐다. PSG의 ‘에이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막지 못했다. 전반 16분 즐라탄의 낮은 크로스를 아드리앙 라비오가 선제골로 연결하자, 첼시는 10분여 만에 디에고 코스타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사기가 오른 홈팀의 기세는 매서웠다. 그러나 운이 없었다. 아쉬운 골 찬스를 놓친 데 이어 후반 15분 코스타가 무릎 부상으로 교체되자 급격히 전열이 무너졌다. 결국 후반 22분 디 마리아가 띄운 크로스를 즐라탄이 밀어 넣었다.

첼시도, 히딩크 감독도 잃은 것이 많았다. 극심한 부진이 계속된 지난해 12월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히딩크 감독은 이날 경기 전까지 모든 대회를 통틀어 단 1패(8승7무)를 기록 중이었는데, 첫 패배의 아픔을 안긴 것도 PSG였다. 징글징글한 ‘파리 징크스’로 인해 첼시는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2경기 연속 무패(5승7무)의 좋은 흐름까지 꺾였다.

이날 벤치에 앉지 않고 경기 막판까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팀을 이끈 히딩크 감독의 모션은 유난히 컸다. 판정 어필도 많았고, 고함도 수차례 질렀다. 그런데 특히 화를 많이 낸 순간이 있었다. 스코어 1-2가 된 뒤였다. 승부를 뒤집으려면 3골이 더 필요해진 탓에 스타디움 공기가 급격히 냉각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선수들의 불성실한 플레이에 더욱 뿔이 난 듯했다. 패배를 예감하고 제 몫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이 보였다. 교체 아웃된 선수들에게 어깨를 툭 치는 특유의 스킨십이 이날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입을 꾹 다물고 그라운드만 응시했다.

첼시의 올 시즌은 아주 차갑다. 정규리그 29라운드까지 10승10무9패(승점 40)로 10위다. 현실적으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은 어렵다. 1경기를 덜 치렀음에도 티켓 획득 마지노선인 4위에 랭크된 맨체스터시티(승점 50)와의 격차가 10점이다. 주말 에버턴과의 FA컵 8강 원정에서도 무너지면 그야말로 빈손이 된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는 아주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미래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입장권을 구입하고도 좀처럼 웃지 못하는 첼시 팬들의 마음은 아주 불편하다. 하프타임을 위해 라커룸으로 향하며 PSG 디 마리아와 유니폼을 교환한 에당 아자르가 부상으로 후반 교체될 때 터진 엄청난 야유에는 그들의 솔직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히딩크 감독도 “(팬들의) 화를 돋운 행위”라고 인정했다.

반면 원정팬들은 잔뜩 신이 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함성이 점차 멎어간 홈팬들에 반해 3000여 원정 응원단의 외침은 남부 런던을 온통 뒤덮었다. 현장을 찾은 프랑스의 한 스포츠채널 리포터가 소감을 묻자 PSG의 머플러를 두른 한 팬은 “파리가 런던을 공격했다”는 따가운 말로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렇게 파리로 가득 찬 런던의 밤이 흘렀다.

런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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