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1국에서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에 패한 이세돌 9단의 얼굴은 침통했다. 이날 대국에서 흑을 쥔 이세돌은 시종일관 백에게 끌려 다녔고, 결국 186수만에 돌을 던져야 했다.
초반부터 난전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대로 이세돌은 탐색전 없이 전투에 돌입했다. 어느 쪽이 공격을 하고 어느 쪽이 수비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반상은 혼탁했다. 이세돌이 강하게 나오면 알파고도 강하게 나왔고, 자중하면 타협으로 나왔다. 컴퓨터가 아니라 세계 최정상의 프로기사가 모니터 저편에서 마우스를 쥐고 대국을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알파고의 바둑은 완벽했다.
초반의 불리함을 딛고 이세돌이 역전에 이르는가 싶은 순간 우변에서 알파고의 날카로운 승부수(백102)가 날아들었다. 주도권은 우상귀 흑 석 점을 선수로 잡은 백에게 넘어갔다. 설상가상 이세돌이 우하귀에서 실리를 빼앗기면서 바둑은 역전됐다. 반상 최후의 큰 자리인 좌변에 백돌(150)이 놓이게 되면서 사실상 알파고의 승리가 굳어졌다. 종국 후 예정시간보다 늦게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세돌은 “초반의 실수로 패배한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그는 “알파고가 초반을 풀어가는 능력과 예상하지 못한 수를 두는 것에 놀랐다”면서 “이제 알파고와 5-5의 균형이 잘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5-0 내지는 4-1 승리를 자신했던 이세돌이 ‘겸손’해진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두 번째 대결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1시부터 속개된다. 제한시간은 각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 우승상금은 100만달러(11억원)이며, 이세돌은 승패와 관계없이 대국료(15만달러)와 승리수당(판당 2만달러)을 별도로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