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서동철 감독-KB 선수들 ‘아름다운 동행’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일 05시 45분


KB스타즈 서동철 감독. 스포츠동아DB
KB스타즈 서동철 감독. 스포츠동아DB
건강 문제로 벤치 자주 비워 미안한 감독
선수들 “마음의 짐 덜어드리자” PO 보답

KB스타즈 서동철(48·사진) 감독은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를 힘겹게 치르고 있다. 개인 건강상의 문제로 비 시즌을 선수들과 함께하지 못했고, 정규리그 중반 이후 팀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서 감독은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나로 인해 팀이 어수선했다. 선수들에게 내가 혼나야 하는 상황이다”며 “내가 시즌 개막 준비부터 선수들과 함께했다면 팀이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았을 것 같다. 코치들과 선수들이 고생 많았다. 너무 고맙다”고 밝혔다. 팀의 경기력이 시즌 중반까지 들쭉날쭉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돌린 것이다.

그런 미안함 때문에 서 감독은 최근 한 경기에서 벤치를 비우기도 했다. 몸이 많이 약해진 서 감독은 독감을 앓았다. 벤치에 앉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혹시나 선수들이 자신 때문에 독감에 걸리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또 다시 선수단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서 감독의 얘기에 구단 프런트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서 감독은 벤치를 코치들에게 맡기고 경기장 한 쪽에서 팀을 지휘했다.

KB스타즈 선수들도 서 감독의 이런 생각을 알고, 스승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들어주기 위해 애썼다. 팀의 맏언니 변연하는 “감독님이 우리들에게 너무 미안해한다는 걸 선수들 모두 피부로 느꼈다.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기 위해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다들 노력했다. 특히 주장 (정)미란이가 중간에서 역할을 잘했다. 그 덕분에 시즌 막판에 어려울 것 같았던 PO(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뜻 깊은 것 같다”며 웃었다.

서 감독이 팀에 복귀한 이후 KB스타즈는 안정을 되찾았고, 정규리그 막판 7연승을 달리며 5시즌 연속 PO 진출이라는 기적 같은 스토리를 만들었다. 팀의 경기력도 확 달라졌다. 서 감독은 팀의 장점인 외곽슛을 살리기 위해 시즌 도중 공격 패턴의 틀을 수정했고, 변연하의 포지션도 변경했다. 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선수들이 이를 잘 따라주면서 KB스타즈 특유의 색깔을 되찾았고, 좋은 성과까지 얻었다.

감독과 선수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한마음으로 뭉친 KB스타즈. 그들이 PO 무대에서 써내려갈 또 다른 스토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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