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감독 “마무리훈련부터 팀 배팅…뻥야구, 반드시 고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15일 05시 45분


롯데 조원우 신임 감독이 사직구장에서 방망이와 야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 감독은 스포츠동아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2016년 롯데에서 ‘뻥 야구’는 없다”며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헌신하는 야구를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조원우 신임 감독이 사직구장에서 방망이와 야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 감독은 스포츠동아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2016년 롯데에서 ‘뻥 야구’는 없다”며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헌신하는 야구를 정착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감독들의 새해 구상

7. 롯데 조원우 감독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가라앉게도 만든다. 여기서 물은 여론이고, 배는 사람이다. 롯데는
2015시즌을 통해 이 말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조원우 신임 감독(45)에 대한 첫인상은 조심스러움이었다. 아마도 그를 둘러싼 복합적이고 미묘한 환경이 이런 신중한 처세를 낳았을 것이다. 롯데 안팎에서 ‘초보 감독이 롯데의 환부를 어떻게 수술할 것인가’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조 감독이 말을 아끼려 할수록 더욱 공세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디테일 야구’가 안된다?
어느 상황·어떤 사인이든 성공하도록 훈련
팀 운영 기본 원칙은 ‘이름값 떼고 실력 경쟁’
‘지고있을때 웃지말라’ 주전급 긴장하라는 뜻
감독 첫해, 소신있게 ‘가을야구’ 보여주겠다


“지고 있을 때 웃지 말라”고 한 이유

-시무식에서 화법이 단호하더라.

“단호한가? 유하게 한 건데(웃음). 기득권 선수들(주력 선수를 의미)을 관리 잘하면 롯데가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코치 때부터 생각했다. 주전급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백업 선수들이 웃고 장난치진 않는다. 기득권 선수들이 그러면 팀이 와해된다.”

-2년(2011∼2012시즌) 동안 롯데 코치였다. 당시에 비해 팀 분위기가 어떤가.

“그때는 지금보다 괜찮았다. 홍성흔, 조성환, 이대호가 있었으니까 기강이 잡혀 있었다. 이후에 실질적 리더가 계속 바뀌다 보니 흐트러진 모습도 있지 않았나 싶다. (SK 코치로서 밖에서 보기에) 작년에 팀(롯데) 분위기는 항상 좋더라. 지고 있을 때도….”

-강민호를 주장으로 지명했다.

“(강)민호가 (다른 선수의) 지시를 받을 선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축 선수로서 역량이 있고,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 선배들한테 직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포수라서 선택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2008∼2010시즌)의 빛도 있지만 그림자가 있다. 패배했을 때 너무 쿨(Cool)하고, 실패는 잊어버리고…. 후임 감독들이 그 벽을 못 넘은 것 같다.

“환경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었다. 기본과 원칙만 정해놓으면 된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하게 (감정을) 표출하기보다 선수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부터 롯데는 훈련량이 적은 팀이었다.

“‘할 때만큼은 하자’다. 고참들은 나이에 맞는 스케줄을 주고, 어린 선수들은 운동량을 많이 가져가도록 조율하겠다. 전부를 똑같이 운동시키는 게 오히려 힘든(융통성 없는) 일이다.”

-팀 운영의 기본 원칙은 무엇인가.

“틀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이 들어가겠다. 기본을 지키는 바탕 위에 실력 위주로 이름값 없이 하겠다. 성적이 우선이다.”

‘뻥 야구’, 뜯어고치겠다!

-지난해 롯데는 최다병살타, 최다삼진, 최소희생플라이 팀이었다.

“롯데 야구가 장타력으로 이길 때 확실히 짓밟아도, 접전 경기에선 실패확률이 많았다. 강팀은 1점차에 강한데, 롯데는 디테일이 부족했다. 대만 마무리훈련부터 팀 배팅과 작전훈련에 걸쳐 준비를 많이 했다.”

-기술연마 못지않게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중요하지 않나. 홈런은 많은데 나머지 공격 데이터가 하위권인 것은 선수들의 팀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팀 출루율도 낮고, ‘뻥 야구(상황을 불문하고 장타만 노리는 야구를 지칭)’를 한 것은 사실이다. 야수들에게 데이터를 보여주고 ‘이래선 못 이긴다’고 반복해 강조할 것이다.”

-롯데는 디테일 야구가 체질적으로 안 되는 DNA라는 말도 있다.

“(단호하게) 그런 건 없다. 어느 상황에서 어떤 사인이 나더라도 성공확률을 높이도록 훈련하겠다.”

-롯데에서 야구를 좀 하는 선수들을 보면 아플 때가 많더라.

“다른 팀도 마찬가지 아닌가?(웃음) 내가 잘 이끌어야 할 몫이다. 선수와 교감해 쉴 땐 쉬고 밀 땐 밀겠다. 감독과 신뢰가 쌓이면 선수는 아파도 스스로 판단해 나갈 것이다.”

-주전 1∼2명이 아프면 팀이 안 돌아가는 것이 롯데의 큰 문제 아닌가.


“누구 아니면 안 되는 팀은 끝이다. 그러다가 선수에게 기득권이 간다. ‘내가 아니어도 누가 있다’라고 위기감을 가지고 경기 하는 것과 ‘나 아니면 안돼’는 다르다. 서서히 바꿔나가야 될 일이다.”

“수비 강화, 발 벗고 나서겠다!”

-2군에는 어느 정도 개입하나?

“경쟁을 유도하려면 (선수)순환이 되어야 한다. 2군 선수들은 기회가 안 오면 퍼진다. 1군도 긴장감이 떨어지고…. ‘열심히 하면 1군에 올라갈 수 있다’는 방향을 보여주겠다. 상동 2군구장도 많이 찾아가겠다. 주전급이 빠지면 2군에서 수혈해야 되는데,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면 문제 있는 것 아닌가.”

-수비도 우려된다.

“나도 그렇다(웃음). 대만에서 수비훈련을 많이 했고,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도 수비 위주로 할 것이다. 김태균 수석코치와 나도 발 벗고 나서겠다.”

-수비는 하면 느나.

“그렇다. 그러나 느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다. 어쨌든 수비훈련은 늘릴 것이다.”

-어떤 야구를 하고 싶나.

“처음 감독한 사람이니 무슨 야구를 한다기보다 중간에 흔들릴 때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을 텐데, 감수할 각오다. 경기하는 시간만큼은 주눅 들지 말고 자신 있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다. 그래야 긍정과 투지가 생긴다.”

-감독은 야구인의 꿈이다. 그러나 롯데 감독은 마냥 축하 못할 자리다.

“(웃으며) 고향팀이고 어린 나이니까 부담 없이 할 것이다. 소신 있게 밀고 나갈 생각이다.”

-이창원 대표이사한테 들은 말은 있나.

“‘부담 없이 편하게 알아서 해주시라’고, 그 한 말씀만 하셨다.”

감독의 성실함, 지금 롯데에 절실한 미덕

-현역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맡은 역할을 성실하게 하려고 했다. 야구라는 것이 인내다. 성격대로 해서 제대로 된 선수를 못 봤다. 1라운드 지명을 받아도 쟁쟁한 선배들이 있는 곳이 프로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인생살이가 인내 아니겠나.”

-드래프트에서 롯데 지명을 못 받았는데 서운했겠다.

“그런 건 없었다. 쌍방울에 간 것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롯데 외야에는 전준호, 이종운, 김응국 선배 등이 있었다.”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은 왜 붙은 것인가.

“튀는 행동보다 내 위치에서 수비 열심히 하고, 팀 배팅을 하니까 팬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성실히 하면 남들이 알아주나.

“주변 평가를 의식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은퇴 후 지바롯데에서 연수를 했다.

“(김)태균이가 일본 갈 때, 기회를 줬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공부가 많이 됐다. 복귀했을 때는 양승호 전 감독님이 롯데에 불러주셔서 발판이 마련됐다.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장을 펼쳐주셨다.”

-40대 중반에 감독이 됐다. 여기서 실패하면 갈 곳이 마땅히 없을 수 있는데 부담이 안 되나.

“그런 부담은 없다. 감독 못하는 야구인이 부지기수인데 천운을 타고 난 것 같다. 걱정부터 하면 한도 끝도 없다.”

● “가을야구로 보답하고 싶다!”

-지난해 SK에서 수석코치로 전격 승격됐다.

“도움이 많이 됐다. 평 코치 할 땐, 내 파트만 생각했는데 수석코치를 하니까 감독님을 보좌하며 코치, 선수, 프런트의 가교 역할도 해야 되더라. 경기 들어가서도 수비할 땐 수비, 공격할 땐 공격까지 다 생각해야 했다.”

-분위기를 잘 만드는 지도자라고 하더라.

“선수를 질책할 때는 좋은 분위기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가 받아들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요즘 선수들’은 스킨십이 중요한 것 같다. 리더가 맞춰줘야 할 때가 많다.

“맞춰줘야 한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거니까. 편의는 봐주겠는데, 팀 룰은 지켜달라는 것이다.”

-올 시즌 성적은 얼마나 기대하고 보면 될까.

“가을야구가 목표다. 3년 동안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8위를 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희망적 요소도 꼽아달라.

“손승락과 윤길현 등 영입된 투수가 좋아진 것 같다. 수비도 계속 하고 있으니까 개선될 것이다.”

-투수 쪽은 익숙하지 않을 텐데.

“투수는 솔직히 잘 모른다. 주형광 투수코치와 상의하고 조율하며 풀어가겠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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