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전남 주장 최효진, FA컵 우승 선언…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7일 05시 45분


전남의 측면 수비수 최효진은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포항과 서울에서 수차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그는 지난 시즌부터 전남 유니폼을 입고 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전남의 측면 수비수 최효진은 팀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포항과 서울에서 수차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그는 지난 시즌부터 전남 유니폼을 입고 있다. 광양|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지난해 중요한 시기에 부상…너무 미안해
책임감이 큰 자리…더 철저하게 자기관리
후배들에게 우승 기쁨 느끼게 해주고싶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한때 20대 초·중반 영건들이 전력의 주축을 형성해 ‘유치원’이란 표현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젊음에 경험이 더해지자 전남은 더 강해졌다. 잘 나갈 때는 모르지만, 위기가 오거나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베테랑이 빛을 발했다. 측면 수비수 최효진(33)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덧 고참 대열에 올라선 그는 전남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포항 스틸러스와 FC서울에서 수차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지난 시즌부터 전남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6시즌을 향해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그를 광양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 베테랑으로 사는 법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대 중반을 향한다. 비슷한 시기, 함께 프로에 데뷔한 또래들이 하나 둘 제2의 인생을 찾아 떠난다. 이 얘기에 최효진은 빙긋 웃으며 “은퇴 선수들이 하는 이야기가 똑같다. ‘최대한 오래 현역으로 뛰라’고. 다행히 아직 몸에 자신이 있고, 날 필요로 하는 부분이 남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다음 걸음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래 전부터 지도자의 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2주 코스의 3급 지도자 교육을 받았다. 선수단 소집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여 남짓. 가족과 괌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이 휴식의 전부였지만, 쉬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할 수 있고, 시간이 있을 때 최대한 빨리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

최효진은 K리그에서 통산 306경기를 뛰었다. 20골-20도움 클럽에 골과 도움을 1개씩 남겨놓고 있다. 11시즌 동안 꾸준히 기량을 발휘한 결과다. 비결은 치열한 자기관리에 있다. 신인 때나 지금이나 몸무게가 같다. 체중계 눈금이 71kg을 넘긴 적이 없다. 전남 노상래 감독은 “후배들이 (최효진 등 선배의) 몸과 체력관리를 보며 많이 자극받는다. 어떻게 해야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효진은 6일 주장으로 선임됐다.

● 후배들에 ‘우승의 맛’ 주고파


항상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도 아쉬웠다. 전남은 1차 목표로 잡은 상위스플릿(1∼6위) 진입에도 실패했고, FA컵에선 4강에 그쳤다. 한계가 뚜렷했다. 페이스가 좋았고, 몸도 아주 가벼웠음에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부상을 당한 최효진은 ‘미안함’이란 단어부터 꺼냈다. “중대 길목에서 미끄러졌다. 6강 이상도 내심 바라봤는데 내 몫을 못했다. 감독님께,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아픈 과거만 곱씹을 순 없다. 지난 일을 되돌릴 길도 없다. 지난해처럼 새 시즌에도 최효진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일부 핵심들의 이탈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책임감이 크다. 주변에서 우리를 ‘하위권 후보’로 꼽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축구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지난해도 어려웠는데 잘 버티며 성장했다.”

예상과 달리 오히려 ‘우승’을 거론했다. 최효진은 “프로에서 우승을 많이 경험했다. 정규리그는 장기 레이스인 만큼 어려울 수 있어도 FA컵은 또 놓치지 않겠다. 우리 후배들이 ‘우승의 맛’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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