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그레인키, 내가 2인자로 보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13일 05시 45분


잭 그레인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잭 그레인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다저스 그레인키-커쇼의 엇갈린 행보

커쇼 부진·류현진 부재 속 ‘NL 다승 1위’
올 시즌 후 FA 자격…또 한번 대박 노려
연장계약 놓고 구단 수뇌부 고민 깊어질듯

LA 다저스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12일(한국시간) 현재 성적은 21승10패.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세인트루이스(22승9패)에 이어 승률 2위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와의 격차는 5경기로 벌어졌다.

● 잭 그레인키와 클레이튼 커쇼의 엇갈린 행보

2013년 다저스는 잭 그레인키(32)와 류현진을 영입하며 선발투수진을 대폭 보강했다. 부동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7)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의 1·2·3선발진을 완성했다. 2009년 캔자스시티에서 16승8패, 방어율 2.16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던 그레인키는 6년 1억4700만달러의 초특급 대우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레인키는 지난 시즌까지 다저스에서 32승을 따내며 에이스급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다저스에선 늘 2인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커쇼가 37승에 1점대 방어율로 사이영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레인키는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3년 뒤 옵트 아웃 조항을 넣었다.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를 선언할 권리를 확보했다. 또 다시 ‘FA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듯 올 시즌 그레인키는 무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7차례 선발등판에서 5승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방어율도 1.52로 매우 뛰어나다. 휴스턴의 댈러스 카이클(1.39), 텍사스의 닉 마르티네스(1.47)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이자, 내셔널리그 1위다.

반면 지난 시즌 도중 7년 2억1500만달러에 계약을 연장해 연봉 3000만달러 시대를 연 커쇼는 올 시즌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원정경기에서도 5.2이닝 5실점으로 고개를 숙이며 통산 100승 고지 등정을 또 한 차례 연기했다. 그레인키와 마찬가지로 7경기에 나섰지만, 무실점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승2패, 방어율 4.26에 그치고 있다.

최근 10연승을 달리고 있는 그레인키의 주가는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12일 마이애미와의 홈경기에서도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 등판한 전 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해 벌써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향후 3년간 그레인키에게 보장된 연봉은 총 7300만달러. 현재의 성적이라면 FA 시장을 노크할 것이 확실시된다. 내년이면 33세나 되는 나이 때문에 다저스가 그레인키에게도 연장계약을 제시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올 시즌 커쇼를 제치고 확실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고, 류현진이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에 그레인키의 거취를 놓고 다저스 수뇌부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터너 타임’에 열광하는 다저스 팬들

다저스의 홈런포가 매섭다. 전통적으로 투수력을 앞세웠던 과거와 달리 올 시즌에는 화끈한 공격야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야시엘 푸이그와 칼 크로퍼드가 부상으로 이탈해 전력을 100%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12일 현재 홈런(49개)과 장타율(0.479)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10타점 이상을 올린 선수는 9명이나 된다. 그 중 저스틴 터너(31)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백업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꾸준히 3할대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11일 콜로라도전에선 대타로 출전해 결승 2점포를 때린 것을 포함해 5홈런으로 팀 내 4위에 올라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불과 55타수에서 기록한 성적이라는 점이다. 빅리그 경력 7년인 터너의 시즌 최다홈런은 지난해의 7개다. 올 시즌 전까지 통산 홈런도 고작 15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장타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비록 주전은 아니지만 롱비치에서 태어난 LA 토박이라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가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팬들은 ‘터너 타임’을 외치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고 있다. 팀을 위해서라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어 다저스타디움에 ‘터너 타임’을 연호하는 팬들의 함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코리 시거, 트리플A로 승격

1990년대 다저스는 신인왕을 잇달아 배출했다. 1992년 에릭 캐로스를 시작으로 마이크 피아자, 라울 몬데시, 노모 히데오, 토드 홀랜스워스까지 5년 연속 신인왕을 탄생시켰다. 올 시즌에는 루키 작 피더슨(23)이 연일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내셔널리그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19년 만에 다저스 출신 신인왕을 노리고 있는 피더슨은 중견수로서 안정적 수비를 펼치는 한편 9홈런으로 아드리안 곤살레스와 함께 팀 내 공동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시절 다저스 유망주 랭킹에선 피더슨보다 코리 시거(21)가 늘 앞서있었다. 더블A 털사에서 올 시즌을 시작한 시거는 최근 트리플A 오클라호마로 승격해 빅리그 진입을 위한 안정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8번째로 다저스가 지명한 시거는 우투좌타의 유격수다. 195cm의 장신으로 유연하면서도 장타력이 돋보이는 그는 타율 0.375, 5홈런, 15타점, 출루율 0.407, 장타율 0.675를 기록하며 더블A를 지배했다. 특히 좌투수를 상대로도 타율 0.476, 3홈런으로 강한 점이 돋보인다. 그를 지도했던 털사의 레이저 샤인스 감독은 “시거의 재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정말 놀랍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어린 시절 윌리 메이스나 행크 애런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월등했던 것처럼 시거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선수”라고 극찬했다.

다저스는 시거에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3루수로 출전한 것은 단 1차례뿐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3차례나 3루수로 나섰다. 내년 시즌 유격수 지미 롤린스의 후계자로 꼽히지만, 당초 계획보다 빨리 메이저리그로 콜업할 경우 후안 우리베를 대체할 3루수로 기용할 전망이다. ‘젊은 피’ 피더슨과 시거를 앞세운 다저스의 세대교체작업이 순풍에 돛을 단 듯한 형국이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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