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한번 몰입하면 아무 소리 안 들려 멘탈 약점…그래서 류현진 부러워 거포 꿈…ML 영상 보며 스윙 연구
● FA 대박 돈 보고 야구한 적 없어 부담 안돼 젊은 나이에 여유 생겨 감사할 뿐
● 결혼 늘 나에게 맞춰주는 고마운 아내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
● 소망 살면서 주인공·1등인 적 없었지만 딱 한번만 더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고수, 1등, 최고는 나이와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다 이유가 있는 법. SK 3루수 최정(28)이 그렇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연봉 선수인 최정. 그를 키운 성공 키워드는 뭘까. 최정 스스로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인천 송도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최정은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 눌변으로 소문났다. 기자들 입맛에 맞는 화제성 답변보다는 뜸을 들이고 게다가 단답형 대답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며 말을 못 하는 선수라는 편견은 오해였음을 깨달았다. 언행은 신중했고 논리적이었다. 다만 적확한 언어를 찾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최정을 야구선수로서 성공시킨 완벽주의 성향과 집중력은 그와의 인터뷰에서 고스란히 빛을 발했다.
● FA 86억 계약에 관한 고백
-살이 많이 빠졌네요. 신혼생활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살 많이 뺐는데(6kg) 다시 찌고 있어요. 11월에 문학구장에 나가서 웨이트로 뺀 건데. 12월에는 (결혼, 신혼여행으로) 운동 좀 못했더니…”
-FA 대형계약을 하고, 결혼도 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똑같아요. 마음은 그냥 야구 생각밖에 없어요. 안 다치고 잘하는 거 그거 밖에 없어요. 치를 것은 다 치렀으니까 마음은 편하네요.”
-SK에 남았고, 역사적 계약(4년 총액 86억원)을 했지요.
“(한참 생각하다) 해외 안 가면 이 팀에 있고 싶었어요. SK 선수들이 좋았고. 국내 있을 때는 또 적응해야 되니까 낯설고 힘들 것 같고. 부모님 의견도 잔류 쪽으로 말씀하셨고….”
-해외 진출은 언제 접었나요?
“다치고 두 달가량 공백 있다가 복귀했을 때 처져있는 상태였어요.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자신감도 떨어졌어요. 그때부터 좀, 기약을 한 거죠.”
-SK의 86억 대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무덤덤했어요. 딴 팀 갈 생각도 아예 안했고, 그랬기 때문에 진짜 무덤덤했어요, 역대 최고대우 그런 것은 별로 상관없었어요.”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 심적으로 힘들진 않았어요?
“나도 FA 하는구나, 그것뿐이었어요. 힘들다면 배부른 소리죠(웃음). 다른 사람들은 힘들어도 FA 하고 싶을 텐데. 그런 소리 하면 안 되죠. 스트레스 없었어요.”
-부담은 안 돼요? 위상이 달라진 건 느껴져요?
“부담 안돼요. 내가 연봉 얼마 받고 있다 생각하고 야구 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 같고요. 주변이 달라져도 저는 똑같아요. 지금은 (FA 계약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똑같아요.”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쓸 겁니까?
“계약금이 많이 들어왔는데 부모님, 와이프랑 상의해서….(최정은 교직에 몸담고 있는 아버지와 상의해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울 장학금을 준비할 생각이다.) 저는 그냥 안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으로도 좋아요. 뭘 하겠다는 것보다. 젊은 나이에. 그게 감사해요.”
● 성공비결은 몰입, 보완점은 멘탈
-돈을 위해 야구한 적 있어요?
“(0.1초도 쉬지 않고) 그런 적 없어요. 그냥 야구가 재밌고 빠져들어서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됐는데…. 다만 꼭 프로선수는 되고 싶었어요.” -어떻게 야구를 시작했나요?
“운동 쪽으로 감각을 타고 난 것 같아요. 아버지가 축구를 좋아하셔서 원래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야구는 부원 모집을 해서 한 거예요.”
-운동은 소질입니까? 노력입니까?
“(잠깐 생각하더니) 운동은 소질인 거 같아요. 노력은 누구나 다하는 거니까. 그러면 다 됐겠죠.”
-성격은요?
“어렸을 때부터 지는 거 싫어했어요, 사소한 것 도. 지금은 많이 바꿨어요. 제가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 거 같아서요.”
-목표를 정하고 자기를 몰아치는 스타일 같습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겠네요.
“올해 가장 힘들었어요. 야구를 떠나서 인생 공부가 됐어요. 살면서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도 있구나. 진짜 미칠 거 같았어요.”
-어떻게 마음을 추슬렀나요?
“2군, 재활군 선수들 보면서요. 뭔가 미안해지더 라고요. 어린 선수들이 힘든 환경에서도 밝게, 재밌게 하더라고요. 재활군에서 또 아플 때 내년을 준비했어요. 그때 포기했어요. 포기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솔직히 FA 대박도 안 노렸어요. 내 자체가 너무 못했으니까.”
-프로 선수로 성공하려면 멘탈도 절대적이겠죠?
“모르겠어요. 저도 멘탈이 좋은 편은 아니니까. 다만 제 기준을 얘기하면 한번 몰입하면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하나가 안 끝나면 딴 일 못해요. 무조건 끝내야 돼요. 배팅을 하면 배팅만 생각하고, 수비하면 수비만 생각하고.”
-반대로 안 내키면 못 하는 타입인가 봐요?
“네. 졸려요.”
-그러면 팀 분위기를 많이 타겠습니다.
“그러니까 올해 많이 공부가 됐다는 거죠. 안 좋을 때도 이겨내는 법. 그 덕에 그나마 기록을 낸거 같아요.”
-부러운 선수가 있습니까?
“야구 쪽으로 부러운 선수는 없어요. 다만 류현진 선수 같은 멘탈은 부러워요. 야구 잘 하는 사람은 멘탈이 좋아요. 저는 반대거든요. 저는 빠져서 하는 게 장점 같아요.”
● 최정이 말하는 수비와 타격
-여기까지 오는데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김성근 감독님, 김경기 코치님, 후쿠하라 코치님. 수비는 후쿠하라 코치님이 많이 봐주셨는데 노력했다고 생각 안 해요. 죽을 거 같았어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갑자기 눈앞이 시꺼멓고, 무릎 꿇려도 재미가 있었어요. 안 되던 게 되니까. 수비도 기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수비와 타격은 죽도록 연습하면 됩니까?
“후쿠하라 코치님은 단순하게 가르쳐 주시고 자신감도 심어줬어요. 수비는 연습을 하면 올라가는 거 같아요. 타격은 감각 같고, 죽어라 해도 안되는 거는 안 되는 거 같아요.”
-어떤 타자가 되고 싶습니까?
“저는 중장거리 타자인데 거포가 꿈이기는 해요. 거포 3루수. 그래서 제가 작년에 살도 찌우려 했고…. 미겔 카브레라(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3루수. 2014시즌 타율 0.313, 25홈런, 109타점. 2013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상). 그 선수처럼 되고 싶었어요. 타격 쪽으로 동영상 보고 많이 연구했어요.” -목표 기록을 잘 말하지 않는 선수였는데요.
“올해 깨졌는데 3할-20홈런하고 3루수 연속 3할 같은 기록이에요. 양준혁, 김동주 선배들처럼 꾸준한 기록에 대한 욕망이 있었는데, 올해 규정타석을 못 채웠죠.” -가장 완벽한 타격폼이라는 찬사를 듣는데 본인 생각은.
“저는 메이저리그 동영상보고 연구한 거니까 괴짜죠. 잘 따라하거든요. 메이저리그 동영상을 보면 그 폼을 연습 좀 하고, 실전에서도 해봐요. 거기 빠져드는 거예요. 2014년에도 LA 다저스 유격수 라미레스 치는 거 보니 시원시원하게 치고 타격 폼도 비슷한 거 같아서 며칠 따라해 쳐봤는데 홈런도 나왔어요.(웃음) 타격은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반면 수비는 철저하게 내 것이 있어요.” -3루수비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인정하나요?
“당연하죠.(웃음) 저는 뒤로 물러서는 스텝이 없어요. 전엔 제가 봐도 어떻게 잡았나 할 정도로 대시를 했는데 근래엔 안 잡혀요. 운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조금씩 놓치다보니까 백스텝도 하고, 바운드를 맞추려고 하더라고요. 안 그랬는데….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편하게 바운드 맞춰서 수비하는 박진만 선배 연습 보고 수비도 기술적으로 가려고 해봤는데 지금은 좀 혼란이 있어요, 내년에는 예전처럼 내 고집대로 수비를 하려고 생각해요. 살을 빼는 것도 햄스트링 다치지 않으려는 거고요. 살 빠져도 장타는 칠 수있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 힘은 있으니까요.” -공이 무서운 적이 있었나요?
“올해 유난히 무서웠어요. 다칠 거 같고, 두렵고. 수비에서도 옛날에는 ‘입으로 먹어버리겠다’, 타석에서 ‘헬멧으로 받아버리겠다’ 했는데 지금은 좀 무섭더라고요.”
-야구가 안 되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풉니까?
“게임해요. 야구장 밖에서는 야구와 연관시키고 싶지 않아요. 야구장에 들어오면 야구만 생각하고. 그래서 비 시즌 때 고생 좀 해요. 1년 동안 야구하고 왜 운동해? 그런데도 하긴 해요. 재미는 없는데 어쩔 수 없이 하니까. 이럴 때는 노동이에요. 안 하면 캠프 가서 힘드니까 하는 거죠.”
-야구가 좋아서 하는 건 아니군요?
“야구 좋죠. 좋은데 이게 사회인 야구가 재미있어 서 하는 거랑 다르죠. 하기 싫은 것도 하다보면 빠 져들죠.”
●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결혼하니까 좋아요?
“네 좋죠. 혼자 멍 때리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요. 같이 있다는 거 자체가 좋아요.”
-신부(나윤희 전 울산MBC 기상캐스터)는 어떻게 만났어요?
“지인 선배 소개로 1년 넘게 교제했어요. 그 친구 직장이 울산이어서 주말에만 만나고. 부산 원정 가면 잠깐 보고. 와이프가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어떤 점에 끌렸나요?
“시즌 중에 제가 찾아가서 만난 적이 없어요. 원래 남자가 가야 되는데 항상 만나러 와줬어요. 부산에 계신 장인어른 장모님도 늘 맞춰주라고 와이프에게 당부하고. 비 시즌인데도 집에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하게 해요.”
“만나고 얼마 안 되서 자연스럽게 결혼 생각이 들었어요. 프러포즈도 못했어요. 결혼을 해달라곤 했는데…. 와이프가 언제 해줄 거냐고 얘기 했는데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겠어요.(웃음)” ● 내 운명은 2인자, 우승은 꼭 한번만 더
-2015년 목표는.
“안 다치고 1년 풀 시즌 뛰는 그 생각밖에 없어요. 옛날에는 안 다치면 뭐해 야구를 잘해야지 했는데 지금은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김광현도 돌아왔고 우승도 해볼만하지 않을까요?
“우승은 딱 1번만 더 했으면 좋겠어요. 우승 전력은 추측일 뿐이고요. 광현이는 의지가 강해서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갈 줄 알았는데…. 팀 에이스가 돌아왔으니 (SK는) 다행이죠.”
-이제 혼자만 야구 잘할 연차는 아니잖아요.
“네. 지금은 신경 쓸 게 많아요. 어린 선수도 많고, 계속 후배 없을 줄 알았는데(웃음). 이제는 나이차 많이 나는 후배도 생기고. 예전과 다르게 보려고 하죠.”
-몰입에 방해 되도요?
“지금은 크게 봐야죠.”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합니까?
“절대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는, (한참 생각하더니) 넥센 선수들이 최고죠.”
-그런데 왜 SK는 역대 최고대우를 해줬을까요?
“그러니까 감사할 뿐이죠. 저는 정말 이뤄놓은 것은 이승엽, 양준혁, 김동주 등 대선배님들에 비하면 아직 따라가지도 못했는데. 제가 시대에 잘 맞게 태어난 것이죠. 딴 건 없고 어린 나이가 장점이죠. 사실 저는 살면서 주인공이 되어 본 적이 없었어요. 최고인 적은 없었어요.”
-가뜩이나 승부욕이 강한데 최고가 되고픈 열망이 더 강렬하겠습니다.
“열망이야 있죠. 그런데 그게 항상 안 되더라고요. 뭘 해도 항상 2위.”
-이제는 순응해요?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조연이나 옆에서 서포터는 되게 잘하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주인공은 광현이나 이런 스타일이 주연이죠.”
-이번엔 주연이 될 뻔했는데 김광현이 돌아왔네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저는 그냥 야구 오래하다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요. 예전엔 야구 관두면 사업 같은 거 하고 싶었는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지도자는 한번 해보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