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난 한번 몰입하면 끝장보는 스타일”

스포츠동아 입력 2015-01-02 06:40수정 2015-01-0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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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3루수 최정은 지난해 11월 4년 총액 86억원의 FA계약을 체결하면서 프로야구 역대 최고연봉 선수에 등극했다. 최정은 자신의 성공비결로 완벽주의 성향과 집중력을 꼽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신중하고 논리적인 답변으로 자신의 야구인생을 풀어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86억 사나이’ SK 최정이 말하는 야구·FA·결혼 그리고 새해 소망

● 야구
한번 몰입하면 아무 소리 안 들려
멘탈 약점…그래서 류현진 부러워
거포 꿈…ML 영상 보며 스윙 연구

● FA 대박
돈 보고 야구한 적 없어 부담 안돼
젊은 나이에 여유 생겨 감사할 뿐

● 결혼
늘 나에게 맞춰주는 고마운 아내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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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망
살면서 주인공·1등인 적 없었지만
딱 한번만 더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고수, 1등, 최고는 나이와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다 이유가 있는 법. SK 3루수 최정(28)이 그렇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연봉 선수인 최정. 그를 키운 성공 키워드는 뭘까. 최정 스스로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지난해 12월 29일 인천 송도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최정은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 눌변으로 소문났다. 기자들 입맛에 맞는 화제성 답변보다는 뜸을 들이고 게다가 단답형 대답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며 말을 못 하는 선수라는 편견은 오해였음을 깨달았다. 언행은 신중했고 논리적이었다. 다만 적확한 언어를 찾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최정을 야구선수로서 성공시킨 완벽주의 성향과 집중력은 그와의 인터뷰에서 고스란히 빛을 발했다.

● FA 86억 계약에 관한 고백

-살이 많이 빠졌네요. 신혼생활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살 많이 뺐는데(6kg) 다시 찌고 있어요. 11월에 문학구장에 나가서 웨이트로 뺀 건데. 12월에는 (결혼, 신혼여행으로) 운동 좀 못했더니…”

-FA 대형계약을 하고, 결혼도 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똑같아요. 마음은 그냥 야구 생각밖에 없어요. 안 다치고 잘하는 거 그거 밖에 없어요. 치를 것은 다 치렀으니까 마음은 편하네요.”

-SK에 남았고, 역사적 계약(4년 총액 86억원)을 했지요.

“(한참 생각하다) 해외 안 가면 이 팀에 있고 싶었어요. SK 선수들이 좋았고. 국내 있을 때는 또 적응해야 되니까 낯설고 힘들 것 같고. 부모님 의견도 잔류 쪽으로 말씀하셨고….”

-해외 진출은 언제 접었나요?

“다치고 두 달가량 공백 있다가 복귀했을 때 처져있는 상태였어요.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자신감도 떨어졌어요. 그때부터 좀, 기약을 한 거죠.”

-SK의 86억 대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무덤덤했어요. 딴 팀 갈 생각도 아예 안했고, 그랬기 때문에 진짜 무덤덤했어요, 역대 최고대우 그런 것은 별로 상관없었어요.”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 심적으로 힘들진 않았어요?

“나도 FA 하는구나, 그것뿐이었어요. 힘들다면 배부른 소리죠(웃음). 다른 사람들은 힘들어도 FA 하고 싶을 텐데. 그런 소리 하면 안 되죠. 스트레스 없었어요.”

-부담은 안 돼요? 위상이 달라진 건 느껴져요?

“부담 안돼요. 내가 연봉 얼마 받고 있다 생각하고 야구 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 같고요. 주변이 달라져도 저는 똑같아요. 지금은 (FA 계약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똑같아요.”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쓸 겁니까?

“계약금이 많이 들어왔는데 부모님, 와이프랑 상의해서….(최정은 교직에 몸담고 있는 아버지와 상의해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도울 장학금을 준비할 생각이다.) 저는 그냥 안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으로도 좋아요. 뭘 하겠다는 것보다. 젊은 나이에. 그게 감사해요.”

● 성공비결은 몰입, 보완점은 멘탈

-돈을 위해 야구한 적 있어요?

“(0.1초도 쉬지 않고) 그런 적 없어요. 그냥 야구가 재밌고 빠져들어서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됐는데…. 다만 꼭 프로선수는 되고 싶었어요.”

-어떻게 야구를 시작했나요?


“운동 쪽으로 감각을 타고 난 것 같아요. 아버지가 축구를 좋아하셔서 원래 축구선수가 꿈이었어요. 야구는 부원 모집을 해서 한 거예요.”

-운동은 소질입니까? 노력입니까?

“(잠깐 생각하더니) 운동은 소질인 거 같아요. 노력은 누구나 다하는 거니까. 그러면 다 됐겠죠.”

-성격은요?

“어렸을 때부터 지는 거 싫어했어요, 사소한 것 도. 지금은 많이 바꿨어요. 제가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 거 같아서요.”

-목표를 정하고 자기를 몰아치는 스타일 같습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겠네요.

“올해 가장 힘들었어요. 야구를 떠나서 인생 공부가 됐어요. 살면서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도 있구나. 진짜 미칠 거 같았어요.”

-어떻게 마음을 추슬렀나요?

“2군, 재활군 선수들 보면서요. 뭔가 미안해지더 라고요. 어린 선수들이 힘든 환경에서도 밝게, 재밌게 하더라고요. 재활군에서 또 아플 때 내년을 준비했어요. 그때 포기했어요. 포기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솔직히 FA 대박도 안 노렸어요. 내 자체가 너무 못했으니까.”

-프로 선수로 성공하려면 멘탈도 절대적이겠죠?

“모르겠어요. 저도 멘탈이 좋은 편은 아니니까. 다만 제 기준을 얘기하면 한번 몰입하면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 하나가 안 끝나면 딴 일 못해요. 무조건 끝내야 돼요. 배팅을 하면 배팅만 생각하고, 수비하면 수비만 생각하고.”

-반대로 안 내키면 못 하는 타입인가 봐요?

“네. 졸려요.”

-그러면 팀 분위기를 많이 타겠습니다.

“그러니까 올해 많이 공부가 됐다는 거죠. 안 좋을 때도 이겨내는 법. 그 덕에 그나마 기록을 낸거 같아요.”

-부러운 선수가 있습니까?

“야구 쪽으로 부러운 선수는 없어요. 다만 류현진 선수 같은 멘탈은 부러워요. 야구 잘 하는 사람은 멘탈이 좋아요. 저는 반대거든요. 저는 빠져서 하는 게 장점 같아요.”

● 최정이 말하는 수비와 타격

-여기까지 오는데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

“김성근 감독님, 김경기 코치님, 후쿠하라 코치님. 수비는 후쿠하라 코치님이 많이 봐주셨는데 노력했다고 생각 안 해요. 죽을 거 같았어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갑자기 눈앞이 시꺼멓고, 무릎 꿇려도 재미가 있었어요. 안 되던 게 되니까. 수비도 기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수비와 타격은 죽도록 연습하면 됩니까?


“후쿠하라 코치님은 단순하게 가르쳐 주시고 자신감도 심어줬어요. 수비는 연습을 하면 올라가는 거 같아요. 타격은 감각 같고, 죽어라 해도 안되는 거는 안 되는 거 같아요.”

-어떤 타자가 되고 싶습니까?

“저는 중장거리 타자인데 거포가 꿈이기는 해요. 거포 3루수. 그래서 제가 작년에 살도 찌우려 했고…. 미겔 카브레라(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3루수. 2014시즌 타율 0.313, 25홈런, 109타점. 2013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상). 그 선수처럼 되고 싶었어요. 타격 쪽으로 동영상 보고 많이 연구했어요.”

-목표 기록을 잘 말하지 않는 선수였는데요.


“올해 깨졌는데 3할-20홈런하고 3루수 연속 3할 같은 기록이에요. 양준혁, 김동주 선배들처럼 꾸준한 기록에 대한 욕망이 있었는데, 올해 규정타석을 못 채웠죠.”

-가장 완벽한 타격폼이라는 찬사를 듣는데 본인 생각은.


“저는 메이저리그 동영상보고 연구한 거니까 괴짜죠. 잘 따라하거든요. 메이저리그 동영상을 보면 그 폼을 연습 좀 하고, 실전에서도 해봐요. 거기 빠져드는 거예요. 2014년에도 LA 다저스 유격수 라미레스 치는 거 보니 시원시원하게 치고 타격 폼도 비슷한 거 같아서 며칠 따라해 쳐봤는데 홈런도 나왔어요.(웃음) 타격은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반면 수비는 철저하게 내 것이 있어요.”

-3루수비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인정하나요?


“당연하죠.(웃음) 저는 뒤로 물러서는 스텝이 없어요. 전엔 제가 봐도 어떻게 잡았나 할 정도로 대시를 했는데 근래엔 안 잡혀요. 운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조금씩 놓치다보니까 백스텝도 하고, 바운드를 맞추려고 하더라고요. 안 그랬는데….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편하게 바운드 맞춰서 수비하는 박진만 선배 연습 보고 수비도 기술적으로 가려고 해봤는데 지금은 좀 혼란이 있어요, 내년에는 예전처럼 내 고집대로 수비를 하려고 생각해요. 살을 빼는 것도 햄스트링 다치지 않으려는 거고요. 살 빠져도 장타는 칠 수있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 힘은 있으니까요.”

-공이 무서운 적이 있었나요?


“올해 유난히 무서웠어요. 다칠 거 같고, 두렵고. 수비에서도 옛날에는 ‘입으로 먹어버리겠다’, 타석에서 ‘헬멧으로 받아버리겠다’ 했는데 지금은 좀 무섭더라고요.”

-야구가 안 되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풉니까?

“게임해요. 야구장 밖에서는 야구와 연관시키고 싶지 않아요. 야구장에 들어오면 야구만 생각하고. 그래서 비 시즌 때 고생 좀 해요. 1년 동안 야구하고 왜 운동해? 그런데도 하긴 해요. 재미는 없는데 어쩔 수 없이 하니까. 이럴 때는 노동이에요. 안 하면 캠프 가서 힘드니까 하는 거죠.”

-야구가 좋아서 하는 건 아니군요?

“야구 좋죠. 좋은데 이게 사회인 야구가 재미있어
서 하는 거랑 다르죠. 하기 싫은 것도 하다보면 빠
져들죠.”

●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결혼하니까 좋아요?


“네 좋죠. 혼자 멍 때리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요. 같이 있다는 거 자체가 좋아요.”

-신부(나윤희 전 울산MBC 기상캐스터)는 어떻게 만났어요?

“지인 선배 소개로 1년 넘게 교제했어요. 그 친구 직장이 울산이어서 주말에만 만나고. 부산 원정 가면 잠깐 보고. 와이프가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어떤 점에 끌렸나요?

“시즌 중에 제가 찾아가서 만난 적이 없어요. 원래 남자가 가야 되는데 항상 만나러 와줬어요. 부산에 계신 장인어른 장모님도 늘 맞춰주라고 와이프에게 당부하고. 비 시즌인데도 집에 있으면 아무 것도 못하게 해요.”

-집이 천국이겠네요.

“그래도 제가 쓰레기는 버려요.(웃음) 와이프가 고마워서 제가 먼저 도와주려고 해요.”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뭔가요?


“만나고 얼마 안 되서 자연스럽게 결혼 생각이 들었어요. 프러포즈도 못했어요. 결혼을 해달라곤 했는데…. 와이프가 언제 해줄 거냐고 얘기 했는데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겠어요.(웃음)”

● 내 운명은 2인자, 우승은 꼭 한번만 더


-2015년 목표는.

“안 다치고 1년 풀 시즌 뛰는 그 생각밖에 없어요. 옛날에는 안 다치면 뭐해 야구를 잘해야지 했는데 지금은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김광현도 돌아왔고 우승도 해볼만하지 않을까요?

“우승은 딱 1번만 더 했으면 좋겠어요. 우승 전력은 추측일 뿐이고요. 광현이는 의지가 강해서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갈 줄 알았는데…. 팀 에이스가 돌아왔으니 (SK는) 다행이죠.”

-이제 혼자만 야구 잘할 연차는 아니잖아요.

“네. 지금은 신경 쓸 게 많아요. 어린 선수도 많고, 계속 후배 없을 줄 알았는데(웃음). 이제는 나이차 많이 나는 후배도 생기고. 예전과 다르게 보려고 하죠.”

-몰입에 방해 되도요?

“지금은 크게 봐야죠.”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합니까?

“절대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는, (한참 생각하더니) 넥센 선수들이 최고죠.”

-그런데 왜 SK는 역대 최고대우를 해줬을까요?

“그러니까 감사할 뿐이죠. 저는 정말 이뤄놓은 것은 이승엽, 양준혁, 김동주 등 대선배님들에 비하면 아직 따라가지도 못했는데. 제가 시대에 잘 맞게 태어난 것이죠. 딴 건 없고 어린 나이가 장점이죠. 사실 저는 살면서 주인공이 되어 본 적이 없었어요. 최고인 적은 없었어요.”

-가뜩이나 승부욕이 강한데 최고가 되고픈 열망이 더 강렬하겠습니다.

“열망이야 있죠. 그런데 그게 항상 안 되더라고요. 뭘 해도 항상 2위.”

-이제는 순응해요?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조연이나 옆에서 서포터는 되게 잘하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주인공은 광현이나 이런 스타일이 주연이죠.”

-이번엔 주연이 될 뻔했는데 김광현이 돌아왔네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저는 그냥 야구 오래하다 조용히 사라지고 싶어요. 예전엔 야구 관두면 사업 같은 거 하고 싶었는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지도자는 한번 해보고 싶어졌어요.”

인천|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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