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안지만 “태극마크 모자는 삐뚤게 쓸 수 없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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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만. 스포츠동아DB
안지만. 스포츠동아DB
‘인천AG 슈퍼히어로’ 삼성 안지만
국가대표가 되니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져
결승전 7회말 무사 1·3루 위기서 무실점투
태어나서 헹가래는 처음 받아봐 정말 뿌듯
이젠 다시 모자 삐딱, 가을에 또 날아야죠”

“이제 다시 원래대로 모자 삐딱하게 써야죠.”

안지만(32)은 소속팀 삼성으로 돌아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힙합 모자부터 찾았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모자를 똑바로 썼던 그였지만 이제는 모자챙을 펴서 삐딱하게 쓰는 자신만의 ‘힙합 모자’ 스타일로 돌아가게 됐다.

안지만은 “국가대표가 되니 마음이 경건해지더라. 태극마크가 달린 모자를 삐뚤게 쓸 수 없었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경건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설명하면서 “프로야구는 개성을 살릴 필요가 있으니까 이제부터는 원래 내 스타일대로 모자를 쓰겠다”며 웃었다.

안지만은 아시안게임에서 영웅이 됐다. 특히 9월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2-3으로 뒤진 7회말 무사 1·3루의 위기에서 구원등판해 무실점으로 막는 ‘기적투’를 펼친 장면은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듯하다.

누가 봐도 실점 확률이 높은 상황. 야구는 흐름의 경기인데, 여기서 1점이라도 내줬다면 한국은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안지만은 첫 타자 주리런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린쿤셩을 짧은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판즈팡을 좌익수플라이로 막아내면서 포효했다. 평소 무사 만루를 만들고도 팬들의 걱정과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게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일이 잦아 ‘만루변태’라는 별명을 얻은 그에게 무사 1·3루 위기는 위기도 아니었는지 모른다. 결국 한국은 곧 이은 8회초 대거 4득점하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단숨에 영웅 중의 영웅, ‘슈퍼 히어로’로 떠올랐다. 오죽했으면 대표팀 선수들이 우승이 확정된 뒤 그라운드에서 류중일 감독에 이어 그를 붙잡고 헹가래를 쳤을까. 안지만은 당시 상황을 돌이키며 “갑자기 선수들이 나를 찾더니 붙잡더라. 처음엔 깜짝 놀랐다. 하늘로 올라가기 전 후배들한테 ‘떨어뜨리지 마라’고 고함을 질렀다. 태어나서 헹가래 받아본 건 처음인데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더 높이 날아가고 싶더라. (봉)중근이 형이 ‘선수가 헹가래 받는 건 처음 본다며 부러워하더라”며 웃었다.

안지만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셋업맨이다. 올 시즌 LG 류택현(122홀드)을 넘어 한국프로야구 역대 개인통산 최다홀드 신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아시안게임 전까지 133홀드를 기록 중이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3이닝 동안 2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면서 금메달로 가는 다리를 놓았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대표팀에서 내가 많은 것을 얻었다”며 고마워했다. “대표팀에 좋은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함께 훈련하며 많이 배웠다. 올 시즌 투구 밸런스가 오락가락해 성적도 들쭉날쭉했는데 대표팀에서 밸런스와 함께 자신감도 찾았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안지만.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주가가 폭등했지만 “우선 삼성의 사상 최초 통합 4연패부터 달성해놓고 생각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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