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오면 달아나고, 결정적인 순간엔 쐐기를 박았다. 선두를 잡은 뒤엔 한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1번홀(파4). 박인비는 두 번째 샷을 홀 1m에 바짝 붙이며 가볍게 버디를 신고하며 한발 앞서나갔다.
페테르센은 초조했다. 번번이 버디 사냥에 실패했고,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6번홀(파5)에서야 첫 버디를 성공시켰다.
9번홀(파4). 박인비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페테르센이 버디를 잡아내며 추격해왔고 박인비는 1m 거리의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다.
위기는 계속됐다. 10번홀(파4)에서는 보기를 적어내 페테르센이 1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위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11번홀(파3) 버디에 이어 12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추격에 나선 페테르센의 의지를 확실하게 꺾어 놨다. 더 이상 추격은 없었고 박인비는 합계 24언더파 268타(이글 2개, 버디 25개, 보기 5개)로 우승을 차지했다. 페테르센은 19언더파 273타를 쳤지만 박인비의 벽에 막혀 2위에 만족했다.
박인비는 “1,2번홀에서 경기가 잘 풀려 마음 편히 칠 수 있었다. 후반에 4∼5타 앞서나가면서 우승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 우승까지 차지해 더 기쁘다”라고 말했다.
● 여유 박인비, 예민한 페테르센
실력뿐 아니라 정신력에서도 앞섰다. 박인비는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페테르센은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페테르센은 1번홀부터 신경이 날카로웠다. 버디 퍼트를 앞두고 사진을 촬영하는 갤러리들을 향해 “제발 사진 좀 찍지 마세요”라고 고함을 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인비는 여유가 있었다. 갤러리들의 돌발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욱이 9번홀 짧은 버디 퍼트 실수, 그리고 10번홀에서 보기로 위기를 맞았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박자 쉬어가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중국에서 시즌 첫 우승을 신고한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 자리도 굳게 지켜나갔다. 10일 발표 예정인 세계랭킹에서 페테르센과의 격차를 더 벌려 당분간 추격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박인비의 우승은 작년 7월 US여자오픈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한편 이날 함께 열린 단체전에서는 박인비와 유소연이 짝을 이룬 한국이 합계 544타로 572타를 기록한 중국을 28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