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의 박인비 “남부럽지 않은 몸 만들고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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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호주에서 비지땀 훈련

‘골프 여왕’ 박인비(오른쪽)가 2014 시즌을 대비한 훈련 캠프를 차린 호주 골드코스트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기구인 돔볼을 활용해 근력과 하체 균형감을 키우고 있다. 박인비 제공
‘골프 여왕’ 박인비(오른쪽)가 2014 시즌을 대비한 훈련 캠프를 차린 호주 골드코스트의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기구인 돔볼을 활용해 근력과 하체 균형감을 키우고 있다. 박인비 제공
‘골프 여왕’ 박인비(26)에게 이번 설은 어느 해보다 특별하다. 한여름의 남반구에서 맞게 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대비를 위해 1월 초 출국한 박인비는 다음 달 중순까지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머물 계획이다. “숙소 근처에 한인 마트가 있어요. 장봐서 직접 떡국 끓여 먹으려고요. 반팔 셔츠에 반바지를 입었어도 명절 분위기 느껴 봐야죠. 탱고(스마트폰용 화상통화 서비스)로 할아버지 할머니께 일찌감치 세배 드렸어요. 세뱃돈은 인편으로 보내신데요.”

박인비가 호주에 훈련 캠프를 차린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해까지는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운동을 했다. 장소 변경은 자신이 목표로 삼은 체력 강화에 적합한 환경이라고 판단해서다. “미국보다 따뜻하고 해가 길어 충분히 몸을 만들 수 있어요. 골프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요즘 현지 기온은 섭씨 25도 안팎으로 로스앤젤레스보다 10도 이상 높고 오전 5시에 해가 떠 오후 7시까지는 훤하다. 박인비는 또 “추운 데서 공을 치다 다칠까 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캐디 물리치료사 트레이너가 모두 같이 있어 훈련 동선을 짜기도 편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시즌 6승에 올해의 선수, 상금왕을 휩쓸며 최고 시즌을 보낸 박인비. 뭐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보였지만 시즌 후반부 체력 저하를 드러내며 승수 추가에 실패했고 라이벌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쫓긴 대목은 아쉽기만 하다. “시즌 내내 에너지 레벨을 100% 유지해야 합니다. 부상도 없어야 하고요. 올해는 대회 수도 늘어난 만큼 뒷심 부족을 드러내는 일이 없어야죠. 항상 약했던 허리 근력을 기르는 데 매달리고 있어요.”

약혼자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씨, 호주 출신 전담 캐디 브래드 비처의 뒷바라지 속에 박인비는 착실히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연성 강화를 위해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수영, 패들 보드(물 위에 떠 있는 보드 위에서 패들로 노를 젓는 신종 스포츠) 등을 병행하고 있다. 수중 활동은 몸에 무리를 덜 주면서도 자연스럽게 지구력까지 끌어올려 준다. 주말에는 남 씨, 선수 출신 캐디 비처 등과 근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데 집중력을 높일 목적으로 타당 10달러씩의 내기를 한 뒤 모은 돈을 외식비로 쓰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 후 2개 대회를 건너뛰는 박인비는 2월 20일 태국 촌부리에서 열리는 혼다 타일랜드 대회를 통해 시즌 데뷔전을 치른다.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이 대회를 시작으로 7월까지 15개가 넘는 대회에 모두 출전할 계획. “일단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걸린 7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초점을 맞춰야죠. 부담 없이 해 보려고요.” 야자수 아래에서 흘리는 땀방울 속에 박인비의 새로운 꿈이 영글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골프#박인비#호주#훈련#남기협#브래드 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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