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원더스 출신 안태영 ‘기적같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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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29일 07시 00분


독립리그 출신인 넥센 안태영이 또 한편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뒤늦게 1군 데뷔전을 치르며 첫 안타와 첫 홈런을 잇달아 신고한 그는 이튿날에도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안태영이 28일 삼성전 2회 무사서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독립리그 출신인 넥센 안태영이 또 한편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뒤늦게 1군 데뷔전을 치르며 첫 안타와 첫 홈런을 잇달아 신고한 그는 이튿날에도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안태영이 28일 삼성전 2회 무사서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10년만에 첫 선발…첫 홈런…첫 안타…첫 타점…첫 득점

트레이너·사회인야구 심판 등 ‘6년의 공백’
원더스 트라이아웃 참가…넥센서 인생역전


10년 가까이 걸렸다. 한 무명선수가 데뷔 첫 타석에 서기까지 말이다. 넥센 안태영(28)은 아마도 2013년 7월 27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2004년 삼성에 입단했던 앳된 신인이 참으로 먼 길을 돌아 대구구장 타석에 처음 선 날이다. 그 사이 그는 아홉 살을 더 먹었고,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했다. 방황을 끝낸 그는 이제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며 활짝 웃는다.

● 10년 만에 찾아온 ‘프로 데뷔전’


27일 경기의 승자는 삼성이었다. 그러나 모두를 놀라게 한 이름은 안태영이었다. 6년간 야구장을 떠나 있었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의 늦깎이 신인. 그가 하루 만에 참 많은 일을 해냈다. 데뷔 후 첫 1군 엔트리 등록과 첫 선발 출장은 그저 예고편일 뿐. 첫 안타∼첫 득점∼첫 홈런·타점∼첫 볼넷이 연이어 나왔다. 국내 최고의 소방수인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안타를 쳐냈다. 아니, 오히려 앞 타순의 김민성에게 “나도 오승환 공 쳐보고 싶다. 제발 살아나가달라”고 부탁했다. 4타수 4안타 1볼넷 1타점 2득점. 눈부신 활약과 그보다 더 눈부신 감격이다. 안태영은 28일 거듭 “행복하다”고 말했다. “타석에 들어서는 게 행복해서 긴장이 하나도 안 됐다”며 그저 그라운드만 바라봤다.

● 6년의 공백을 이겨낸 의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오랜 시간 야구장 밖을 떠돌았다. 안태영은 “트레이너도 해보고, 사회인야구 심판도 봤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도 거쳤다”며 “야구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직접 표를 사서 야구장에 와서는 ‘나도 저기서 딱 한 번만 뛰어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미련과 후회는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2011년 11월 고양 원더스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선수를 할 수 없는 몸상태였다”던 그는 그곳에서 6년의 공백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넥센의 부름을 받았다. 2군에서 넥센 코치들에게 집중 조련을 받았다. 그렇게 11개월이 지나 이 자리에 섰다. “오래오래 1군에 남아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을 수 있게 됐다.

● 홈런동 103호에서 품은 희망

안태영은 ‘홈런동 103호’ 출신이다. 한발 먼저 1군에서 돌풍을 일으킨 외야수 문우람(21)과 전남 강진의 2군 캠프에서 한 방을 썼다. 일곱 살 터울의 룸메이트 선후배는 밤마다 TV로 야구를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저기서 함께 뛰자”고 다짐했다. 문우람이 1군에 올라온 후에도, 매일 통화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문우람은 28일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는 안태영을 바라보며 “형이 와서 정말 좋다. 1군에서도 방을 같이 쓰고 싶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동생의 기대에 화답하듯, 안태영은 이날도 첫 타석부터 2루타를 때렸다. 역시 데뷔 첫 2루타. 모든 게 처음이다. 그렇게 그에게는 당장 눈앞의 한 타석이 희망이고 꿈이다. 언젠가 그 타석들이 모여 또 다른 기적을 만들 것이다.

대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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