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에겐 ‘ML-대전구장’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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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0일 07시 00분


류현진. 스포츠동아DB
류현진. 스포츠동아DB
■ 성적으로 증명된 류현진의 자신감

11차례 만루위기서 단 1안타도 안 내줘
힘 줄 때 주는 투구패턴 한화 시절 연상

현재 방어율 2.82…국내 7년 성적 근접
변칙 투구폼 여유도…괴물은 역시 괴물


2012년 11월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피치의 보라스 코퍼레이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사무실에서 류현진(26)은 메이저리그를 향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냥 대전구장에서 던진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던지면, 메이저리그나 한국야구나 다를 게 없다. 야구는 다 똑같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이 흐르는 동안 LA 다저스와 6년 계약을 했고,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1차례 완봉승을 포함해 7승(3패)을 거뒀다. 이제 전반기 마지막 출격(11일 애리조나전)만 남긴 시점에서 류현진은 ‘야구는 다 똑같다’를 성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곧 대한민국 최고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증명이었다.

● 한화 시절과 닮았다!

류현진의 9일 현재 방어율은 2.82(111.2이닝 35자책점)다. 놀랍게도 한화에서의 7년간 통산 방어율(2.80)과 근접한다. 탈삼진이 줄어들어 임팩트가 다소 떨어졌을 뿐 한화 시절과 비슷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는 소리다. 류현진은 득점권에서 방어율이 8.28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피홈런이 1개도 없다는 것이다. 25이닝의 득점권 상황에서 탈삼진은 15개에 달한다. 특히 11번 맞닥뜨린 만루 위기에서 단 1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살살 던지다가 힘을 줄 때는 주는’ 류현진의 한화 시절 투구패턴이 떠오른다.

사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초반 직구 구속에 신경을 썼다. 슬라이더, 커브 같은 변화구에도 공을 들였다. 그러나 갈수록 한화 시절 같은 완급조절 위주의 피칭 스타일로 회귀하고 있다. 숙적 샌프란시스코를 잡아낸 6일 선발 등판이 압권이었는데, 직구 최고 구속은 92마일(148km), 평균 구속은 90마일(145km)이었지만 6.2이닝을 4안타 2실점으로 막아냈다. 회귀는 진보를 멈췄다는 것이 아니라 ‘대전구장에서처럼 던지면 된다’는 자신감의 자연스러운 발로로 볼 수 있다.

● 미래가 더 기대되는 류현진

투구폼의 변화도 극적이었다. 주자가 있을 때나 쓰던 오른 다리 키킹을 낮추는 투구법을 주자 없을 때도 시도했다. 류현진은 “그냥 해봤다”고 말했지만 ‘짧게 끊어 치는 타법으로 그를 괴롭혔던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아이디어였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구속 증가나 변화구 장착이 아니라 변칙으로도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그의 여유가 읽혀진다.

류현진의 이 같은 자신감 또는 배짱과 여유는 전반기 피날레 등판과 후반기 등판까지도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요소다. 타자가 아닌 선발투수여서 장거리 이동에도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적은 만큼 오히려 적응할수록 더 강해질 수 있는 류현진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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