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아이콘’ LG 현재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 때 야구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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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2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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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현재윤. 스포츠동아DB
LG 현재윤. 스포츠동아DB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 때 야구해야죠.” LG 포수 현재윤(34)은 21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장 10회 혈투 끝에 8-4로 승리한 뒤 환하게 웃었다. 이날 값진 안타를 뽑아내면서 팀의 승리에 큰 힘을 보탰기 때문이었다.

9회초까지 4-2로 앞서다 승리를 눈앞에 둔 9회말에 4-4 동점을 허용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순식간에 삼성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10회초 LG 공격 1사 2루.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동점까지 간 이상 실점을 하지 않고 반드시 승리를 따내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이병규의 볼넷과 문선재의 유격수 쪽 내야안타가 나오면서 1사만루가 됐다. 이진영의 유격수 쪽 인필드플라이로 2사만루. 여기서 손주인의 2루땅볼을 잡은 김태완이 1루 쪽에 던졌는데, 송구는 베이스커버를 들어간 오승환의 글러브를 비켜가고 말았다. 순식간에 3루주자는 물론 2루주자까지 홈을 밟아 6-4로 LG가 앞서나갔다.

계속된 2사 2·3루. 7회부터 교체 멤버로 들어간 현재윤은 볼카운트 0-1에서 오승환을 두들겨 2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8-4.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난공불락’ 오승환을 무너뜨리는 일격이어서 더욱 값졌다. 최근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는 LG 선수들에게 ‘오승환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삼성에서 LG로 트레이드된 현재윤은 ‘승리를 부르는 행운아’로 자리매김하면서 쌍둥이 군단의 진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즌 개막과 함께 LG의 돌풍을 주도하던 그는 4월 18일 광주 KIA전 도중 블로킹을 하다 뜻하지 않게 오른손 엄지를 다쳐 장기간 결장을 해야만 했다. 이상하게 그가 빠지자 팀도 힘을 잃고 이기는 날보다 패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그가 지난 10일 1군 엔트리에 복귀한 뒤 LG는 신기하게도 곧바로 6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20일 마산 NC전에 패해 연승행진이 마감됐지만 21일 삼성전에 다시 승리했다. LG는 현재윤이 복귀한 뒤에만 7승1패를 기록하면서 이날 패한 넥센을 끌어내리고 4월 13일 공동 2위 이후 69일 만에 2위로 올라섰다. 단독 2위는 올 시즌 처음이다. 이만하면 LG는 현재윤을 ‘행운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현재윤은 LG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히던 안방살림을 알뜰살뜰하게 꾸려가고 있다. 후배 포수 윤요섭 등에게도 아낌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 코칭스태프를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21일까지 타율 0.268(56타수 15안타)과 출루율 0.359로 공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삼성전 승리 후 “그동안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해 부담이 있었다”고 자신을 낮추면서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인 오승환을 상대로 적시타를 쳐서 기쁘다. 오늘 경기를 통해 나뿐 아니라 우리 팀 선수들 모두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될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병규 형이 팀을 잘 이끌어주셨다. 최근 결정적인 안타와 홈런들을 혼자 다 치셨다. 그런데 오늘은 나를 비롯해 후배들이 그동안 고생하신 병규 형 역할을 나눠서 해준 것 같아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쌍둥이 군단의 일원으로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그로선 삼성 시절에 가을잔치를 많이 경험해봤지만 이젠 LG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절박한 마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윤은 “우리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팬들의 열망만큼 선수들의 열망도 강하다”면서 “가을에 선선한 바람이 불 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더 힘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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