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동결!동결!…척만 하는 복귀파 연봉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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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7시 00분


해외 복귀파에게 다년계약을 불허하는 현 야구규약이 편법과 이면계약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억 원 연봉 동결이 된 김태균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해외 복귀파에게 다년계약을 불허하는 현 야구규약이 편법과 이면계약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억 원 연봉 동결이 된 김태균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승엽도 연봉 8억 동결…해외복귀파 재계약 불편한 진실

타격왕 김태균 15억원 연봉동결 이어
다년계약 불허에도 4년 이면계약 만연
선수-구단은 협상 없이 언론플레이만
“불신 키우는 규약”…제도개선 목소리


삼성은 27일 이승엽(36)과 8억원에 내년 연봉 재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옵션은 최대 3억원이다. 이승엽은 “크게 무리 없는 금액이라 생각해 고민 없이 사인했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지난해 말 일본 오릭스에서 삼성으로 복귀할 때도 연봉 8억원, 옵션 3억원 등 총 11억원에 계약했다. 삼성의 발표대로라면 동결인 것이다. 이에 앞서 한화도 17일 해외복귀파 김태균과 15억원으로 동결된 연봉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KIA도 27일 해외복귀파 이범호와 지난 시즌 4억9500만원에서 6000만원(12.1%) 삭감된 4억35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고 보도자료를 돌렸다. 이승엽 김태균과 다른 점은 매년 연봉에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 구단의 발표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다년계약 인정 안 되는 야구규약

해외에서 복귀한 선수들의 계약은 프리에이전트(FA)처럼 4년 계약이 기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구단과 선수로선 어쩔 수 없이 1년 계약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다.

현행 야구규약이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선수에 대해 다년계약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FA 자격을 얻은 뒤 해외에 진출하면 한 차례 FA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간주하고, 국내 복귀 시 FA 신분이 아니라 4년이 지나야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다년계약을 불허하고 있다.

연봉협상을 하는 척 언론플레이를 하고, 1년짜리 계약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구단이나 선수나 못할 일이다. A구단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면서 “FA 협상 시 탬퍼링(사전접촉) 규정도 마찬가지고, 해외 복귀 선수들의 다년계약 문제 등 서로가 불신하는 것들은 이제 현실적으로 가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불신 부추기는 규약 개정 필요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해외복귀파의 다년계약을 불허한 야구규약에 대해 “다년계약을 허용하면 국내 선수들이 무조건 해외에 나가려고 할 것이다. 10구단도 창단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몸값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규약 개정과 관련해선 한국적 현실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생리에 맞지 않은 규정은 편법만 양산할 뿐이다. 편법을 제어하기 위해 실효성 없는 규정들이 계속 덕지덕지 붙게 된다.

현실성 없는 규약은 이면계약을 낳고 방조하는 꼴이 된다. 더 큰 문제는 프로야구가 갈수록 연봉에 대해 불신을 조장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프로야구의 연봉과 관련된 숫자들이 믿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구단에서 발표하는 해외복귀파 선수들의 연봉뿐 아니라 외국인선수 연봉, FA 연봉 등 모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연봉은 선수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도둑질도 아닌데, 구단과 선수가 연봉 계약 후 떳떳하게 발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약을 개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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