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궂은일 김해란-곽승석 “믿기지 않아요”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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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종목 선수들이 뽑은 왕별 2012 동아스포츠대상 9인

“동료들이 직접 뽑아줘서 더 행복해요.” 2012 동아스포츠대상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자 프로골프 김대섭(아리지CC), 프로축구 하대성(서울), 남자 프로배구 곽승석(대한항공), 남자 프로농구 오세근(인삼공사), 프로야구 박병호(넥센), 여자 프로배구 김해란(도로공사), 특별상 수상자 양학선(한국체대), 부상 중인 여자 프로농구 신정자의 대리 수상자인 팀 동료 이경은(KDB생명).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inphoto@donga.com
“동료들이 직접 뽑아줘서 더 행복해요.” 2012 동아스포츠대상 수상자들이 트로피를 들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남자 프로골프 김대섭(아리지CC), 프로축구 하대성(서울), 남자 프로배구 곽승석(대한항공), 남자 프로농구 오세근(인삼공사), 프로야구 박병호(넥센), 여자 프로배구 김해란(도로공사), 특별상 수상자 양학선(한국체대), 부상 중인 여자 프로농구 신정자의 대리 수상자인 팀 동료 이경은(KDB생명).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inphoto@donga.com
“시상식을 앞두고 며칠 동안 잠이 잘 안 왔어요. 정말 타고 싶었던 상이었거든요. 3년 동안 후보에만 올라서 아쉬웠는데…. 원래 이런 상은 화려한 공격수들이 받는 거 아닌가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2 동아스포츠대상(동아일보 스포츠동아 채널A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토토 공동주최) 시상식장에서 여자 프로배구 부문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도로공사의 리베로 김해란(28). 그의 가는 목소리는 수상 소감을 밝히는 내내 떨렸다.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이 다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 선수가 직접 뽑으니 달랐다

여자 프로배구 최고의 수비수 김해란은 이 상의 단골 후보였지만 그동안 수상의 영광은 그를 비켜갔다. 시상식의 주인공은 화려한 공격수들이 되곤 했다. 김해란은 “동아스포츠대상은 선수들이 뽑는 상이라 음지에서 궂은일을 하는 선수들에게도 수상 기회가 열려 있는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동아스포츠대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수들이 직접 뽑는 ‘올해의 선수’상이다. 올해에도 종목별 30∼45명씩 총 275명의 선수들이 투표에 참여했다. 수상자들의 기쁨이 남달랐던 것은 바로 이처럼 동료들이 직접 자신을 인정했다는 사실 덕택이다.

남자 배구 부문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대한항공의 레프트 곽승석(24)은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도 앞장서며 팀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왔다. 각 팀의 주포들을 제치고 상을 받은 곽승석은 “너무 떨려서 말이 안 나온다. 동료 선수들이 저를 평가해줘서 더 기쁘다”고 말했다.

○ 재치, 끼가 함께했던 동아스포츠대상

수상자들의 재치 넘치는 수상 소감은 이날 시상식의 백미였다. 남자 농구 부문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오세근(25·인삼공사)은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발목 인대를 다쳐 재활 중이던 그는 “안타깝게도 목발을 하고 나왔는데 ‘패션’으로 이해해 달라. 내년에는 목발 없이 시상식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특별상을 수상한 2012 런던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20·한국체대)은 알이 없는 안경을 끼고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이제 촌티를 좀 벗은 것 같나요? 좋은 자리기 때문에 패션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여자 골프 부문에서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에 오른 김하늘(24·비씨카드)은 대회 출전 때문에 시상식에 불참했다. 하지만 직접 감사의 동영상을 보내와 큰 박수를 받았다. 김하늘은 이를 통해 “지난해 동아스포츠대상을 받고 ‘내년에 또 받고 싶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남자 골프 부문 ‘올해의 선수’ 김대섭(31·아리지CC)은 “전역한 지 4개월밖에 안됐는데 너무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과서적인 대답이었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진실한 답변이었다. 최선을 다해 땀을 흘린 선수들은 그 땀의 보답을 풍성하게 받았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동아스포츠#김해란#곽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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