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베이스볼] 최동원 불꽃투, 美홈런왕 루스 KO…하늘나라가 들썩!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6일 07시 00분


‘천국의 올스타’를 만든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이제 고인이 된 전설들로 포지션별 올스타 라인업을 짤 수 있을 정도로 한국프로야구의 경륜도 깊어졌다.
‘천국의 올스타’를 만든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이제 고인이 된 전설들로 포지션별 올스타 라인업을 짤 수 있을 정도로 한국프로야구의 경륜도 깊어졌다.
가상 스토리-대한민국 천국 올스타팀

박현식호, 천상의 국가대항전 HBC서 무적
박동희, 생전 단점 제구력 보완 에이스 활약
지명타자 임수혁, 2루주자 있을땐 백발백중
장효조 4할타·조성옥 땅파기 타격폼 유명세


케빈 코스트너는 아이오와주의 옥수수 밭에 야구장을 만든다. “그렇게 하면 그가 온다”는 계시를 따랐다. ‘맨발의 조 잭슨’을 비롯해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로 야구계에서 영구 추방된 8명의 스타들은 매일 밤 그 곳에서 야구를 한다.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의 스토리다. 우리 프로야구에도 30여년의 세월이 쌓이면서 유명을 달리한 스타들이 많다. 야구팬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이들은 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혹시 그곳에서도 즐겁게 야구를 하며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들을 추억하며 가상의 스토리를 만들어봤다. 한국프로야구 꿈의 구장에 등장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천국을 감동시킨 ‘팀 코리아’의 위대한 정복

최근 천국에선 야구가 화제다. 각국 대표들이 참가해 기량을 겨루는 HBC(Heaven Baseball Classic) 결승전을 앞두고 열기가 엄청 뜨겁다. 한국은 1·2라운드를 통과한 뒤 야구 종주국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뒀다. 라이벌 일본과의 결승만 남겨뒀다. ‘위대한 정복’을 선언한 팀 코리아의 인기는 폭등 수준이다. 한국이 치른 9경기 모두가 박진감이 넘쳤다. 천국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이 구독한다는 ‘스포츠천국’도 요즘 팀 코리아의 소식이 무조건 1면이다.

○팀 코리아의 벤치는 누구?

한국의 사령탑은 박현식 감독이다. ‘아시아의 철인’으로 불렸던 그는 천국에서도 열성적으로 활동한다. 지금도 배트를 쥐면 쉽게 홈런을 치지만, 후배들을 생각해 벤치에 물러나 있다. 한국은 HBC 1라운드에서 놀라운 경기를 했다. 3회까지 0-8로 리드 당했지만 12-11로 뒤집어 이겼다. 박현식의 좌절하지 않는 용병술과 지도력은 천국에서도 엄청난 화제였다. 선수들을 다정다감하게 대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에 선수들은 마음속으로 존경한다.

타격코치 겸 3루코치는 김동엽이다. 하늘에서도 빨간 장갑을 끼고 3루 선상 근처에서 요란한 사인을 낸다. 유니폼 속에 슬라이딩 팬츠 2개를 더 껴입어 탄탄한 엉덩이는 더욱 불룩하게 보인다. 한때 맨 손으로 레몬을 쥐어 짜 그 즙을 소주에 타서 마셨으나 천국에선 물로 대신한다. 투수코치는 임신근. 현역시절 투타겸용의 야구천재로 불렸던 그답게 지금도 놀라운 센스로 선수들을 지도한다. 열심히 운동해 혈압도 떨어졌다. 현역으로 복귀해도 될 정도로 날씬한 몸매가 인상적이다.

○통산 302승의 한국 투수진

한국의 마운드는 기적을 만들었다. 5전3선승제로 벌어진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최동원의 불꽃피칭으로 2패1무 뒤 3연승을 했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는 “6경기에 모두 나와 던지는 저런 투수는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최동원밖에는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부친 최윤식 씨는 여전히 그를 가장 잘 아는 코치이자 멘토다. 결승전 등판 여부를 묻자 “여기까지 왔는데 우짜겠노. 1·3·5·7로 간다”며 아들의 몸 상태를 확인해줬다는 소식이다. 최근 천국의 선수노조는 최윤식 씨를 초대 고문으로 위촉했다.

한국의 또 다른 에이스는 박동희다. 컨트롤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9월 25일 쿠바와의 2라운드 2회 2사 3루서 등판해 공을 떨어트리는 보크로 실점할 뻔했으나 자연스럽게 피칭으로 연결한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결국 연장 13회 승리를 거두며 한국이 4강에 진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한국은 13회말 1사 만루의 마지막 위기를 맞았으나 잠수함투수 덕분에 웃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정대현의 피칭을 연상시켜준 투수는 이길환이었다.

한국 국적으로 출전한 재일동포 장명부도 있다. 베테랑이지만 러닝을 많이 한다. 동료들에게 자신의 피칭 노하우를 잘 알려주는 자상한 큰 형이다. 최근 새로운 취미에 빠졌다. 애완동물로 너구리를 무려 30마리나 키운다.

한창 피칭에 물이 오른 김상진도 큰 몫을 했다. 공을 던질수록 실력이 늘어 FA 시장에서 몸값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김대현도 놀랍다. 절묘한 컨트롤과 변화구로 “땅에는 매덕스, 하늘에는 김대현”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불펜투수 김동철은 별명이 슈퍼스타다. 삼미에서 1년밖에 선수생활을 못한 덕분에 싱싱한 어깨가 자랑이다. 천국에선 본인 스스로 야구를 그만둘 때까지 종신선수 자격을 줬다.

○내야·포수도 강하다

한국의 주전 포수는 김영신이다. OB 시절 2년간 2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키워왔던 주전 포수의 꿈을 천국에서 이뤘다. 어깨 강하고 장타력을 갖춘 김진우. 장명부가 등판할 때마다 전담으로 출전한다. 두 사람의 사이가 유별날 정도로 각별하다고 한다. 1루수로 자주 출전한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 우승의 주역 심재원도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포수지만 지명타자로 장타를 뽐내는 임수혁도 있다. 대만과의 1라운드에서 9회 3-5로 뒤진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홈런을 터뜨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2루에 나간 주자는 100% 홈으로 불러들이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주전 유격수는 김경표다. MBC 시절 김재박에 밀렸던 한풀이를 천국에선 제대로 하고 있다.

○장·단타의 조화와 그물망 수비의 한국 외야

한국 공격의 핵은 장효조다. 배트를 거꾸로 쥐고도 3할을 쳤다던 그답게 천국에선 4할타자가 됐다. HBC 타격랭킹 1위. 수비도 엄청 잘한다. 1·2라운드에서 그의 탄탄한 수비로 한국은 여러 차례 위기를 넘겼다. 매스컴에 친화적인 성격 덕분에 외국의 취재진도 장효조를 좋아한다. 조성옥은 특유의 타격자세로 천국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오른발로 땅을 파는데, 이것이 ‘말춤’ 만큼이나 유행이다. 천국에서 가장 유심히 보는 뉴스는 제자 추신수와 동의대 관련 소식이다. 한국대표팀에서 가장 쇼맨십과 장타력이 좋은 김정수도 있다.

○한국 야구계 소식

팀 코리아의 단장은 이종남 기자다. 야구 관련 서적을 계속 출간하며 천국에서도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레너드 코펫과 ‘야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벌인 토론은 야구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글이다. ‘스포츠천국’을 창간하면서 하늘나라 독자들을 위해 새로운 야구기록 분석표를 내놓아 히트를 쳤다. 여전히 현장 기자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선수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다. 팀 코리아 선수단은 매일 밤 하늘에서 서울 동대문으로 내려와 비밀훈련을 한다. 추억이 서린 그 경기장이 사라져 아쉽지만, 아이오와의 옥수수 밭에서 훈련했던 미국대표팀보다는 훨씬 사정이 좋은 편이다. 최고의 이벤트 HBC를 만든 사람은 이호헌 씨다. 천국에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야구경기를 해설해 팬이 많다. 사상 처음으로 천국리그를 만들었다. 그가 전파한 새로운 야구기록법에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 @kimjongkeon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