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똑똑한 투자’ 황금알 낳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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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리즈 2연패 이끈 스마트 야구
거물 영입 대신 신인 육성… 배영섭 박석민 김상수 팀 주축으로
감독보다 더 버는 전문코치의 분업야구 큰힘… 새 구장이 과제

2000년대 이전까지 삼성이 유독 1등에 목말라했던 분야가 있다. 바로 야구다. 돈도 쓸 만큼 써보고 당대 최고 스타플레이어들도 보유했건만 1985년 전·후기리그 통합 우승한 것을 제외하곤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년 첫 우승을 거둔 뒤 삼성은 2000년대 들어 5번이나 우승을 일궜다. 올해는 빈틈없는 전력으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1980∼90년대 9번이나 우승했던 해태와 비견되는 ‘신(新)무적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삼성은 이제 야구까지 잘하는 초일류 기업이 됐다. 삼성 야구는 왜, 어떻게 강해진 걸까.

○ 똑똑한 투자 기반 ‘스마트 야구’

2000년대 삼성의 야구 전성시대는 ‘똑똑한 투자’가 축적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은 지난해 8개 구단 최고 수준인 약 350억 원을 쓰는 등 지속적으로 큰돈을 야구에 투자했다. 200억∼300억원 가량 지출하고 있는 여타 구단보다 많다.

김종 한양대 체육대학장(스포츠산업학)은 “삼성은 과거 ‘돈 자랑하는 구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실속 있는 투자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야구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2004년부터 야구인 출신인 김응용 사장(현 한화 감독)을 기용하면서 예산을 온전히 성적을 높이는 데 쓰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라는 얘기였다.

○ 뉴욕 양키스와 삼성의 다른 점은?

삼성의 ‘스마트 야구’는 선수 선발과 육성 과정에 그대로 배어 있다.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포지션별 유망주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3년 이상의 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한 선수는 군 복무를 먼저 마치게 하는 등 세밀한 관리를 하기도 했다. 배영섭 박석민 김상수 이지영 등이 삼성 2군에서 성장한 선수들이다.

삼성의 선수단 운영은 미국 프로야구의 큰손인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과도 사뭇 다르다. 양키스 같은 인기 팀은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심하다. 이 때문에 수천만 달러짜리 거물을 영입하면서 유망주를 내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삼성은 유망주 육성에 중점을 두면서 선수 공급이 원활해졌다.

민훈기 XTM 해설위원은 “국내 프로야구도 대형 FA를 영입하는 구단보다는 2군에서 기본을 닦고 올라온 선수가 많은 팀이 성적이 좋다. 삼성은 선수 육성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에 당분간 급격하게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 분업화 이룬 시스템 야구

삼성 구단의 강점으로 철저한 분업 야구도 한몫을 했다.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초반 7위까지 추락했을 때도 코치 보직을 바꾸지 않았다.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코치에게 전문 분야를 맡겼다. 이는 안정적인 시스템 야구로 정착했다. 성적 여하에 따라 코치를 수시로 바꾸는 다른 구단과 대비된다.

삼성은 일본 출신인 오치아이 투수 코치에게 류 감독(2억 원)보다 많은 연봉(1800만 엔·약 2억5800만 원)을 줬다. 이는 ‘코치 야구’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송삼봉 삼성 단장은 “신인들이 5년 안에 주전으로 뛰기 힘들 정도로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전문 코치라는 과외 선생님의 실력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삼성 구단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현재 대구 구장은 1만 석 규모에 불과하다. 한국시리즈 5회 우승팀에 걸맞은 새 구장 건설이 절실하다. 김종 교수는 “삼성의 홈구장은 글로벌 기업 삼성에 어울리지 않게 열악했다. 이제는 삼성이 지역사회를 위해 통 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프로야구#삼성#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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