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만 미워해? 공에도 눈이 있다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7시 00분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명언으로 본 2012 포스트시즌

실책 한 선수에게 공이 가고 또 가고…
다 잡았다 놓친 PO2차전 SK불펜 불쇼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야
김동주 박경완 등 세월에 부상에 눈물


야구는 말(言)의 경기다.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야구인들이 야구와 인생에 관해 명언을 남겼다. 그 말들은 오랜 생명력을 가지며 야구를 더욱 대중과 가깝게 했다. 그게 야구의 매력이다. 2012년을 결산하는 가을잔치가 한창이다.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 야구의 명언을 다시 생각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그 상황과 기억에 새로운 명언을 모았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말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 변화무쌍한 야구를 상징하는 말로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두산-롯데 준PO 3차전. 2연승의 롯데 양승호 감독은 2-3으로 뒤진 7회 잘 던지던 사이드 암 김성배를 빼고 최대성을 투입했다. 3차전을 포기해도 4차전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두산은 그 이닝에 4점을 뽑으며 승리를 챙겼고 타선까지 살아나버렸다. 다음 날 4차전. 3-0으로 앞선 두산 김진욱 감독도 잘 던지던 사이드암 변진수를 내리고 니퍼트를 올렸다. 4차전이 끝나기도 전에 5차전을 머릿속에 그렸다. 변진수를 아껴서 또 쓴다는 생각이었지만 롯데는 반격을 했다. 연장 10회 실책으로 경기가 끝났다. 5차전은 없었다.

롯데-SK PO 2차전. SK 이만수 감독은 6회말 롯데 소방수 정대현을 무너뜨리며 4-1로 달아난 뒤 7회초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 3점이면 충분히 필승계투조가 막아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27개의 아웃을 잡기 전까지 야구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결과는 역전패.

○공에도 눈이 있다!

새로 바뀐 수비수나 실책을 저지른 선수에게 공이 또 갈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롯데-두산 준PO 1차전. 롯데 2루수 조성환은 3-0으로 앞선 5회 첫 타자 임재철의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으로 살려주더니, 김재호의 3루수 앞 병살타성 타구 때 1루에 악송구해 결국 4-3으로 경기가 뒤집어지는 원인을 제공했다. SK-롯데 PO 2차전에서 7회 유격수 박진만의 대수비로 투입된 최윤석은 전준우의 타구를 내야안타로 만들어주더니, 다음타자 황재균의 유격수 땅볼 때 2루 주자를 살려주는 실책으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홈에서 주자를 아웃시켜 상대팀의 기를 살려주지 마라!

롯데-SK PO 2차전. SK가 6회 조인성의 적시타로 4-1을 만들며 계속된 2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대타 모창민의 중전안타 때 2루 주자 조인성은 느린 발 때문에 홈에서 태그아웃돼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확인사살에 실패했다. 롯데의 기가 살았다. 두산-롯데 준PO 1차전. 두산 이종욱이 1회 1사 3루에서 윤석민의 3루 땅볼 때 홈을 파다 아웃됐다. 큰 경기 패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롯데 선수들은 그 때부터 사기가 올라갔다. 준PO 3차전. 1회 1사 만루에서 3루주자 조성환이 박종윤의 우익수플레이 때 태그업을 늦게 한 뒤 급한 마음으로 홈을 파다 병살 아웃이 됐다. 2연패로 끌려가던 두산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는 뼈아픈 미스였다.

○내야수의 첫 원칙은 대시 또 대시!

두산-롯데 준PO 2차전. 2-1로 앞선 9회말 무사 1루 위기에서 롯데 3루수 황재균은 윤석민의 투수 앞 희생번트를 전력질주로 잡아서 5(3루수)∼6(유격수)∼4(2루수)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가을의 전설로 남을 대시였다.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해라.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절반은 이긴다!

두산-롯데 준PO 4차전. 두산 홍상삼은 3-1로 쫓긴 8회말 1사 1·2루에서 니퍼트를 구원등판해 2타자 연속 4구를 허용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만루에서 나온 대타 황성용은 칠 의사가 전혀 없었지만 홍삼삼은 2개의 볼을 먼저 던지며 볼카운트를 어렵게 만든 뒤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롯데-SK PO 2차전. SK 소방수 정우람도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정훈에게 연속 3개의 볼을 먼저 허용하더니 밀어내기 4구를 내줬다. 위기일수록 투수에게 필요한 것은 초구 스트라이크다.

롯데-두산 준PO 2차전. 1-1인 9회 1사에서 롯데 용덕한은 볼카운트 2B-1S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오는 홍상삼의 공을 끌어당겨 결승홈런을 날렸다. 두산 최준석도 3차전 1회 2사 1루 볼카운트 2B-1S에서 사도스키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커브를 때려 홈런을 만들었다. SK-롯데 PO 1차전. SK 이호준은 2회 1B-0S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던 유먼의 직구를 쳐서 시리즈의 분위기를 잡는 홈런을 날렸다. 3명 투수가 던진 초구는 모두 볼이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다치지 않는 선수가 슈퍼스타다!

두산 김동주 임태훈 이재우 정재훈, SK 박경완 박재홍…. 이번 가을잔치에 이런 저런 이유로 초대받지 못했다. 이름이나 기록으로만 본다면 누구보다 가을잔치에 활약할 선수들이지만 흐르는 세월과 부상에, 또는 감독의 눈 밖에 나서 엔트리에도 끼지 못했다.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2012년 가을이다. 선수는 아프지 않아야 장수한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 슈퍼스타는 부상이 없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bga.com 트위터 @kimjongkeon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