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갤러리, 아직도 코스에 꽁초 버려… 오늘도 3개 주웠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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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인비테이셔널 1R… 최경주, 배상문과 공동18위

시가 애호가로 유명한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나 경기 도중 담배를 물고 다니는 존 댈리(미국)가 들으면 경천동지할 일이 한국에서 벌어졌다.

4일 경기 여주군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파71·7152야드)에서 열린 CJ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는 ‘담배 연기 없는 대회’를 모토로 치러졌다. 여기에는 이 대회 공동 주최자인 최경주(42·SK텔레콤)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최경주는 “10여 년 전 라운딩을 하면서 담배를 피웠는데 동반자가 연기 때문에 경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 이를 계기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2000년 담배를 끊은 이후 한 번도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선수 및 갤러리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유럽 투어 대회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금연을 강요한 것은 아니다. 흡연실 설치와 ‘담배 맡기고 입장하기’ 등을 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을 유도한 게 특징이다.

대회조직위는 대회장 입장 시 담배와 라이터를 맡긴 갤러리에게는 모자와 우산, 생수 등을 선물했다. 100여 명의 갤러리가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흡연자들은 대회장 두 곳에 설치된 흡연실에서만 담배를 피우도록 했다. 산뜻한 노란색 외양의 흡연실은 공항의 흡연실을 연상케 할 정도로 깔끔했다. 공기청정기는 물론이고 에어컨까지 설치해 흡연자들을 배려했다.

최경주는 라운딩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경기 도중 코스에 버려진 꽁초 3개를 주웠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이 흡연이 자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많은 갤러리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곤 한다”며 “한국은 2015년 프레지던츠컵(미국 대표팀과 유럽 제외 인터내셔널 대표팀 간의 대항전) 개최 예정국이다. 갤러리 문화 발전을 위해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2언더파 69타를 친 최경주는 배상문(26·캘러웨이) 등과 함께 공동 18위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라이언 입(캐나다)이 7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여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경주#담배꽁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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