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올림픽 경기, 한 점의 후회도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2일 12시 20분


코멘트
한국 축구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긴 홍명보(43)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한 점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 감독은 "올림픽 3위의 성적은 이후 한국 축구가 세계 메이저 대회에 나갈 때 다시 언급될만하다"며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올림픽을 마친 소감은.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서 원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우리만 잘해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이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것을 잘 지적해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선수들과 길게는 3년, 짧게는 몇 달간 즐거운 시간을 보내 영광으로 생각한다."

-올림픽 동메달 딸 수 있던 원동력은.
"선수들의 역할도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 특히 국민 성원이 컸다. 그게 어린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선수들도 강한 목표 의식을 갖고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 감독할 때부터 강조했던 혼과 열정이 모두 들어 있었다. 선수로서나 코치로서 세계 대회 진출했을 때 부족했던 점도 철저히 준비했다."

-향후 거취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내 생활을 가지려 하는데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에너지, 경험, 지식이 소진된 상태다. 남은 기간 재충전을 해야 될 것 같다. 어떻게 머릿속에 다시 새로운 것들을 채울지 생각 중이다. 재단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 등 내 손이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 대학원 박사과정 논문도 준비하겠다. 그동안 못 했던 아버지, 남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

-박종우(부산)의 독도 세리머니 문제에 대한 행정적 처리과정에서 대한체육회나 축구협회가 미숙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박종우가 시상대에 올라가지 못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박종우는 충분히 자격 있는 동메달리스트다. 행정적 문제에는 대한체육회나 축구협회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종우가 환영행사나 만찬에 참석할 수 없다는 체육회의 결정을 들었을 때 실망했다. 만찬 전날 저녁 박종우에게 전화를 걸어 꼭 만찬에 참석하라고 했다. 감독으로서 박종우한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다. 공문에 대해서도 축구협회가 좀 더 신중하고 정확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먼저 공문을 보냈어야 하는지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같다."

-올림픽 이후 더 큰 무대로 나가는 후배들에게 조언은.
"팀 선택 시 무조건 빅클럽이나 금전적으로 많은 데를 가는 것보다 운동장에 나갈 시간이 확보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 병역 문제가 해결된 우리 선수들은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라고 해도 좋다."

-한일전 이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던 이케다 세이고 코치는 어떤가.
"한국에 머물고 있는 세이고 코치는 현재 안정을 찾았다. 세이고 코치가 2009년부터 올림픽팀에서 했던 것은 앞으로 아주 중요한 매뉴얼이 되리라 확신한다. 협회에서도 세이고 코치의 노하우를 백서로 만들어 남기려고 하는 것 같아 기쁘다. 세이고 코치가 다음 세대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킬지 방법을 잘 전해줘 한국 축구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한 번도 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매순간 어려웠지만 모든 스태프들과 선수들 이 함께 위기를 잘 넘겼다. 훌륭한 지도자는 혼자 될 수 없다. 모든 스태프가 각자 역할을 책임 있게 해냈다."

-올림픽에서 아쉬웠던 적은.
"여섯 경기 중 가장 아쉬운 것은 브라질전이다. 선수들이 초반엔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선수단이 모두 이 경기에 이겨서 결승에 나가고 싶었다. 0-2가 된 뒤 포기했다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포기했다면 김기희(대구)를 넣었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응원하는 국민에 대한 자세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0-3, 0-4가 됐더라도 포기 안 했을 것이다. 다만 17명 안에서 선수를 운용해야 해서 체력적인 면이 걱정됐다. 특히 구자철의 체력이 밑바닥까지 내려가 어쩔 수 없이 다른 선수를 투입했다. 포기해서 선수 교체한 것은 아니다."

-A대표팀 감독직 생각은.
"월드컵 예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가장 중요한 경기가 남았다. 최강희 감독님이 잘하고 있는데 A대표팀 얘기가 나오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올림픽팀 선수들이 2년 후에 월드컵에 나간다는 보장도 없다. 올림픽 선수들도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월드컵에 나가는 영광이 찾아올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3-4위전과 아쉬웠던 브라질전이 기억에 남는다. 감독으로서 선수 시절에 경험한 한일전을 선수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많았다. 올림픽팀에 어려서부터 한일전을 경험한 선수들이 많았다. 3-4위전 상대가 일본이 아니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메달에 대한 욕심과 중요한 경기라 이겨야 한다는 승부근성을 발휘했던 것 같다."

-실수한 부분은 없나.
"3-4위전 막판에 김기희를 투입할 때 포지션 얘기를 안 해줬다. 김기희에게 최선을 다하고 지친 선수들 옆에서 서포트해주라고 말했는데 포지션을 빼먹었다. 김기희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물어봐서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K리그 인기를 높일 방안은.
"K리그는 우리나라 축구의 한 축이다. K리그에서 나오는 유소년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팀이 되고 해외로 진출한다. 축구 팬 여러분이 축구장에 직접 찾아가주셨으면 좋겠다. 팬 서비스나 마케팅도 강화해야 한다."

-물을 먹고 경기장에 들어올 땐 뛰게 하는 등 팀의 규칙을 만든 이유는. 또 팀에서 긴장을 어떻게 풀었나.
"팀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특별한 룰은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훈련 중 갈증이 나서 물을 마신 뒤 경기장에 들어올 때 조깅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다음 훈련에 대해 준비를 하라는 의미에서였다. 훈련에 들어올 때 밖에서 떠든 분위기가 이어지면 훈련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경기 전 한국 음식을 먹었던 것은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선수단 내에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정신 나간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겠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어떤 도움이 됐나.
"올림픽에 나갈 선수들이 어떤 경험을 해야 하는 지 좀 막막했다. 올림픽팀은 A매치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는 무조건 21세 이하 선수들이 나가야 한다고 판단해 협회에 전달했다. 광저우 때 좋은 시뮬레이션을 경험했다. 이틀 간격의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이 어떻게 컨디션을 회복할지 생각할 수 있었다."

-올림픽 3위라는 전례 없는 성적을 거뒀다. 그 이상의 목표를 겨냥한다면 필요한 부분은.
"4강 이후의 상황은 아무도 몰랐다. 4강 이상은 한국에서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았다. 3-4위전 전에는 선수들에게 2002년 월드컵 얘기를 해줬다. 우리가 왜 져서 4위를 했는지 등을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었다. 올림픽 동메달로 한국 축구는 한 단계 발전했다.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더 나은 성적을 목표로 할 때 누군가 분명히 이번 경험을 전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이 앞으로 한국 축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감독으로서의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내 입으로 말하긴 어렵다. 여러분의 몫이다. 다만 이번 올림픽에서 절대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선수 선발 때부터 후회를 0.1%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바로 한 점의 후회도 없다는 것이다."

<동아닷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