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운드에 승리를 부르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상대를 압도하는 폭발적인 카리스마로 완승을 엮어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스토리. 하지만 주인공이 타이거 우즈(미국)가 아니었다.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였다. 매킬로이는 13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키아와 아일랜드 오션코스(파72·7676야드)에서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 골프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폭우로 경기 일정이 순연되면서 하루에 23개 홀을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도 그는 보기가 하나도 없었다. 까다로운 코스 탓에 출전 선수 평균 타수가 72.2타까지 치솟은 3, 4라운드에 매킬로이는 각각 67타와 66타를 기록했다. 18번홀에서 7.5m 버디 퍼트를 넣은 그는 2위 데비이드 린(영국)을 8타 차로 제쳐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1980년 세운 역대 최다 타수 차 우승 기록(6타)을 갈아 치웠다. 세계 랭킹을 3위에서 1위로 끌어올린 매킬로이는 영국 선수로는 1930년 토미 아머 이후 82년 만에 대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안았다.
매킬로이의 올 시즌 성적은 롤러코스터였다. 3월 혼다클래식 우승으로 생애 첫 세계 1위에 올랐지만 5, 6월에 출전한 5개 대회 가운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US오픈 등 특급대회를 포함해 4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여자 테니스 스타인 카롤리네 보지니아츠키와 로맨스에 빠져 한눈을 판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슬럼프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이번 우승으로 사라졌고 ‘메이저 사나이’라는 칭송이 쏟아졌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우승한 매킬로이는 우즈보다 5개월 빠른 나이로 생애 메이저 2승째를 챙겼다.
공동 11위(2언더파 286타)로 마친 우즈는 “매킬로이는 골프에서 가져야 할 모든 재능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노승열(21·타이틀리스트)이 공동 21위(이븐파 288타)에 올라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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